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지켰다'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본회의 가결 (종합)

김효정 기자 2024-12-04 01:50:33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2시간 30여분의 '해프닝'으로 끝난 것일까. 윤 대통령의 기습적이고 충격적인 계엄 선포에 국회가 여야 할 것 없이 뜻을 모아 '계엄선포 무효'를 이뤄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장성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계엄사령관)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는 4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무효를 즉시 선언했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며 "이제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국민 여러분은 안심하시기 바라고, 국회는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회 경내에 들어와 있는 군경은 당장 국회 바깥으로 나가주시기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우원식TV 캡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계엄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4일 "집권여당 대표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로 계엄 선포는 실질 효과를 상실했다"며 "지금 이 계엄령에 근거해서 군과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한 것"이라며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공무원들을 끝까지 지켜드릴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다시 한 번 정확히 말씀드린다"며 "이번 국회 결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위헌, 위법 계엄 선포는 그 효과를 상실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앞서 전날 밤 10시 25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심야 담회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이 꺼내 들은 계엄령 선포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44년 만이다. 

계엄에 대해 윤 대통령의 명분은 '반국가 세력 척결'이었다. 최근 예산 삭감과 그동안 야당의 장관 탄핵 등을 언급했는데 표현이 과격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 국회가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엄은 김용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 출신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박종선 777사령관 등을 중심으로 계엄 준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계엄사령관의 포고령까지 나온 가운데,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로 강제 진입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계엄사의 박인수 육군대장은 국회·지방의회·정당, 정치적 결사집회 활동 등의 금지, 모든 언론의 계엄사 통제,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의 48시간 내 복귀 등을 명령했다. 

주요 외신에서는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한국의 민주주의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보도까지 흘러나왔다. 원화가치가 폭락했고, 미국 증시에서 한국물 관련 주식이 큰 피해를 봤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로 강제 진입했고, 무장 장갑차와 동원된 군인 등이 과천 등지에 대기 중인 일촉즉발의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과천에 본사를 둔 한 기업의 임원은 "회사에서 장갑차 등이 포진해 있어 내일(4일) 출근을 하지 말라고 알려왔다"고 본지에 귀뜸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사전에 측근들과 차근차근 준비한 '작전'이었다. 앞서 지난 9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계엄 준비설’을 언급했다. 

다만 이러한 '계엄 준비설'에 대해서는 여당(국민의힘)의 반발이 컸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맞는다면 심각한 것 아니냐. 근거를 제시해달라. 차차 알게 될 것이라는 건 너무 무책임한 얘기다. 그건 일종의 ‘내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얘기랑 같다"고 응대했다. 

대통령실 또한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이재명)당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며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저희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다"고 언급했다..

당시 계엄 준비설에 대한 물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 안에서도 실제 위기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결국 윤 대통령은 스스로 ‘괴담 선동’이라고 주장했던 비상계엄을 실제로 선포했다. 

아직 윤 대통령의 공식 입장은 없다. 비상계엄 해제도 발표하지 않았다. 계엄사령부 역시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무장 군경도 국회 주변에 배치돼 있다.  

이날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시민사회 측의 반응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시민사회는 상황 주시와 함께 "2024년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발끈했다. 부산공공성연대 관계자는 "너무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반헌법적인 짓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민중연대 관계자 역시 "반민주적인 폭거다. 국민을 배신하는 쿠데타와 다름없다.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라고 반응했다.>

<부산참여연대는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즉각 해제하고 퇴진하라"라는 내용의 긴급 성명을 내기도 했다. 부산참여연대는 "국민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고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이번 계엄선포는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