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이혼 소송서 SK C&C 주식가치 급부상 ‘왜’

최 회장 측, 재판부 SK C&C 주식가치 책정 오류
신종모 기자 2024-06-18 09:47:31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SK㈜로 합병된 SK C&C(전 대한텔레콤)의 과거 주식 가치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SK C&C는 지난 1991년 유공과 선경건설이 통신사업 진출을 위해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만든 회사다. 

최태원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지난 17일 최 회장이 지난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의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나란히 출석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소영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 오류의 핵심이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오류에 근거,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SK C&C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대한텔레콤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이 현재 SK㈜의 가치를 따져보는 근간이 되는 이유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장남인 최 회장에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 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같은 해 11월, 당시 누적적자 수십 억 원 이상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당시 SK그룹은 최 회장이 4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SK C&C를 통해 법적 지주회사인 SK㈜를 장악했다. SK㈜는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를 지배하며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다시 SK C&C의 지분을 가진 순환출자구조로 돼 있었다.

최 회장→SK C&C→SK㈜→SK텔레콤·SK네트웍스→SK C&C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SK그룹은 지난 2009년 SK C&C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 구축에 나섰다.

SK C&C는 지난 2015년 SK C&C와 SK㈜를 합병하며 일원화된 사업형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현재 최 회장은 3월 말 기준으로 지분 17.73%를 보유한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SK C&C의 과거 주식 가치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최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최 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 측은 SK C&C의 주당 가치는 최 선대회장의 시절인 1994∼1998년 8원에서 1000원으로 125배 성장한 했다. 하지만 최 회장 시절인 1998∼2009년에는 1000원에서 3만5650원으로 35.5배 성장했다.

최 회장 측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주요 SI 3사의 매출 증가율을 제시한 바 있다. 

대한텔레콤의 경우 최 선대회장 시절 연평균 158.3% 성장하며 LG CNS(30.4%)와 삼성SDS(27.9%) 대비 급격한 성장을 보였다. 반면 최 선대회장 별세 이후인 1999년∼2015년에는 대한텔레콤 11.4%, LG CNS 9.6%, 삼성SDS 8.5%로 비슷한 수준이다.

최 회장 측은 재판부가 최 선대회장 사망 이전과 이후 회사의 성장률을 잘못 판단해 승계 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SK㈜ 주식 가치가 상속(승계)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 자리에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신종모 기자

항소심 재판부 오류 인정…주식 가액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 수정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994년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실제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날 최 회장 측의 주장처럼 1998년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판결문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에서 35.6배로 수정했다. 대신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125배로 늘어나게 됐다.

재판부는 전날 최 회장 측의 주장처럼 1998년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판결문을 수정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오류가 고쳐졌다고 해서 판결 결과까지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주문까지 수정하지는 않았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재판부 경정 결정은 스스로 오류를 인정했다는 것이나, 계산 오류가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최 회장이 '자수성가한 재벌 2세'라는 모순에 빠지게 됐다”면서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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