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현의 ‘반석(磐石)’] 갑자기 사라진 ‘천안중부교회 고발장’…왜? 배후는 누구?

천안중부교회 최모 집사, K‧ L 목사 ‘배임’ 혐의 경찰 고발
예장합동 전 임원 K목사, L목사로부터 ‘7천만원 수수’ 혐의
6월 한 매체 및 목사 SNS (교회발전연구소) 대화방 등에 실렸던 고발장 전문 삭제
삭제 배후에 ‘재정 비리’ 김종천 목사 지목…교계 “탄원서인가”
무고의 경우 ‘명예훼손’ 우려, 삭제한 듯…‘기획 고발’ 논란
고진현 기자 2024-07-02 17:06:44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총회장 오정호 목사) 소속 천안중부교회가 겹겹의 악재에 쌓여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정 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두 파로 갈라진 비정상적인 상태가 노회의 부재로 인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곪을 대로 곪아버린 부조리를 드러내는 또 다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문제의 중심에는 한 고발장이 있다. 해당 고발장은 천안중부교회에 파송돼 임시 당회장인 L목사가 K목사에게 청탁성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 제기가 핵심 내용이다.

첨예한 쟁점이 존재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수사의 은밀성을 유지한 채 경찰이 다뤄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지난 5월 고발 직후인 지난달 6월 한 인터넷 매체가 ‘폭로성’ 고발장을 기사 형식을 빌려 전격 공개했다. 고발장은 약 400명의 목사가 모인 SNS 대화방에도 게시됐었다. 현재는 매체와 대화방 모두에서 고발장 전문이 삭제된 상태다.

고발장 공개로 공격받는 쪽은 L목사와 K목사다. 현재 L목사는 ‘재정 비리’ 의혹에 떠밀려 당회장 직이 법률적 다툼에 있는 김종천 목사와 대립 중이다. 교계에선 고발장이 마치 김 목사의 탄원서 같이 읽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발장 공개의 배후에 김 목사가 있다는 이른바 ‘기획 고발’ 논란이 일어나며, 파문이 커지는 모양새다.

천안중부교회 전경.

2일 스마트에프엔 취재를 종합하면 문제의 고발장이 기사화되도록 종용한 배후로 분쟁 당사자인 김종천 목사가 지목됐다. 기사와 고발장을 실은 매체 관계자 A씨는 통화에서 “김종천 목사가 (기사화를) 부탁했다는 얘기가 있다”라는 질문에 “그렇죠. (김종천 목사와) 통화하면서 그런 게 있다고 해서, 그런데 그게 지금 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서 내려놨다”고 밝혔다.

A씨는 “고발장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김종천 목사가 했느냐”라는 질문에도 “네. 그냥 이제 그런 건이 있다고 해서 기사로 그냥 만들어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발인으로 적시된 천안중부교회 최모 안수집사가 고발장을 김 목사에 제공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고발장 폭로의 배후로 지목된 데 대해 김 목사는 통화에서 “확인을 해보겠다”라고 답한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고발장에는 두 파로 나뉘어 예배를 별도로 드리고 있는 천안중부교회 사태와 이 같은 사태를 촉발한 ‘재정 비리’ 의혹, 이후 사태 해결을 매듭짓지 못한 충남노회, 역시 충남노회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총회와 관련된 내용들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2021년 천안중부교회 한 집사의 ‘횡령’ 사건이 교회 자체적인 재판에 의해 종결된 뒤 김 목사에게 일부 신도들이 제기했던 ‘재정 비리’ 의혹. 이후 충남노회의 면직 판결. 충남노회의 지위와 권한에 관련해 법원이 내린 판결 등이 정리돼 있다.

고발장은 지난 판결을 근거로 김 목사의 당회장 지위가 지속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제107회 총회(당시 총회장 권순웅 목사)가 충남노회를 폐지하기로 했음에도 ‘충남노회폐지후속처리소위원회(소위)’를 구성한 결과, 소위가 2023년 소위원장 김상현 목사를 임시 당회장으로 파송한 데 이어 다시 L목사를 당회장으로 파송한 것은 ‘월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고발장에는 L목사가 K목사에게 7000만원을 지급했고, K목사가 충남노회 소집을 통한 ‘지교회 소집’을 청탁했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그 같은 과정을 통해 임시 당회장 지위에 오른 L목사가 지난해 3월 19일 공동의회를 개최해 김종천 목사를 해임했고, 이는 “김종천 반대 세력과 결탁해 중부교회를 장악하려는 야욕”이라는 것이 고발장의 핵심 취지다.

배임증재 혐의로 고발된 L목사는 통화에서 “충남노회 소집 권한을 받기 위해서 금품을 제공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러지 않았다. K목사가 충남노회의 소집 권한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분도 아니고 권한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배임수재로 피고발인 신분인 된 K목사 역시 “L목사로부터 충남노회의 소집 권한을 위임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게 없다. (L목사가) 줄 사람도 아니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당시 총회장이었던 권순웅 목사는 통화에서 충남노회 소집과 관련해 “소위를 통해 후속 처리에 관한 건으로 진행하라(고 했다)”며 “총회 임원회 결의를 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K목사가) 충남노회의 소집과 관련한 권한이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K목사가 줄 수가 없다”고 답했다. 7000만원 지급의 대가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예장합동 경기지역 D 목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9월 총회를 앞두고 일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일부 목사와 장로. 등이 언론을 이용하여 벌인 ‘기획 고발’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고발인이자 김 목사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최모 안수집사에게 “K목사와 L목사에 대해 각각 배임수재와 배임증재 등으로 경찰에 제출하신 고발장을 김종천 목사님에게 전달했나. 또는 제3자에게 건네준 적이 있는가”라고 질의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고진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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