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현의 ‘반석(磐石)’] 갑자기 사라진 ‘천안중부교회 고발장’…왜? 배후는 누구?
2024-07-02
[스마트에프엔=고진현 기자] “하나님의 뜻이 노회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고상석 목사(광주 중앙장로교회)는 전라노회 신임 회장에 취임한 소회와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총회장 오정호 목사) 전라노회는 지난 4월 15일 광주 중앙장로교회에서 열린 제124회 정기회에서 고 목사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고 목사는 취임 인사를 통해 “전남제일노회에 있었다면 오늘 거기에서 회장이 되었을 것이다. 제가 전라노회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세 가지”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첫째, 정치보다 목회에 집중하는 것이 목사의 사명이라는 생각이 늘 우선이었다. 둘째, 사람의 뜻보다 하나님의 뜻이 노회 안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셋째, 한국교회 목회 현장이 녹록치 않다. 죽을힘을 다해서 오직 목회하는 데 신경을 쓰는 노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고 목사의 당시 발언은 교단에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퍼뜨렸다. 교단 안에서 정치적 기반이 그리 크지 않은 그이지만, 오히려 ‘목회에 전념하겠다’는 자신감 넘치는 취임사가 적지 않은 목사들에게 공감을 줬다. 영화 ‘극한직업’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까지 이런 목사는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광주 중앙장로교회 당회장 집무실에서 스마트에프엔과 만난 고 목사는 다시 한 번 목회자의 소명을 강조했다.
‘정치보다 목회’라는 소신이 그를 전라노회로 이끌었다고 했다. 물론 그가 속해 있었던 전남제일노회는 훌륭한 노회였다. 그러나 2~3개 노회의 합병을 거치며 조직이 비대해졌고, 권력은 소수에 집중됐다. 노회 대 노회가 합병하며 임원들을 안배하고 균형을 맞추다 보니 증경노회장단의 힘이 세지고 후배들의 작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고 목사는 분리돼 새롭게 선 현재 전라노회에서 봉사하게 된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비록 규모는 작아졌지만 ‘정치보다 목회’, ‘사람보다 하나님이 우선’이라는 평소 소신에 맞는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보다 목회에 집중하라”는 소명은 어찌 보면 목사에겐 당연한 사명이다. 하지만 교회든 성도든 경건한 생활에 집중하지 못하는 때는 반드시 찾아온다. 고 목사는 이 같은 위기에 대해 “항상 경계해야 하고, 항상 경각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를 위한 정치’ 신념…“정치 그 자체를 위한 목회는 지양”
고 목사는 1991년 4월 전도사 임명을 받고 30여 년 동안 목회를 이어가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다가 지난 4월 노회장에 취임하며 교단을 섬기고 있다. 그는 노회든 총회든 사안과 필요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정치를 위한 정치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 목사는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총회를 운영하려면 정치가 필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곤란하다”며 “불가피하게 정치 활동을 해야 하지만, 기능에 집중해 정치를 위한 목회를 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결정은 사람이 하지만 충분히 기도하고 고심하고 혹시라도 실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올바른 목회자라면 총회와 노회, 교회에서 섬기는 가운데 성도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고, 성경적이면서 누가 봐도 고민한 흔적이 나타나고 하나님의 섭리가 드러나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님 앞에 더 묻고 기도하고 엎드려야 하며 ‘하나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질문을 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고 목사의 신념이다.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작은 교회라면 자신감 있게 용기를 갖고 열심히 뛰어야 하며, 중‧대형교회 목사는 일과 사람에 집중해 하나님과의 시간을 뺏기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고 목사는 “성경에 전념하는 시간을 빼앗기고, 성도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약해지는 것”이라며 정치 지향적인 한국교회를 향한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따라서 고 목사는 정치에 임하면서도 ‘목회의 본질’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활동하려고 노력한다. 노회장이 된 후로는 더욱 바빠진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신설 노회의 회장인 만큼 ‘하나님께 집중하는 시간’, ‘하나님의 손길 속에 두는 시간’ 등에 여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감사한 일이다.
총회에선 ‘구제부’ 총무로 활동하며 교단을 섬기는 것도 병행하고 있다. 구제부는 경상도, 전라도 지역에 수해가 났을 때 달려가 어려운 교회들을 돕고 긴급자금을 지원했다. 또 총회 안에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목회자나 생활이 어려운 목회자, 기타 도움이 필요한 목회자들을 찾아가 지원하고 있다.
◆‘거짓 없는 목회’ 선대 목사의 유산…주님이 좋아 울부짖었던 시절
고 목사는 “어렵게 공부하고 부르짖던 학부 전도사 시절을 잊지 못한다”며 “당시 한국교회는 세련되진 않았지만, 산(山)기도‧금식기도‧ 철야기도‧전도‧부흥회‧사경회‧수련회 등 은혜 받을 계기가 참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가 따랐던 원로 목사들에 비하면 지금은 마치 ‘CEO’ 같은 목회자상이 보편화됐다. 그는 “절박감이 떨어지며 느슨해져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1980년 3월 2일 설립된 중앙장로교회는 초대교회에 역사하셨던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교회다.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동 불모지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복음의 빛을 드러내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파하고 구원의 방주 역할을 담당해 왔다.
고 목사는 선대 목사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1대 문원식 목사님이 천막을 치고 번성교회(옛 성락교회)를 개척하셨다. 원로목사님의 성품대로 우리 교회는 성도들이 너무도 순수하다는 특징이 있다. 거짓 없이 곧이곧대로 신앙생활하며 믿음의 발걸음을 걷고 있다”고 시무 중인 교회의 전통을 소개했다.
이에 최준부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인 고 목사, 성도들은 하나님이 위대한 역사의 산 증인으로 삼아주신 것을 감사하며, 주님이 그들에게 주신 축복을 이웃들에게 나누어주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앙장로교회는 ‘본질을 붙잡고 사랑하고 섬기는 교회’를 표어로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 ▲교회 중심 이라는 3대 실천사항을 목표로 세워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오늘도 애쓰고 있다.
오는 7월 목회 15년차를 맞는 고 목사의 뿌리 깊은 신앙의 바탕에는 가족들이 있다. 모친은 중앙장로교회의 모교회인 고흥읍교회의 개척 때부터 함께 하셨고, 조모는 한국교회가 합동-통합으로 나눠지기 전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최초 권사다.
이 같은 가정사에 따라 고 목사는 어려서부터 목사의 길을 향해 걸었지만, 사춘기 시절 한때 흔들리기도 했다. 그는 “내 고집대로, 마음대로 살다가 어려움을 겪고 폐병에 걸리고 다시 교회로 나왔다. 그때 하나님이 나를 만나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신학을 시작하고 2-3년 동안 매일 회개했고, “주님이 좋아 눈물로 부르짖었다”고 학창시절을 요약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개척했을 당시에는 교회를 세우는 것이 힘들다는 것도 깨달았다. 당시 부목사로 부임했던 새에덴교회에서 소강석 목사를 만났고, ‘진정한 목회’가 무엇인지를 배웠다. 그는 “소 목사는 주일 낮 예배를 네 차례 드리고 저녁에 집회를 나가 목요일 또는 금요철야 전에 돌아와서 교회를 섬겼다. 사례비를 받아선 헌금을 하셨고, 설교하고, 교인들 심방하고, 교구에서 전도하고, 주차장 입구를 막아 기도회를 인도했다. 교회는 날로 부흥하고 5년 3개월간 시무하며 큰 바다를 보았다”고 말했다.
◆긴장 늦출 수 없는 신천지 문제, ‘이단 세미나’ 통해 차단
중앙장로교회의 바로 인근에는 신천지 베드로지파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고 목사는 “신천지는 불편하고 부담스럽고 위협적이다”고 평가했다. 신천지의 폐해가 부각됐던 코로나시기를 거치며 광주에서 신천지의 세력은 약화된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방심이었다. 상무지구, 수안지구 등 도심을 중심으로 신천지는 다시 퍼져나갔다.
고 목사가 이끄는 중앙장로교회에서는 전체 교인이 항상 이단에 대해 의식하고 철저히 무장하고 있다. ‘이단 세미나’, ‘새가족 수료식’ 등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며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는 “우리 교회에도 신천지가 들어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며 필터링을 한다”며 “신천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이단 세미나다. 교육은 이단의 다리를 끊어버리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천지 골수 전략가들이 20명만 들어와도 교회는 무너진다. 목사가 깨어있지 않으면 바로 무너진다”고 경계했다.
◆민찬기 목사 ‘가처분’, “사회법 존중해야”…정년 연장엔 “신중해야”
교단의 현안에 대한 발언도 나왔다. 제109회 총회 부총회장 출마가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권순웅 목사)로부터 차단당한 뒤 총회를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민찬기 목사에 대해 “신설 노회장으로 조심스럽지만 총회 돈으로 소송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과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된다. 법원에서도 교단의 거대성을 알 것이고 교단 안의 체계가 총회장 임원을 위시해 산하 교회가 심사숙고해서 나왔다는 것을 전제로 안건을 다뤘을 텐데 판사들도 (하나님을) 믿든 안 믿든 전문성을 가지고 결정한 것을 우리가 묵살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사법의 판결이 나오면 존중하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의견과 같다.
‘목사 정년연장’ 이슈와 관련해 교단에 대한 충언도 이어졌다. 고 목사는 “(합동 교단은) 커서 문제다. 크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소수의 의견을 무시한다. 작으면 절대 그럴 수 없다. 작으면 하나를 귀하게 여긴다”며 “(목사의) 정년 연장과 관련, 선배들에게도 바른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합동교단도 정년 연장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 같은데,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한국교회가 주저앉게 되는 뇌관을 건드리는 꼴이 된다. 더욱 신중해야 된다”고 했다.
고진현 선임기자
댓글
(3) 로그아웃그ㅜ하나가 허구일 경우. 오대양사건에 천장위에 잠만자는 먹을것만 찾아헤매이는 신도라는
누가 집단자살하나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혼자로 만든 목회는
이단입니다. 단정지우는 이빨 까는 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