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4-11-21
[스마트에프엔=고진현 선임기자] 제109회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총회를 기회로 삼아 불법적인 사익을 추구하는 행태가 또 발생했다.
지난 19일 합동 총회 산서노회 소속이었다가 면직 처분된 이능규 전 목사는 기자회견을 자처해 ‘총회 재판국장인 권재호 목사에게 징계 무효를 위한 청탁의 대가로 100만원을 보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는 취지의 폭로성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22일 스마트에프엔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목사의 폭로 회견은 대부분의 내용이 허위이거나 과장됐고, 심지어 권 목사에 대한 무고(誣告) 혐의가 짙어 보였다. 권 목사는 자신의 자동차 안에 이 전 목사가 던져놓고 떠난 돈 봉투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뿐 아니라, 추후 협박 과정에서 계좌 송금 방식으로 전액을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이 전 목사는 취재 과정에서 ‘징계 무효’를 도모하기 위한 의도로 100만원을 주려고 했던 시도를 시인했다. 일련의 사건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이 전 목사에 대해 무고죄뿐 아니라, ‘준 사람만 있고, 받은 사람이 없는’ 뇌물죄 혐의가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인 셈이다.
이 전 목사는 과거에도 이른바 ‘함정 뇌물’ 사건으로 교단의 지탄을 받은 바 있고, 무고한 목사를 음해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능규, ‘불법 면직’ 탄원했으나 ‘기각’…“유전무죄, 무전유죄”
인터넷매체 ‘기독교종합신문’은 지난 20일 “80 넘은 늙은이의 100만원이 힘을 못쓰고 말았네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교회발전연구소 대표’로 자신을 소개한 이능규 전 목사의 기자회견문을 게재하고, 이 전 목사가 총회 재판국장인 권 목사에게 권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교회인 도성교회(서울남노회) 앞에서 100만원을 전달했다는 내용과 함께 “재판국장이 재임 중에 청탁과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나기에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문의 내용은 권 목사가 북일교회(이리노회)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지 못 했기 때문에 감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를 앞세워 짐짓 공익을 위한 회견의 외양을 띄려고 의도하고 있으나, 핵심적인 내용은 이 전 목사 자신이 “산서노회로부터 불법적으로 면직을 당하고 10년 이상 불법에 맞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전 목사는 “(올해) 8월 18일 도성교회를 찾은 자리에서 100만원을 권재호 목사에게 주었으나 전혀 도움이 안 되어 돌려주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면 세상에서도 비판을 받는데 총회가 이런 식으로 재판한다면 총회재판을 신뢰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항변했다.
◆“차 안에 던져놓고 간 100만원, 인지 즉시 계좌 송금으로 반환”
권 목사는 스마트에프엔과의 통화에서 이 전 목사가 지목한 ‘8월 18일’ 사건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느닷없이 2부 예배에 오셨더라. (이 전 목사가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한 가운데 교회 식당이 복잡하니 국수나 한 그릇 먹고 가시라고 대접하고 차에 탔는데 돈을 내밀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권 목사는 “왜 이러시느냐”며 돈을 건네는 것을 만류한 뒤 거꾸로 여비 조로 10만원을 건네주고 이 전 목사를 돌려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한사코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이 전 목사가 자동차 조수석 한 편에 돈 봉투를 던져놓고 간 것이 나중에 발견됐다. 현금 100만원 담겨 있었던 흰색 봉투에는 ‘교회발전연구소 대표’라는 직함과 함께 이 전 목사 명의의 모 시중은행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권 목사는 즉시 100만원을 계좌로 송금했다. 송금 명의를 ‘권재호’라고 하지 않고 ‘이능규’로 적었다고 했다.
이 같은 사건이 있은 뒤부터 이 전 목사의 협박이 이어졌다는 것이 권 목사의 증언이다. 100만원을 줬는데, 금액이 많지 않아서 청탁이 성사되지 않았다느니, 분명히 계좌로 송금을 했는데도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권 목사는 이 전 목사에 의해 뇌물을 받고도 청탁을 들어주지 않는 파렴치한 사람이 돼 있었다. 제109회 총회에서 재판국장 직을 사임하는 그는 모함에 가까운 ‘함정 뇌물’ 사건에 대해 “이제 은퇴가 얼마 안 남았는데, 마지막에 참 명예가 웃기게 됐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이능규, 과거에도 ‘함정 뇌물’, ‘협박’, ‘명예훼손’ 문제 돼
이 전 목사는 스마트에프엔과의 통화에서 사실관계 대부분을 시인했다. “재판을 잘 봐달라고 준 돈이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미련해서 그렇다”라고 자인하기도 했다. 돈을 직접 건넨 것이 아니라, ‘던져 놓고 왔다’라는 지적에도 “(자동차 자리) 옆에 놓고 내렸지. 그러니까 (권 목사가) 안 받는다고 제츠쳐를 해서”라고 답했다. 다만 권 목사가 계좌로 송금했다는 증언에 대해선 “통장에서 못 봤다”라고 말했다.
이 전 목사는 청탁 시도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내가 실수했지만, (권 목사가) 돈을 받고도 재판을 반대로 했다”는 입장만은 굽히지 않았다.
이 전 목사의 일련의 행각을 전해들은 주변 인물들은 하나 같이 그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목사 ‘면직’ 사건과 관련된 한 인사는 그에 대해 “xx치 중의 xx치”라며 “하나님도 눈에 안 뵈는 인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주변의 증언에 따르면 이 전 목사는 당초 소속됐던 서울 동노회에서 교회자금 ‘횡령’ 혐의가 문제가 돼 피소를 당했었다. 모 장로에게 500만원을 주고 합의를 본 뒤 산서노회로 옮겼다. 그런데 막상 노회를 옮기는 데 성공하자, 자신에게 합의를 봐준 해당 장로에게 “뇌물을 받았다”라는 혐의를 제기해 합의금을 돌려받았다고 했다.
청탁을 위해 돈을 전달한 뒤 목적을 달성하면 “뇌물을 받았다”는 함정을 파는 패턴이 과거에도 반복됐었던 셈이다. 이 전 목사를 그렇게 옮긴 산서노회에선 성(性) 관련 추문에 휩싸인 끝에 제명당했다고 했다. 그렇게 면직된 일이 10년이 넘게 된 과거의 일이고, 당시부터 현재까지 줄기차게 총회 재판국에 ‘해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전 목사에게는 과거 총회 소속 한 목사에게 ‘여성 문제’를 모함해 파문을 일으켰다가 무고로 확인된 뒤 명예훼손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이력도 있다.
그럼에도 버젓이 언론인 행세를 하며 총회 주변을 맴돌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건에서 그의 기자회견문을 실어준 인터넷매체 ‘기독교종합신문’의 담당 기자 역시 ‘언론인의 자격’이 문제된 바 있다. 모 목사로부터 식대를 명목으로 현금 수백만 원을 수령한 뒤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목사 주변의 행각을 계기로 총회 차원의 ‘유사언론’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총회가 ‘출입 기자’의 자격 요건을 구체적화하고, 기자단 혹은 홍보실 등의 기관을 통해 ‘가입 요건’에 맞지 않는 ‘사이비 기자’를 걸러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진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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