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팻 겔싱어, 글로벌 반도체 1, 2위 수장 왜 만났나?
2022-05-31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한국에 데이터센터 반도체 연구소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이번 연구소 설립을 계기로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협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달 24일 대만에서 열린 ‘인텔 비전 2023’ 행사에서 반도체 연구소 설립 계획을 구체화했다.
인텔은 서울에 ‘어드밴스드 데이터센터 디벨롭먼트 랩’이라는 이름의 연구소를 세울 예정이다. 연구소는 이르면 연내 가동에 들어간다.
인텔 연구소는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의 호환성을 테스트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밝혀내는 등의 작업도 병행한다.
인텔은 이번 한국을 기점으로 미국, 중국, 인도, 대만, 멕시코 등 6개국에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앞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7일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겔싱어 CEO는 방한 중 정확한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삼성전자 관계자를 만나 반도체 연구소 설립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을 것으로 보인다.
겔싱어 CEO와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5월에도 회동해 양사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업계는 인텔의 이번 반도체 연구소 설립은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텔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성과 미비로 위기에 빠져있으며 업계 후발주자인 엔비디아에 주식 시가총액이 8배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심지어 삼성전자와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에도 밀린 상태다.
경쟁업체들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와 관련해 일찌감치 인텔을 따라잡았다. AMD마저도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는 등 인텔을 위협하고 있다.
겔싱어는 지난 2021년 인텔의 문제는 반도체 제조법 전환의 실패라고 지적하며 “리더십과 사람, 방법론 등과 관련해 단호한 대처가 필요한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인텔의 위기는 파운드리와 관련한 대규모 투자 실패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사들은 파운드리 분야 강화를 위해 공장 신축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했다. 반면 인텔은 수백만달러 상당의 칩 제조 장비를 설치하는 것을 늦추고 있으며 이스라엘 하이파에 2억달러(약 2600억원) 규모의 연구센터를 세우려던 계획도 철회했다. 오는 2025년까지 연간 비용을 100억달러까지 줄일 방침이다.
인텔은 반도체 시장의 최대 승부처인 파운드리 분야에 재진입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분야에서 8억 9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부문의 절대적인 강자로 관련 시장에서 70%가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면 인텔은 향후 TSMC에 이어 세계 2위의 파운드리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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