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기자 회견서 최윤범 회장 아닌 이제중 CTO 나선다?

이 부회장, 40년간 고려아연 기술·사업 주도
최 회장, 국내외 우호세력 협력 네트워크 형성 분주
신종모 기자 2024-09-24 10:08:06
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고려아연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 관련 입장을 밝힌다. 애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의아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고려아연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고려아연·영풍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과 핵심기술 인력 등이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 1984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온산제련소장 겸 기술연구소장,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40년간 최 오너 일가와 함께 고려아연을 이끈 장본인 셈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최근 영풍의 경영권 인수 시도와 관련한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영풍 측의 경영 능력 부족 지적과 고려아연 사업의 특수성 등도 알릴 예정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은 고려아연의 기술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40년간 근무한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은 기술뿐만 아니라 영풍의 히스토리까지 다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6월 14일 ‘KOREA H2 Business Summit’ 2차 총회에 참석했다.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어디에?

최 회장은 국내외를 돌며 우호세력과의 협력 네트워크 형성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출장을 다녀온 곳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출장 기간 현지 협력사 등 글로벌 기업들과 접촉하는 등 영풍·MBK 공개매수 저지할 전략을 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 회장은 일본에서 글로벌 투자회사 일본 소프트뱅크 측과 회동했다. 소프트뱅크는 고려아연의 든든한 우군 중에 한 곳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소프트뱅크가 스위스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개발 업체인 에너지볼트에 투자할 당시 5000만달러(약 60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자본력을 자랑하는 소프트뱅크가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등판할지 주목하고 있다. 

또 최 회장은 국내에서 대표 우호 기업인 한화그룹과 손잡을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추석 직후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수소·신재생에너지 등 공동 사업을 논의하고 최근 고려아연이 겪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여진다. 

한화그룹은 ㈜한화를 중심으로 수소,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와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하고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과 긴밀한 사업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다만 한화그룹이 영풍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한화그룹 외에도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 고위층과 접촉하면서 지지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대기업이 고려아연과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고려아연을 공개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9일 계열사와 협력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낸 저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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