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재산분할서 명백한 오류…상고 통해 바로 잡겠다”

최 회장, 이날 언론 대상 항소심 설명회 직접 참석
최 회장 “국민께 걱정·심려 끼쳐 죄송…경영 활동 충실하게 이어갈 것”
이형희 위원장 “6공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반드시 바로잡고 싶다”
최 회장 법률 대리인 “주식 가치 산정 항소심 재판부 심각한 오류 범해”
신종모 기자 2024-06-17 13:43:56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7일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조 단위 재산분할 판단 등에 영향을 미친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며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 자리에 직접 등장해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애초 이날 자리는 SK그룹과 최 회장의 법률대리인 측이 항소심 재판에서 발견된 오류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기 위하 자리였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직접 입장을 밝히고자 참석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스마트에프엔


최 회장은 “재산 분할 관련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지적하며 “SK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고 ‘6공화국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판결 내용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뿐 아니라 SK그룹 모든 구성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판결과 관계없이 제 맡은 바 소명인 경영 활동을 좀 더 충실히 잘해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이번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며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희 위원장은 “오히려 6공과의 관계가 이후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 및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면서 “상고심을 통해 회사의 명예를 다시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전했다.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나란히 출석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C&C 주식 가치증가 기여분 최소 10배 오류”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날 최 회장이 지난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의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말했다.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 오류의 핵심이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오류에 근거,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대한텔레콤(현 SK C&C)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대한텔레콤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이 현재 SK㈜의 가치를 따져보는 근간이 되는 이유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장남인 최 회장에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 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같은 해 11월, 당시 누적적자 수십 억 원 이상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지난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①1994년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②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5월 주당 100원, ③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에 이날 청현 회계법인 한상달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는다”고 밝혔다.

실제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 기여도가 선대회장의 기여도보다 훨씬 크다고 전제하며 최 회장에 내조한 노소영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 재산 분할 비율을 65대35로 정함으로써 약 1조3800억 원의 재산 분할을 판시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다른 기여분에 대해서도 다뤘지만 사실상 SK㈜ 주식의 가치 성장이 재산 분할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이라고 봤다.

최 회장 법률 대리인 “이러한 재판부 결정에 기초가 된 계산 오류를 바로잡는다면(100원→1000원)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애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이 35.5배로 10분의1배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또한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하였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재산 분할 판단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숫자에 결함이 있는 만큼 ‘산식 오류→잘못된 기여 가치 산정→자수성가형 사업가 단정→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재산분할 비율 확정’으로 이어지는 논리 흐름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심각한 오류와 더불어 ‘6공 유무형 기여’ 논란 등 여러 이슈들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다시 받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법원 판단이 존중받아야 함은 당연하다”면서 “다만 항소심 판결에 나타난 객관적인 오류와 잘못된 사실 인정에 근거한 판단에 대해서는 상고를 통해 바로잡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외에도 항소심 재판부가 6공의 기여 존재 여부 등 중요한 이슈에 대해 그 판단 내용을 외부에 직접 공개하고 오해의 소지가 많은 실명의 가사 판결문이 무차별적으로 온라인에 유출돼 게시되고 있다”며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 기정사실화되고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부득이 최 회장 측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힐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SK그룹 관계자는 “SK와 구성원들의 명예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곡해된 사실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일을 다 할 예정”이라며 “물론 부단한 기술개발과 글로벌 시장 개척 등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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