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총수 지배력 강화? 마지막 변수는...

오는 11월 1일 ‘100조원’ 에너지 공룡 기업 탄생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최태원 회장 지배력 강화 초석?
‘계약해제 가능’ 기준 8000억원 수준
SK “내부 현금 1조4000억원 조달 가능”
신종모 기자 2024-08-27 17:38:59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11월 매출 88조원, 자산 1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탄생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SK E&S와의 합병 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참석 주주 85.75%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주총 출석률(의결권 위임 포함)은 62.76%다.

SK E&S도 이날 주총을 열고 양사 합병안을 승인했다.

SK 서린 본사 전경. /사진=SK


합병건은 주총 특별 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승인되나 이를 훨씬 넘어 대다수 주주들이 이번 합병안에 찬성했다.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와 글래스루이스가 이번 합병안 찬성을 권고함에 따라 참석한 외국인 주주들의 95%가 이번 합병안에 찬성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과 배터리사업에 더해 SK E&S의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사업 등이 결합돼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요구에 대응한 에너지 솔루션 패키지를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합병으로 안정적인 재무 및 손익 구조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LNG, 전력 등과 같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회사 수익의 안정성이 높아지게 된다. 동시에 큰 폭으로 상승된 합병회사의 수익력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도 강화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만 오는 2030년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조2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전체 EBITDA는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열린 '이천포럼 2024' 폐막 세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SK그룹


최태원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되나?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전에는 SK(주)가 가진 SK이노베이션 지분이 36%에 불과했다. 하지만 양사 합병 이후에는 SK(주) 지분 비율이 56%까지 늘어나게 된다. 아울러 SK에코플랜트 지분율도 41.8%에서 62.1%로 모두 과반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SK(주)의 대주주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가가 높은 지배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SK㈜가 보유한 지분가치 중 약 80%가 자회사 지분이며 나머지 20%가 글로벌 자산과 자체 투자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돼 있어 자회사들의 성과가 지주사 가치에 직결되는 구조”라며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반대 왜?

SK이노베이션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반대 결정을 내렸다.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이유였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지난 22일 제10차 위원회를 열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해 결정을 내렸다. 

수책위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비율에 주목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준시가를 주가를 따졌고, SK E&S는 비상장회사라서 본질가치를 따진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최근 3년간 가장 낮게 평가됐는데 자산가치로 합병을 했다면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 이롭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보면 기준시가대신 자산가치로 합병할 수 있음에도 안 한 게 결국 주주이익 침해라는 결론이다. 

수책위 측은 “SK그룹 전체가 아니라 주주로서 우리가 투자한 SK이노베이션의 주식 가치를 봤다”며 “합병 비율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인 측면에서 주주 가치 훼손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10% 범위에서 합병가액 할증 부족도 한몫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이 1대 1.1917417로 설정되면서 일반주주들에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책위는 “SK이노베이션이 합병 비율에 자산 가치가 아닌 시가를 적용했다”며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회사의 주식 가치를 적절히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장법인은 시가로 평가하더라도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10%의 범위 안에서 합병가액을 할증 또는 할인할 수 있다”면서 “최소한 SK이노베이션이 이러한 할증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합병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에게 불리하다며 투자자들에게 합병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는 등 국민연금에 힘을 실어줬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적자에 허덕이는 SK온을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합병이 SK E&S의 안정적인 캐시 플로우(현금 흐름)를 확보해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에 대한 투자 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온은 올해 2분기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공장 가동률 하락,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한 초기 비용 증가 등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승인을 위한 양사의 임시 주주총회이 열리는 27일 오전 서울 SK서린빌딩에 관련 배너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마지막 변수 남아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이날 주총을 통과했다. 하지만 합병 성사에 이르는 마지막 관문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이 변수로 꼽힌다. 

합병 추진 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에 따라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번 주총에서 확인된 찬성률과 현재 주가 흐름 등을 감안하면 합병 무산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 측은 합병을 결정하며 ‘8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매수해야 할 경우 계약을 해제하거나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날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진 주식 수 824만4399주에 SK이노베이션이 공시한 매수 예정가격 11만1943원을 곱하면 9229억원이다.

결과적으로 SK 측이 매수해야 하는 금액은 8000억원을 웃돈다.

국민연금이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SK 측이 6817억원을 매수해야 한다. 이는 SK 측이 준비한 매수금액 8000억원에 가까운 규모다. 내부적으로는 1조원 안팎의 비용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일반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준비한 금액을 넘길 수 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8000억원은 과거 합병 사례를 판단해 설정한 것”이라며 “예상한 범위 내에 주식매수청구권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기간 주가를 부양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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