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고조되는 금호석화 '조카의 난'…칼자루 쥔 국민연금

박철완 전 상무, 세 번째 조카의 난…주주 표심 돌릴 카드로 자사주 100% 소각 꺼내들어
금호석화·박 전 상무, 양측 지분 차이 4.9%…결정권은 2대주주인 국민연금 손에
박재훈 기자 2024-03-11 11:00:31
오는 22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명예회장의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다시 경영권 불씨를 지피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상무는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차파트너스와 협력해 자사주 100% 소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호석유화학이 현재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사주 100% 소각이라는 주주제안을 국민연금이 수용할 경우 경영권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구 회장(사진 왼쪽)과 박철완 전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경영권 분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 박 전 상무는 자사주 100% 소각을 요구하면서 다시 한 번 '조카의 난'에 불을 지폈다.

금호석유화학은 앞서 두 차례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년과 2022년 에도 경영권을 얻기 위해 주주제안 형식으로 배당금 확대 및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경영권 승계에 불만이 있는 박 전 상무는 지난해 박찬구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사장이 후계자로 거론되고, 경영권을 이어받자 자신의 자리를 되찾겠다고 쟁탈전(?)을 시작했다. 박 전 상무는 아버지인 박정구 회장에 이어 후계자로 꼽히던 인물이다. 하지만 박찬구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은 이후 거리가 멀어지게 되자 조카의 난을 벌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 겨냥...주주 표심 흔들기? 

앞서 두 번의 사례와 달리, 이번 조카의 난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와 손잡고 금호석유화학에 자사주 전량 소각과 정관 변경을 주주 제안했다. 자사주 소각은 원해 이사회에서 결의하게 돼 있으나, 주주총회 결의로도 소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자는 것이다.

이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에 따라 주주들의 표심이 움직일 가능성을 보고 내놓은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주가자산비율이 저조한 기업 중 주주환원 확대 전략을 밝히지 않은 기업을 외부에 밝히고 자사주 소각과 같은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은 주주들의 표심을 돌릴 수 있는 발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차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이유도 주주들의 표심을 움직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과 사조오양등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행동주의에 나섰던 만큼 박 전 상무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 오기 최적의 대리인이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은 주주총회에 앞서 박 전 상무의 행보에 맞불을 펼쳤다. 금호석유화학은 입장문을 통해 박 전 상무 개인을 대리해 행동에 나서는 것은 소액 주주 가치 제고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관련 방어 목적이라는 일방적 주장에 흔들리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에 집중하겠다 밝혔다.

금호석화는 입장문에서 "과거 다른 회사를 대상으로 한 주주제안 당시 차파트너스는 대상 회사들의 지분 1~3%를 보유함으로써 스스로 주주제안 요건을 갖췄으나, 이번 금호석유화학 주주제안 관련 차파트너스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 등 권리를 행사할 주주 확정의 기준일인 2023년 말 기준으로 불과 20주만을 보유한 주주였으며, 주주제안 시점인 2024년 2월 기준 보유 주식은 7000여 주에 불과했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금호석유화학은 향후 3년간 기존 보유 자사주의 50%를 해마다 분할 소각하는 방안을 밝히면서 행동에 나섰다. 자사주의 50%에 해당하는 보통주 262만4417주를 2026년까지 3년간 분할 소각한다는 것이다. 당시 금호석유화학은 분할 소각을 밝히면서 2021년 말 밝힌 현금배당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주총,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이처럼 양측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초전을 치루고 있지만, 박 전 상무가 올린 주주제안의 결과는 22일 국민연금의 저울질에 판가름나게 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의 보유 지분은 박찬구 명예회장(7.14%), 박준경 사장 (7.65%), 박준경 사장의 동생인 박주형 부사장 (1%) 등이 총 15.7%를 보유하고 있다. 박 전 상무측은 모친 김형일씨등의 우호세력 지분을 합해 10.87%(개인 지분 9.1%)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불과 4.9%다. 

이런 가운데 의결권 격차는 9.27%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뒤집히거나 유지되게 된다. 앞서 두 차례 조카의 난에서는 국민연금이 금호석유화학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박 전 상무가 꺼낸 카드가 전과 다른 성격인 만큼 상황은 안갯 속이다. 국민연금이 이번 주주제안을 수용할 경우 경영권 분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된다.

한편,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 처분발표에 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차파트너스는 "20년 이상 장기 보유한 자사주의 50%를 소각하겠다는 결정은 과거에 비해 전향적이나 주주 제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선 나머지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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