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SK그룹 2026년까지 80조 원 확보

SK 최고경영진, 이천 SKMS연구소서 밸류체인 정비·SKMS 등 논의
최태원 회장 “미래 준비·질적 성장 위해 선제적·근본적 변화 필요”
2026년까지 80조 원 확보…AI/반도체 등 미래 투자 진행
CEO들, ‘관리 가능한 범위’ 조정 합의…각 사별 내부 절차 거쳐 단계적 추진
신종모 기자 2024-06-30 16:42:24
“미래 준비와 ‘질적 성장’ 위해 선제적·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SK그륩 회장이 지난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진행된 2024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경영회의에는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이상 화상 참석),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여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 방향에 뜻을 모았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금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며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가 강점을 갖고 있는 ‘에너지 솔루션’ 분야도 글로벌 시장에서 AI 못지않은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 회장은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이어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다가올 시장의 큰 파고(Big Wave)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미래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밸류체인 정비 등 근본적인 체질 변화에 나선다. SK 경영의 근간인 SK경영관리시스템(SKMS) 정신을 기반으로 ‘운영 개선’ 등 ‘경영의 기본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SK 최고경영진은 지난 상반기 동안 밸류체인 재정비 등을 위해 운영한 다양한 태스크포스(TF) 활동 결과를 공유하고 후속 논의를 진행했다. 각 사는 합의한 방향성에 맞춰 올 하반기부터 각 사별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우리에게는 ‘질적 성장’ 등 선명한 목표가 있고 꾸준히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며 “각 사별로 진행 중인 ’운영 개선’ 등에 속도를 내서 시장에 기대와 신뢰로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원 의장은 사업 재조정 과정에서 컴플라이언스(준법) 등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준수, 이해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이고 진정한 소통 등을 강조했다.

2026년까지 재원 80조 원 확보…올해 세전이익 20조 원 이상 목표

SK 경영진은 이번 회의에서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으로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 투자와 주주환원 등에 활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운영 개선을 통해 3년 내 30조 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목표도 포함됐다.

앞서 SK그룹은 지난해 10조 원 적자를 기록한 세전이익이 올해는 흑자로 전환해 22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오는 2026년 세전이익 목표는 40조 원 대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AI/반도체 투자를 통해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AI 반도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 개인형 AI 비서(PAA)를 포함한 AI 서비스 등 AI 밸류체인을 더욱 정교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오는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총 103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0%(82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은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간 3.4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 CEO들은 AI/반도체 밸류체인에 관련된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다음 달 1일부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위원장으로 보임하기로 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CEO들, 전체 계열사 수 조정 필요성 공감…유연근무제 등 시행

이번 회의에서 CEO들은 앞으로 중복투자 해소 등을 하는 과정에서 전체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공감하고 각 사별 내부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우량 자산은 지속해서 내재화하고 미래성장사업 간 시너지는 극대화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는 방침이다.

이틀간 20여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을 벌인 경영진들은 사업 재조정 등 못지않게 그룹 고유의 경영체계인 SKMS와 수펙 추구 정신의 회복과 실천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 

SKMS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지난 1979년 처음 정립했으며 지난 45년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며 고도화되고 있는 SK 경영의 근간이다.

CEO들은 “도전적인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다가올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 구성원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정신으로 합심해야 한다”며 “최고 경영진부터 SKMS의 핵심 중 하나인 ‘자발적·의욕적 두뇌 활용(VWBE)’ 정신과 겸손한 자세로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발휘하자“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이번 경영전략회의 이후에도 SKMS를 이천포럼(8월)과 CEO세미나(10월)로 이어지는 주요 경영회의체에 토론 의제와 중점 과제로 정해 각 사별 실천 활동을 공유하고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구성원들이 SKMS 정신을 발휘하면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지속해서 찾아 고도화해 나가기로 했다.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업무환경 조성을 위해 도입한 ‘유연근무제’ ‘해피 프라이데이’ ‘재택근무’ 등도 사별 여건에 맞게 계속 시행하기로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다가올 큰 기회에 대비해 성장의 밑거름을 충분히 확보하자는 것이 이번 회의의 출발점이자 결론”이라며 “미래 지향적인 투자 활동은 SK 기업가치 제고 외에 경제 활성화 등을 통해 국가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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