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라인' 네이버 쫓아내기 현실화?...신중호 CPO 퇴임·네이버 위탁 종료

김효정 기자 2024-05-08 18:09:02

일본 정부가 노골적으로 자국 내에서 한국 기업 네이버 퇴출에 나서고 있다.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사용되는 라인 서비스에서 한국 기업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자국 기업인 라인야후가 운영하라는 압박이 거세지는 형세다. 

사진=네이버 라인 


8일 라인야후는 이사회를 열고 신중호 대표이사 겸 최고상품책임자(CPO)의 사내이사 퇴임 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신중호 라인야후 CPO는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우며 라인 서비스의 일본 시장 안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라인야후 실적 발표 자리에서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대표는 "시큐리티 거버넌스의 개선과 강화를 위해 이사회에서 사내 이사를 한 명 줄이는 대신, 사외 이사를 늘려 보다 독립적인 경영 체제를 갖춘다"고 설명했다.

모양새는 신준호 CPO와 일본 소프트뱅크 측 인사인 오케타니 타쿠 이사 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이사직에서 물러나, 라인야후 사내이사는 기존 4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다. 특히 신 CPO의 경질로 인해 라인야후 이사회에는 한국인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이 같은 한국 기업의 퇴출 압박에 대해, 표면적으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약 52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 기업의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정보 사건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또한 이날 라인야후는 라인 서비스에 대한 네이버 위탁 업무도 순차적으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가 개발한 라인 메신저에 대해 향후 일본 기업이 기술 독립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 또한 한국 기업 네이버의 흔적은 삭제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네이버 위탁 업무 종료는 '네이버에 맡긴 IT 인프라 업무를 분리하라'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를 따른 조치다. 이러한 행정지도는 법적인 강제 사항은 아니다. 

일본 정부, 네이버의 지분 강제 매각 압박...아직 결정된 바 없다

이날, 그러나 가장 민감한 지분 매각 이슈에 대해서 라인야후 측은 말을 아꼈다. 네이버가 가진 라인야후 지분을 강제 매각시켜, 사실상 한국 기업의 퇴출을 강제하는 것이라 외교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서 일본 정부는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행정지도에서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다.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하게 하는 불법적인 참견이다.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정부가 관여해 빼앗는 행위기 때문에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최대주주인 A홀딩스 주식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만약 단 1주라도 주식을 소프트뱅크에 넘긴다면 라인야후 경영권은 소프트뱅크로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

라인야후는 "현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협상을 진행 중이고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네이버는 일본 총무성의 기술독립 등 행정지도 사안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부당한 지분 매각 압박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외교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기업의 해외 사업과 투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도 일본 정부의 네이버 지분 매각 압박에 대해 "외교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와 매우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 대응에 대해 일일이 다 이야기하는 게 오히려 네이버 입장을 저해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강 차관은 "(이 문제와 관련한) 과기정통부의 입장은 굉장히 강경하다고 다시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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