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현의 ‘반석(磐石)’] ‘빨대’ 꽂힌 성석교회 사태…재산권 노린 뿌리 깊은 ‘검은 내막’ 

제108회 총회, 10년 넘게 공전 중인 ‘성석교회 사태’ 재소환
과거 총회도 가담 의혹…현 총회 관계자 “10년 동안 빨대 꽂았다”
함경노회 편재영 목사, ‘재산권 분할’ 해결책 반발해 ‘소송전’
‘재산 독식’ 노린 정황…교회 근저당에 “권한 없다”는 판결 무시
고진현 기자 2024-06-03 16:11:45
지난해 9월22일 대전새로남 교회에서 개최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총회장 오정호 목사)에서 평양노회 강재식 목사가 성석교회 사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좋은신문tv

[스마트에프엔=고진현 기자] 서울 강서구 성석교회 사태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총회장 오정호 목사)의 아픈 손가락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15년간 이어진 두 차례의 갈등을 겪으며 교회는 사분오열했고 신도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스마트에프엔은 성석교회 사태를 재소환해 실체적 진실을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성석교회 사태의 가장 뼈아픈 대목은 총회 판단 착오와 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더 크게 곪아버렸다는 데 있다. 오정호 총회장은 제108회 총회에서 “모두가 너무 오랫동안 고생했다. 이제 다시 성석교회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라며 개혁적 문제 해결 의지를 피력했지만, 원만한 사태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문제의 본질은 교회 재산권을 둘러싼 이전투구에 있다. 그리고 과거 총회는 분쟁을 공정하게 중재하는 대신 이권에 휘둘렸다. 이 모든 사태의 ‘악(惡)의 뿌리’에는 어떤 의혹이 존재하는가.

스마트에프엔은 현재 두 파로 갈라져 대립 중인 성석교회 노회 중에서도 총회의 사태 해결을 방해하고 있는 함경노회 편재영 목사 측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양측 복수 인사들의 증언과 녹취록 및 확보된 자료 등을 취재해 분석했다.

이 같은 노력은 곪을 대로 곪아버린 재산권 분쟁에서 어느 쪽의 의견이 합당하고, 교리와 헌법에 맞는 해결책인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구체적인 의혹 제기에 앞서 사태의 지난 경과들을 사전 정리해봤다.

◆제108회 총회, ‘성석교회’ 재소환…‘사태 종결’ 의지 피력

3일 스마트에프엔 취재를 종합하면 성석교회 사태의 재소환은 지난해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열렸던 제108회 총회에서 이뤄졌다. 당시 결의 내용은 ① 성석교회가 서경노회 성석교회와 함경노회 성석교회로 분립하고 ②2023년 12월 31일까지 공동의회를 통해 성석교회의 재산권을 나누며 ③공동의회 임시당회장은 임창일(목사)로 하고 ④결의에 불응하면 성석교회의 모든 권한을 상실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총회 결의의 핵심 두 가지다. 우선 성석교회 사태를 종결짓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서경노회와 함경노회로 갈라진 두 집단이 재산권 분할을 통해 사건을 종결짓되, 총회의 중재에 따르지 않으면 “모든 권한을 상실시켔다”는 것이다. 또 성석교회의 정통성이 드러난다. 서경노회가 파견한 임창일 목사를 임시당회장으로 임명한다는 대목이 그렇다.

함경노회 성석교회를 대표하는 편재영 목사는 즉각 반발했다. 총회 결의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2023년 11월에 결행했다. 총회는 가처분과 본안 소송에 대응 의사를 밝혔고, 두 차례에 걸친 소위원회(위원장 전승덕 목사) 소집에 응하지 않은 편재영 목사의 성석교회 권한을 상실시켰다.

편 목사의 권한 상실에 따른 후폭풍 중 가장 큰 것은 교회 재산을 담보로 설정했던 근저당권(27억원)이 무효가 된 것이다. 편 목사 측 함경노회 성석교회 교인들이 총회 본부 점거 사태를 빚게 된 배경이다.

◆첫 번째 갈등…편 목사, ‘재산권 독식’ 노린 교단 탈퇴와 ‘면직’

성석교회 사태의 발단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교회를 개척한 최학곤 목사가 은퇴와 동시에 원로 목사로 추대됐는데, 매달 일정 수준의 생활비와 사택, 기사 딸린 승용차 등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조건으로 논란이 됐다.

‘재정 비리’ 의혹이 불거졌고, 의혹을 제기한 장로들이 제명됐다. 이 사태 직후 편 목사는 최 원로 목사와 갈등을 빚었다. 2009년 이후 교회의 대표자로 재산권을 쥔 편 목사는 ‘교단 탈퇴’라는 방식으로 원로 목사와의 결별을 시도했다.

이때부터 총회의 개입이 시작됐다. 2012년 제97회 총회는 쌍방의 화해를 종용했다.

그러나 편 목사는 끝내 교단 탈퇴를 감행했다. 제108회 총회의 보고에 따르면 편 목사는 2013년 1월 6일 교단을 탈퇴했고, 같은 해 5월 27일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이하 기하성)에 가입했다가, 2014년 3월 28일 기하성을 탈퇴한 뒤 2014년 4월 6일 독립 교단에 가입했다.

편 목사가 이리저리 교단을 오가며, 갈지(之) 자 행보를 한 배경엔 재산권 분쟁이 자리한다. 서경노회는 결국 2014년 7월 22일 편 목사에게 면직처분을 내렸다.(면직처분에 대한 재심은 2019년 7월 19일. 결과는 기각)

◆두 번째 갈등…편 목사의 교단 복귀 시도와 ‘로비’ 의혹

편 목사는 2016년 1월 3일 서경노회에 교단 복귀를 요청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같은 해 10월 함경노회에 가입했다. 그러자 서경노회는 같은 해 11월 성석교회의 서경노회 교단 복귀를 인정하는 한편, 편 목사의 복귀를 불허했다. 그러면서 임창일 목사를 임시 당회장으로 파송했다. 편 목사의 함경노회(노회장 한신협 목사)로 복귀가 받아들여지자, “총회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함경노회 가입 이후인 2017년 당시 김모 목사는 성명서를 통해 “총회 임원회의 직권남용과 편 목사의 대가성 정치 로비 정황 의혹 앞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편 목사가 관북노회(함경노회) 가입을 위한 대가성 금품로비 의혹 정황의 증거를 이미 확보 했다”고 주장했다.

교단 복귀를 위한 대가성 로비 의혹은 서경노회와 함경노회 간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2018년과 2020년에 걸쳐 “편 목사가 성석교회 대표자 지위에 있지 않다”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그럼에도 2019년 제104회 총회는 재판국을 통해 편 목사를 해벌(解罰)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빈축을 샀다. 총회의 판결은 ▲서경노회 편재영 목사에 대한 1차, 2차 면직판결은 취소한다 ▲편 목사는 성석교회 담임목사이며 당회장이다 ▲편 목사는 함경노회 소속으로 변경되었음을 인정한다 등의 결론을 내렸다. 이는 2022년 사회 법정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의미 없는 ‘교회 재판’이 돼 버렸다.

제108회 총회에서는 104회 총회 당시 재판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강재식 목사(평양노회)는 성석교회 사태에 대해 “10년쯤 전 문제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3000~4000명 모였던 교회가 양쪽(서경노회‧함경노회)을 합해서 300~400명 교인으로 줄었다”며 “10년 동안 개입한 총회의 수 많은 사람들이 빨대처럼 빨아먹었던 악한 사람들이 있어서 해결을 못 했다”고 작심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회 결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성석교회 사태의 해악은 애꿎은 성도들이 재산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데 있다. 편 목사 측 함경노회는 성석교회 본당을 담보로 강서신협에서 약 23억원을 대출받았고, 선교관을 담보로 평창농협으로부터 약 23억원을 대출받았다. 교회 소유 신월동 아파트도 약 8억원 매매됐다. 그럼에도 편 목사는 신도들에게 자신들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교회를 도와달라는 취지의 설교를 하고 있다는 것이 서경노회 측의 주장이다.

편 목사는 그 많은 대출금이 왜 필요했을까. 또 그 돈을 어디에 사용했을까. 성석교회 사태를 제대로 종결짓기 위해 반드시 밝혀내야 하는 의혹이다.

고진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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