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항소심…“최태원, 노소영에 1조3808억원 현금 재산분할”
2024-05-30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경영 행보에 적지 않은 리스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 30일 원고(최태원 회장)이 피고(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 665억 원의 20배가 넘는 규모다.
재판부는 “최 회장인 노 관장과 별거 이후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219억 원이상을 지출하고 가액 산정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며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보고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며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두 사람의 합계 재산을 약 4조 원으로 봤다. 이를 토대로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1조 원 넘는 재산분할 액수 어떻게 마련할까
재판부는 1조 원이 넘는 재산분할 액수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했다.
다행히 최 회장의 지분을 쪼개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피했다. 하지만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의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SK㈜ 지분 외에도 SK케미칼(6만7971주·3.21%), SK디스커버리(2만1816주·0.12%), SK텔레콤(303주·0.00%), SK스퀘어(196주·0.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비상장사인 SK실트론의 지분 29.4%도 보유 중이다.
최 회장은 보유 지분을 담보 대출과 SK실트론 지분 매각 등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 종가 기준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가치는 약 1조8700억원이다.
지주회사인 SK㈜는 SK텔레콤(30.57%), SK이노베이션(36.22%), SK스퀘어(30.55%), SKC(40.6%)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앞서 ‘소버린 사태’로 인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지난 2003년 SK㈜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리는 등 SK의 최대주주로 부상해 최태원 SK 회장 퇴진 등을 요구했다.
이후 지난 2004년 3월 SK㈜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이 승리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결국 소버린은 지난 2005년 7월 SK㈜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경영권 분쟁 사태가 마무리됐다.
‘정면 돌파’ 최 회장, 이혼소송 상고 결정
최 회장 변호인단은 재판 결과에 유감을 표하며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지난 30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항소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 그동안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단 하나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향적으로 판단한 것은 심각한 사실인정의 법리 오류”라며 “비공개 가사재판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반대의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 경영권 리스크 현실화되나
최 회장이 이번 판결로 향후 경영 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 연구개발(R&D)이나 시설투자 등이 적기에 이뤄져야 하는데 공격적인 투자와 경영 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재판부의 판결이 최 회장 개인과 SK그룹 전체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향후 경영 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 회장이 상고를 결정한 만큼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며 “그 기간 동안 재산분할 지급액 마련 방법을 찾으면서 동시에 예정된 R&D·시설투자 등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엎치락뒤치락 혼돈의 이혼소송…누가 웃을까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지난 198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이후 최 회장이 지난 2015년 12월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노 관장과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최 회장의 이혼 요청에도 노 관장은 응하지 않고 부부관계를 지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최 회장이 지난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이들은 지난 2018년 2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식 이혼소송 절차를 밟았다.
최 회장이 제기한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9년 12월 노 관장이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내면서 두 사람의 법정 다툼이 본격화됐다.
노 관장은 이혼에 응하겠다며 반소를 내면서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중 42.29%(650만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요구 주식 비율을 50%로 확대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22년 12월 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1심 판결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로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노 관장은 재산분할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노 관장은 지난 2022년 12월 19일 “최 회장 소유의 SK 주식을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해 제외한 부분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위자료 30억 원과 재산분할 현금 2조 원으로 청구 내용을 변경했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은 지난해 11월 재판 종료 이후 취재진과 만남에서 “최 회장이 지난 2015년 김 이사장과의 관계를 밝힌 이후에만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며 “노 관장과 자녀들이 가족으로 생활하면서 최 회장의 지출을 통해 영위한 돈보다 몇 배 이상 많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봤다“면서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