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기업 분할' 등 재정비 돌입한 엔씨소프트(종합)

구조조정안 내부 확정해 전 구성원에게 공지 예정
21일 임시 이사회도 개최…4개 자회사 설립 결정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 메시지 통해 전 직원에게 사과
황성완 기자 2024-10-21 18:00:52
올해 출시한 '배틀크러쉬와 호연' 등의 신작이 부진한 성적을 보임에 따라 위기를 맞은 엔씨소프트가 '구조조정·기업 분할' 등을 통해 재정비에 나선다.

또한,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출시 후 역주행하고 있는 쓰론 앤 리버티(TL)의 사업 부문을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전환하고, TL 글로벌 사업 확장도 노릴 예정이다.

엔씨소프트 사옥.

엔씨소프트, 전 직원 대상 '권고사직·희망퇴직' 검토…배틀크러쉬·호연 등 신작 부진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구조조정안을 내부 확정해 전 구성원에게 공지할 예정이다.

구조조정 대상은 게임 개발과 운용 조직 등 전 직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상반기에 개발 지원 조직에 대해 권고사직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이번에는 권고사직 뿐 아니라 희망퇴직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배경에는 올해 출시한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와 기대를 모았던 스위칭역할수행게임(RPG) 호연이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인 리니지 모바일 게임의 매출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더불어, 'TL·배틀크러쉬·호연' 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출시한 후속작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병무 공동대표는 강도 높은 경영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4월부터 비개발 부서와 지원 부서 대상 직원으로 권고사직을 추진했다.

엔씨소프트, 임시 이사회 개최…'기업 분할' 통해 4개 자회사 설립 결정

또한, 엔씨소프트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단순·물적 분할을 통해 4개의 자회사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물적 분할은 독립적인 게임 개발 스튜디오 체재 구축 및 AI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통해 독립될 회사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극대화하며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신설 회사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 3개, AI 기술 전문 기업 1개 등 4개의 비상장 법인이다. 엔씨소프트의 대형언어모델(LLM) 바르코(VARCO)를 비롯한 AI R&D를 담당해온 리서치본부는 AI 기술 전문 기업 '엔씨 AI'로 출범, 바르코를 고도화하고 게임 개발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신사업 확장에 나선다.

신설 엔씨 AI의 대표로는 이연수 엔씨소프트 리서치본부장이 내정됐다.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신설하는 지적재산권(IP)은 TL, LLL, TACTAN(택탄) 등 3종이다. TL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엑스(Studio X / 가칭) , LLL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와이(Studio Y / 가칭), TACTAN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지(Studio Z / 가칭)로 새롭게 출범한다.

엔씨소프트는 내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회사 분할 및 신설 회사 설립을 확정한다. 각 신설 회사의 분할 기일은 2025년 2월 1일이다.

글로벌 출시 흥행 TL, 사업 부문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전환…글로벌 사업도 확장

엔씨소프트는 TL 사업 부문을 게임 개발 스튜디오 전환하고, TL의 글로벌 사업 확장도 진행한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TL은 출시 직후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잦은 업데이트와 글로벌 출시로 인해 역주행을 기록 중이다. 

지난 10월 글로벌 론칭 첫 주 글로벌 이용자는 300만명, 누적 플레이 타임은 2400만 시간을 넘어섰다. 현재 기준 TL 글로벌 이용자는 400만명을 돌파했다.

출시 직후 스팀 글로벌 최고 판매(Top Sellers) 1위에 오른 TL은 출시 3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미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에서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개발 전문 스튜디오 체제가 TL의 게임 개발 전문성, 조직의 창의성과 진취성,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스튜디오 출범으로 TL 글로벌 서비스는 더욱 강화되며 어떠한 영향도 없이 안정적으로 지속된다.

이를 통해 TL을 전세계 MMORPG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IP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김택진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아마존게임즈에 보낸 편지를 통해 "개발 전문 스튜디오를 통해 TL은 보다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환경에서 완성도 높은 게임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며 "아마존게임즈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혁신적인 글로벌 게임 스튜디오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내정자가 20일 오전 10시쯤 온라인으로 진행된 공동대표 체제 출범 미디어 설명회에서 인사를 전하고 있다.

두 공동 대표, 메시지 통해 전 직원에게 사과…"엔씨가 가지고 있던 창의성과 도전정신 심각하게 훼손"

두 공동 대표는 이날 전 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실적 악화와 신작 부진 여파로 인해 진행되는 고강도 구조개편과 인력 감축 계획에 대해 "책임감을 통감하며 직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엔씨소프트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전 직원에 보낸 메일을 통해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치열하게 논의했으나 몇 가지 대증적인 방법으로는 타개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경영진은 "대부분의 인력과 기능이 본사에 집중되는 방식으로 운영된 결과 재무적 성과가 지속적으로 악화됐고, 자칫하면 만성적 적자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며 이런 상황이 "본래 엔씨가 가지고 있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영진은 편지에서 조직개편 방향을 '선택과 집중' 그리고 '게임 개발·신사업 부문 독립'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경영진은 "시장 경쟁력이 불확실한 프로젝트 및 지원 기능 종료와 축소, 이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인력 감축이 있다"며 "회사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며, 영향을 받는 분들께는 적극적인 지원과 보상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쓰론 앤 리버티(TL)를 필두로 LLL, 택탄(TACTAN)이 게임 개발 전문 스튜디오로 새롭게 출범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신규 지식재산(IP) 개발은 독립 스튜디오 형태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개발 스튜디오가 각각의 개발 문화와 철학을 바탕으로 장르 전문성, 기술 경쟁력을 갖춘 독립 개발사로 자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며 "본사도 익숙한 방식을 버리고 빠르고 유연한 개발 시스템 구축과 경영 혁신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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