왜 KT는 '돈 안 되는' 공중전화 사업을 하나?

하루 평균 1명이 1분 미만 이용...매년 적자
'보편적 역무' 위해 공중전화 유지
공중전화 업체 KT링커스, KT서비스남부에 흡수통합
김준하 기자 2024-11-15 14:41:30
서울 광화문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 부스에 KT 로고가 있다. 현재 사용되는 공중전화는 2020년부터 쓰이는 '선후불교통카드 공중전화기'다. 신용카드나 선·후불교통카드를 사용해 유선 시내·시외·국제통화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1도수(기본 요금 단위)당 70원이다. /사진=김준하 기자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요즘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이동통신 회선 수는 약 5692만개다. 그런데 대한민국 인구는 올해 기준 5175만명(통계청)이므로 국민 1인당 1대 이상의 휴대폰을 보유한 셈이다. 공중전화를 이용할 일이 거의 없다.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 의원이 공중전화 운영기업인 K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월 평균 공중전화 이용건수는 30.8건, 월 평균 통화량은 25.7분이다. 하루 평균 1명 정도가 1분 미만 이용하는 것이다. 

이용 규모도 작고 수익성도 낮은 공중전화 사업을 KT는 왜 계속 유지할까?

서울 광화문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 오른쪽에 환전 기계가 있다.  /사진=김준하 기자


‘보편적 역무’로서의 공중전화

전기통신사업법은 시내전화, 초고속인터넷과 함께 공중전화를 ‘보편적 역무’로 명시한다. 보편적 역무란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전기통신역무”다. 법률로 정해진 바에 따라 KT는 공중전화를 운영해야 할 의무를 진다. 따라서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운영을 그만둘 수 없다.

공중전화는 위급·재난 상황에서 이용될 수 있다. 공중전화의 통화선은 주로 땅에 매설되어 있어 지진·화재·태풍 등 재난 상황에서도 통신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휴대전화가 제 기능을 못하자 지하철역 등에 있는 공중전화를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 KT링커스는 '충전돼지'와 제휴해 공중전화 부스에서 보조배터리를 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김준하 기자



공중전화 업체 KT링커스의 흡수합병

지난 7일 전국의 공중전화를 유지·보수하는 업체 KT링커스가 KT서비스남부에 흡수합병되기로 결정됐다. 이날 KT서비스남부는 이사회를 열고 합병기일을 의결했고, 다음달 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 21일에 최종적으로 합병된다. 

합병이 결정되기 전부터 KT링커스가 운영하는 공중전화 부스의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한민수 의원이 K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국 공중전화 총 설치 대수는 약 2만4900대였다. 2010년에 15만3000대, 2020년에 3만4000대였으므로 공중전화 부스 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KT 관계자는 뉴시스에 "KT링커스의 인력감소 및 노령화 이슈로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KT서비스 남부와의 합병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한, 흡수합병의 이유는 “공중전화가 전국 단위로 서비스를 하는데, 서비스남부가 호남, 부산, 대구, 강원 등의 담당 지역이 넓어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직원들의 고용에 대해서는 "KT링커스의 현 임금 및 처우를 유지해 수평이동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공중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링커스 로고./사진=KT링커스

김준하 기자 guyblue@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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