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 지분 매각 갈등…韓·日 외교 문제로 번질까?

소프트뱅크,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정리 요구
정부, 자국 플랫폼 보호 입장 고수…일본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
전문가들 "근거 없는 과도한 개입…한국 정부 대응 시급"
황성완 기자 2024-04-29 10:04:49
일본 정부가 네이버 측에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의 경영권을 내놓으라는 비상식적인 압박을 행사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지만, 해외에서 자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몰상식한 압박에 대해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자칫 양국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네이버 라인. /사진=네이버

일본 정부, 작년 11월 발생 고객 정보 유출 빌미로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정리 요구

29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라인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책임을 물어 최근 네이버에 '라인야후(LY주식회사)' 지분 정리를 요구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NHN재팬에서 2011년 개발해 현지에서 9600만명이 사용하고 있는 라인과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를 서비스하는 회사로 시가총액은 약 25조원이다.

라인야후는 지분의 64.5%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인 'A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갖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지분을 가져올 경우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 주도권을 쥐게 된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고객정보 유출 사고를 빌미로, 경영권 장악에 나섰다. 당시 라인의 고객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 클라우드가 해킹되면서 51만명의 라인야후 고객정보가 유출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달 초 "네이버의 관리·감독이 부적절했다"며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는 것을 포함한 행정지도를 했다. 이후 라인야후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총무성은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16일 다시 행정지도를 내렸다.

라인야후는 지난 26일 다시 제출한 보고서에 ‘한국 네이버와의 시스템 분리를 조기 실시하고, 이를 완료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며 재검토해 나가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라인야후는 2026년 12월까지 네이버 및 네이버 클라우드와의 시스템 분리를 완료한다는 방침이었는데 이 시기가 더 앞당겨진 것이다.

이로 인해 네이버는 약 13년 간 공들여 세계적인 메신저로 키워낸 라인을 일본에 넘길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1년 6월 일본에 라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재 일본 내에서 한 달에 1번 이상 이용하는 사람 수가 9600만명에 이르는 등 일본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다. 라인은 태국(5500만명), 대만(2200만명), 인도네시아(600만명) 등 아시아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자랑해 전세계적으로 이용자가 2억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글로벌 전략에 따라 지분에 대한 부분은 검토하면서 결정하겠다면서도, 현재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해외 기업이 지분을 가진 플랫폼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글로벌 전략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유심히 보고 있다"고 언급한 만큼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쳐

정부, 일본 정부 과도한 개입이라며 '자국 플랫폼' 보호 입장 고수

이와 관련해 정부도 이같은 조치는 일본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자사 SNS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발생한 네이버 클라우드 해킹 사건으로 라인 앱 이용자의 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며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소프트뱅크가 주도권을 쥐도록 행정지도로 지분매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인데 납득할 수 없는 과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가 일본 이용자 정보를 불법 활용한 것도 아닌데 정보를 악용한 적대국의 기업에게나 적용할법한 과도한 조치로 압박에 나서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외교적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국혁신당도 지난 27일 성명을 통해 "기업의 개인정보 보안이 문제 될 경우 보안에 대한 기술적 취약성 보완 조치를 명령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일본 정부가 우리 기업을 탄압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라인 갈등…한·일 간 외교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실제로 국내 정부가 자국 플랫폼을 보호해야 한다고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자칫 한국·일본 등 양국의 외교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라인야후 사태가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외교 문제 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한일 양국도 여러 채널을 통해 원만한 마무리에 나서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관련기업과 유관기관에서도 선제적 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미국의 중국 틱톡 때리기나 구글코리아 보호 움직임에서 볼 수 있듯 플랫폼은 장기적인 국익 차원의 문제가 됐다"며 "우리 정부도 라인 사태에 관심을 갖고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역시 현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네이버 측과 소통을 하면서 지금까지의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네이버가 일본 총무성의 행정 지도에 대한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할 지 현 상황을 면밀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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