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피해 교회 컨설팅?…‘유사’ 언론의 이상한 보도 윤리

하야방송, ‘권순웅 매관매직’ 의혹 내용 취재했다면서
“녹음파일 존재하지 않아 보도하지 않았다”…언론 윤리 주장
취재력 못 미친 비(非)보도 사안과 ‘사실과 다르다’ 판단은 별개
과거 ‘목사 성폭행’ 교회 비대위에 컨설팅 대가 1천만 원 요구
당시에도 권순웅 목사가 중재…하야방송-권 목사 ‘수상한 관계’ 
‘언론’ 사칭했지만. 또 다른 의혹만 낳은 해명
“문제의 녹취록 누가 의뢰했고, 음원 누구에게 있나”
고진현 기자 2024-05-06 15:25:29
[스마트에프엔=고진현 기자] 예장합동 전 총회장 권순웅(주다산교회) 목사의 ‘매관매직(賣官賣職)’ 의혹이 좀 더 깊숙한 배경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앞서 본지 지난 4월 29일 자 보도를 통해 권 목사가 2022년 총회 임원선거 과정에서 부서기 경선에 출마했던 김종철 목사에게 금전을 요구했던 정황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권 목사와 연관성을 의심하게 하는 기관은 한 유튜브 방송 매체이다. ‘하야방송’이라는 해당 매체는 권 목사를 대신해 본지 보도를 반박하는 취지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 역시 현 오정호 총회장이 ‘명품 교단’을 만들기 위해선 철저히 조사해야 할 사안이다.

사진=유튜브 하야방송 캡쳐

6일 스마트에프엔 취재를 종합하면 이른바 ‘하야방송(이하 해당 유튜브)’은 지난 3일 본지 보도를 인용하며 “사실과 다른 러시안 룰렛 같은 기사를 멈춰야 한다”며 녹취록을 문제 삼았다.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 대해 “(해당 유튜브가) 각종 제보 및 취재를 통해 들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한 사문서에 불과하다”며 “그렇기에 그동안 보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확한 녹음파일 또한 존재하지 않기에 ‘본 녹취록에(의) 음원은 의뢰인이 보관하며 분실 시 무효’라고 적시된 부분에 의거해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본지가 단독 입수한 문제의 녹취록을 자신들도 갖고 있으며, 녹취록에 대응하는 원본 녹음파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보도하지 못 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이어 녹취록을 근거로 권순웅‧김종철 목사를 의혹의 대상으로 지목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해당 유튜브는 “녹취 문건에는 대상들이 남자1, 남자 2로 나눠 대화 내용이 작성되어 있고 서로를 부르는 호칭 또한 ‘과장’과 ‘회장’이라고 언급되어 있다”며 “보수교단인 예장합동에서 목회자를 ‘과장’이나 ‘회장’이라고 부른다는 점 또한 의문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종합하면 자신들은 사실로 입증할 수 없었던 녹취록을 기사화한 것이 문제이고, 취재원이 자신들과 겹치며, 해당 유튜브로선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도했으니, 본지의 언론 윤리가 문제라는 식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는 논리적인 허점이 다수 존재한다. 우선 해당 녹취록은 문제의 유튜브로부터 넘겨받은 문건이 아니다. 최초 보도에서 언급했듯이 예장합동 총회 관계자로부터 남자 1과 2의 신원이 권 목사와 김 목사를 지목한다는 증언을 들었고, 그 같은 증언은 녹취록의 존재 자체를 넘어서는 추가 취재의 영역이다.

‘보수교단’ 예장합동에서 목회자를 과장이나 회장이라고 부른다는 점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남자 1과 2가 목회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사실이 전혀 아니다. 기사에 인용한 A씨(남자 1)는 B씨에게 ‘이 과장’이라고 호칭하다가도 특정 대목에선 B씨에게 ‘목사’라고 칭하며 부서기 선거 경쟁자의 실명을 언급한다. B(남자 2) 역시 A에게 ‘회장님’이라고 부르는데, 제106 총회 당시 교단 부총회장이었던 권 목사를 상기시킨다. ‘부회장’에게 ‘회장’이라고 칭하는 것은 존대의 의미로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어법이다.

해당 유튜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혹의 중대성에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선거를 위해 조직을 가동하려면 현금이 필요하다’, ‘자금은 실명 계좌로 주고받을 수 없으니 직접 전해주거나 차명 계좌를 이용해달라’ 등의 요구가 주요 골자다. 사실이라면 총회 자리를 매개로 금전을 주고받은 ‘매관매직’ 혐의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을 확인하려는 노력 대신 ‘녹취 파일이 없고, 호칭이 목사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다’라고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조직적인 비리를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당 유튜브는 짐짓 ‘언론 윤리’를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가장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취재 윤리와는 가장 대척점에 있는 ‘반(反) 언론, 유사(사이비) 보도’의 입장에 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해당 유튜브가 권 목사와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은 앞서 제기된 바 있다. 경기 분당 월드행복비전교회(현 새기쁨교회)에서 천 아무개 목사의 신도 상대 ‘성폭행’, ‘자금 유용’ 의혹 등이 불거졌던 2023년 3월 당시 예장합동 총회장이었던 권 목사가 ‘중재’를 자처하며 해당 유튜브를 피해자 측인 교회 비대위에 소개한 바 있다.

당시 교회 비대위(현 운영위) 구성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권 목사는 “내가 속한 평서노회로 교회의 소속을 옮기자. 교회(권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교회) 성도인 변호인을 소개하겠다. 지금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컨설팅이 필요하다” 등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본보 2024년 1월 29일자 <[단독]‘목사의 성폭행’ 월드행복비전교회, 권순웅 전 총회장 ‘부적절한’ 중재 논란> 기사 참조)

피해 교회 비대위는 결국 권 목사가 소개한 해당 유튜브 유성헌(대표 겸 국장) 가 요구한 컨설팅 비용 1000만원 중 500만원을 먼저 지급했다. 그러나 하야방송은 언론으로서 역할과 교회를 위한 도움을 주지 않았다.

해당 유튜브의 문제점에 대해선 다른 매체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뉴스앤조이’는 2023년 11월 23일자 보도에서 “교회 교인들은 권순웅 목사의 조언대로 (2023년) 4월 6일 하야방송 유성헌 목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 목사는 ‘컨설팅 계약서’를 내밀었다...(중략)...이 계약은 비밀이고, 밖으로 누설할 시 2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라고 썼다.

해당 유튜브는 ‘언론’을 자처하며 본지의 보도를 문제 삼고 나섰지만, 그 같은 움직임의 배경은 언론 윤리 그 자체보다 권 목사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마저도 권 목사에게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더 큰 수렁으로 빠져들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해당 유튜브의 해명 때문에 또 다른 의혹이 추가적으로 제기되기 때문이다.

예장합동 총회 부서기 자리를 놓고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녹취록. 문제의 녹취록은 누가 필경을 의뢰했고, 원본 음원 파일은 현재 누구에게 있나?

고진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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