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주혜, 서울 강동 농협 기부 건
민주당 안규백, 서울 동대문 새마을금고 유사 건
정당에선 ‘혐의 없음’, 경찰은 피의자 입건
선의의 피해자 막을 방법 없어
‘부당한 의사의 억압’ 조항에 ‘10만원 초과’ 기준 필요
고진현 기자2024-03-15 16:09:56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이다. 4‧10 총선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간 한 치의 양보 없는 빡빡한 진영 대결로 전개되고 있다. 여야 간 본격적인 본선에 앞서 당내 경선 단계에서도 공천을 향한 몸부림이 거칠게 나오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각종 투서와 모함이 난무한다.
그런 거친 의혹 제기 중에는 국회의원 후원금 논란도 자리한다. 총선 때마다 매번 등장하는 단골 소재인데, 사실관계가 입증되면 범죄이지만 낭설로 확인되면 흑색선전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대중의 인식에는 의혹 그 자체가 먼저 와닿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와 경찰‧검찰의 수사, 재판부의 판결 등은 선거 이후의 문제다. 일단 당내 경선부터, 본선의 선거부터 이겨야 한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피의자는 악인으로 낙인찍힌다.
낙인 효과의 피해자가 출마한 정치인이라면 그나마 사정이 낫다. 선거에서 당선되면 국회의원 신분이라는 불체포 특권이 부여된다. 낙선하더라도 출마한 지역의 조직 책임자 자리는 남기 때문에 거대 정당이란 방패를 얻는다.
그렇다면 일반 개인에게 찍히는 낙인은 어떨까. 그야말로 주홍글씨와 다름이 없다. 설령 재판을 통해 혐의에서 벗어나더라도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의 시간이 흘러간다. 그 기간 ‘선거 사범’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불명예는 누구의 책임일까. 처신을 잘못한 사람의 문제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어떤 경우이든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어선 안 될 것이다.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서울 강동갑에 출마한 국민의힘 전주혜 후보의 사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전 후보 지역구가 있는 강동 농협 본점과 지점 총무 담당자의 SNS 대화방에는 ‘희망자에 한해 정치 후원금을 모집 중이니 취합해달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는 일반 직원들에도 전달됐고, 총 49명 직원의 급여에서 10만원씩 ‘기타 공제’ 명목으로 원천 징수됐다.
논란이 발생한 것은 2월이다. 49명 중 1명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자발적인 기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강동구 선관위가 조사에 착수했고,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사법당국이 기소 여부를 따져 볼 법조문은 정치자금법 제33조(기부의 알선에 관한 제한)이다. '누구든지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해당 법의 처벌 조항은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에 명시돼 있는데, '제33조(기부의 알선에 관한 제한)의 규정을 위반하여 정치자금의 기부를 받거나 이를 알선한 자'에 대해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법적 다툼이 있는 대목은 정치자금 기부에 있어서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이다. 최초 제보자는 정치적 신념에 반하는 기부였다고 주장할 수 있는데, ‘부정한 억압’에 대한 입증의 책임은 수사기관에 있다.
그러나 서울 강동 농협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제보자는 기부 건과는 별개로 감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초 기부 당시 자발적으로 동참했다가, 회사의 징계 가능성에 앙심을 품고 입장을 변경했을 가능성이 배제될 수 없는 정황이다.
비슷한 사례는 민주당에서도 발생했다. 서울 동대문갑에 출마한 안규백 후보의 경우 지역구 관할 내 ‘더좋은새마을금고’ 직원들의 기부 행위가 문제가 됐다. 이사장과 지점장의 명의에 의해 발송된 공지에 후원금 납부 독려 내용이 포함됐다. 본문엔 안 의원의 후원 계좌가 적시돼 있었다. 총 10명의 직원이 기부 행위에 동참했다.
두 사안 모두 공천 신청자인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후원이 문제였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공천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특히 국민의힘에선 “불법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치자금의 구조상 후원금을 받은 결정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준 측의 혐의에서도 불법적인 혐의가 확인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각 정당에선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는 반면, 수사기관은 기부 행위를 한 사람만 피의자로 보고 있는 셈이다.
전 후보와 안 후보 사례 모두 기부 행위를 한 개인들의 후원액은 10만원이었다. ‘10만원’이란 액수는 전액 환급 대상에 해당한다. 사실상 사재를 털어 기부하는 구조는 아닌 셈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양심의 사안이다. 정치적 지향점이 맞지 않는 후보에게 도움이 가는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심의 문제가 일률적인 처벌의 대상이 되는지의 문제는 충분히 논의 가능한 사안이다. 또 강동 농협의 사례에서 보듯이 49명의 기부 행위자 전반이 문제 삼지 않는 가운데 유독 한 사람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무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
수사에 앞서 법적인 처벌로 인한 전과자의 양성에 비해 공익적인 반대급부가 작은, 적은 금액인 10만원까지의 기부 행위에 대해선 예외를 검토해보는 것도 국회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치자금법 33조의 ‘부당한 의사의 억압’ 조항에 ‘10만원 초과’ 기준을 삽입해 번거로움을 없애는 방식이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