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띄운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6만원 인상…MBK “중대한 부정 행위”

고려아연 이날 공개매수가 83만원→89만원↑…영풍정밀 3만5000원
오는 14일 영풍·MBK 공개매수 종료…경영권 성패 갈려
MBK “주주들에 재무·수익적으로 더 나빠질 것”
신종모 기자 2024-10-11 17:28:02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경영권 분쟁을 놓고 대립 중인 가운데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하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보인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했다. 영풍·MBK의 공개매수가인 83만원보다 7.2% 높은 금액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과 영풍·MBK의 공개매수 가격이 동일할 경우 공개매수 기간 및 세금 문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의 불확실성 등이 고려아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최 회장이 불리한 상황을 역전하기 위해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4일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먼저 청약을 하고 남은 물량을 최 회장 측에 응모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물량과 가격 면에서 영풍·MBK보다 유리한 조건을 최종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과 최대 매입 물량을 확대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유통 물량 등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영풍이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이 남아있는 것도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주주들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오른쪽)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BK “공개매수 인상 시 고려아연에 손해·부담 더 크게 확대”

영풍·MBK는 이날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 인상과 관련해 “MBK는 고려아연에 발생하게 될 손해와 부담이 더 크게 확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고려했다”며 “하지만 고려아연 이사회는 주당 89만원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고, 총 매수규모도 기존의 약 2조7000억원에서 약 3조2000억원으로 증가하는 결정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결정이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주주들에는 재무·수익적으로 더 나빠진 회사가 남겨지게 된다”면서 “아울러 회사의 성장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귀중한 재원이 소모돼 회사의 미래 또한 그만큼 불투명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는 철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온 국민이 지켜보고,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진행되는 자사주 공개매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실행하고 완수해 나갈 것”이라면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오는 14일 종료되는 MBK의 공개매수 결과와는 상관없이 법적 절차에 따라 오는 23일까지 진행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철회될 수 있는 것처럼 비공식적인 방식과 풍문으로 거짓 사실을 퍼트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라면서 “법적 책임과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엄정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영풍·MBK, 고려아연 경영 시 부채비율 400%로 치솟아”

고려아연은 제련업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영풍·MBK가 고려아연을 경영할 경우 짧은 시간 부채비율이 400%로 치솟을 것으로 분석했다. 

고려아연은 “일반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의 내부수익률(IRR)을 대략 20%로 가정한다”며 “이를 기준으로 MBK가 공개적으로 약속한 연간 주당 2만5000원의 이익배당, 유동화 가능한 자산 매각과 차입을 통한 특별배당 등을 종합하면 불과 3년 뒤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400%로 급등한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연간 1조2000억원의 현금창출력과 올해 상반기 기준(별도) 부채비율 23%를 유지하는 재무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 상장사와 코스닥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100%를 훌쩍 초과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와 소각이 진행되더라도 부채비율이 70%대를 넘지 않는다. 6년이면 다시 20%대 부채비율로 회복할 수 있는 탄탄한 현금창출력을 갖추고 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고려아연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연평균 약 1조2000억원이다.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일으킨 차입금 약 2조7000억원에 대한 이자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매년 지속해서 배당할 수 있는 현금창출력을 갖고 있다. 

고려아연은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6년간 연평균 약 4800억원의 원리금을 상환해 오는 2030년에 모든 차입금을 갚을 계획이다. 아울러 원리금을 상환하는 기간에도 과거와 유사한 수준의 ‘주당배당금 2만원’을 유지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이번에 발생한 차입금을 모두 갚는 오는 2030년에는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이 2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규모 차입금을 일으킨 지 불과 6년 만에 초우량한 재무구조로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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