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분골쇄신' 엔씨소프트 '와신상담'

황성완 기자 2024-11-12 13:49:15
국내 대표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가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그야말로 분골쇄신(粉骨碎身,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지도록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한다)이다. 지난 2012년 약 400명 가량을 내보낸 이후 12년 만으로, 신작 부진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엔씨소프트는 장르·플랫폼 다변화를 내세우며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호연' 등 다양한 신작들을 출시했다.

리니지 지적재산권(IP) 기반 사업을 고집했던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퍼즈업 아미토이에 이어 배틀크러쉬까지 동접자 수가 지속 감소해 서비스를 종료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엔씨소프트 사옥

출시 후 게임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호연'은 출시 직후 구글플레이 한국 계정 매출 20위까지 진입했으나, 이후 90위권에 머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리니지 마저 흔들리고 있다. 

리니지 IP를 탈피한 엔씨의 도전은 '리니지 원툴'이라는 선입견을 깨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신규 이용자들을 유입하기에는 그 힘이 부족했다. 기자가 직접 엔씨소프트의 퍼즈업·배틀크러쉬·호연을 직접 플레이해 봤다. 게임의 재미를 떠나서 '타깃층이 과연 누구였을까'하는 부분에는 의문이 들었다.

퍼즐 게임은 현재 유행이 아니라고 한발 양보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서 인기를 끄는 배틀로얄 장르인 배틀크러쉬는 회사가 이 게임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알기 힘든 게임이었다. 같은 배틀로얄 장르인 넥슨의 '슈퍼바이브'와 사뭇 다른 느낌이다.

블레이드 소울 스토리의 외전을 담은 호연은 게임 플레이 중 의도적으로 결제를 유도하는 결제창이 나와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신작 부진의 여파로 엔씨소프트는 다시 리니지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새로운 게임으로 신규 이용자들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충성도 높은 리니지 이용자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물론 '리니지에 의존하다 이 지경까지 왔다'는 비판과, '리니지라이크' 게임의 피로감을 극복할 한방도 필요하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를 활용해 개발한 '저니오브 모나코' 역시 4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저니오브 모나코는 리니지 세계관의 배경이 되는 중세의 검과 휘장을 모티브로 한 방치형 신작 게임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출시한 쓰론 앤 리버티(TL) 역시 지속 업데이트를 통해 글로벌에서 흥행을 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구조조정·기업 분할 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희망퇴직에 참여한 직원은 500여 명이다. 허리띠를 졸라맨 엔씨소프트는 핵심 IP 확장과 신규 IP 확보를 목표로 게임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반등을 예고한 엔씨소프트가 와신상담(臥薪嘗膽, 실패한 일을 다시 이루고자 굳은 결심을 하고 참고 견딘다) 끝에 왕좌에 복귀하기를 기대해 본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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