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팻 겔싱어, 글로벌 반도체 1, 2위 수장 왜 만났나?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 위협하는 연합군 형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불안 사태 해소에 기여할 것
김효정 기자 2022-05-31 08:50:48
[스마트에프엔=김효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0일 방한 중인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글로벌 반도체 1, 2위 기업의 수장의 전격적인 만남은 한국과 미국 정상의 반도체 동맹강화 방침에 따른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반도체 분야 두 거물의 만남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해소를 위한 시발점이기도 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대대적인 협력이라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왼쪽)과 팻 겔싱어 CEO. / 사진=연합뉴스, 인텔
이재용 부회장(왼쪽)과 팻 겔싱어 CEO. / 사진=연합뉴스, 인텔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는 이날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만났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그들은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외에도 PC 및 모바일 제품에 대해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노태문 MX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이 배석해 인텔 측과 릴레이 회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간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특히 삼성전자와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사다. 인텔은 전세계 반도체의 종가로 시장은 선도해 왔고, 삼성전자는 2021년에 반도체 부문에서 94조1천600억원(약 823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79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인텔을 제치고 1위를 탈환한 바 있다.

다만 양사의 경쟁관계는 서로가 동반자이기도 한 건전한 경쟁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인텔은 CPU(중앙처리장치) 최강자이기 때문이다. 인텔 CPU가 전세계 컴퓨터 시장의 표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양사는 차세대 메모리 제품 개발을 위해 메모리와 CPU 간의 호환성 테스트를 해오는 등 긴밀한 협력 관계를 쌓아왔다.

또한 삼성은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데이터센터에서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메모리 인터페이스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ompute Express Link·CXL) D램 기술을 개발해 인텔의 데이터센터와 서버 플랫폼 등에서 검증을 마치기도 했다. 인텔은 CXL을 중심으로 강력한 메모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양사는 반도체 분야 외에 노트북 등 완성품 분야에서도 협업 관계에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에 인텔의 최신 12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삼성과 인텔이 맞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플리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삼성과 인텔이 맞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플리커

삼성과 인텔 '파운드리 동맹' 맺나

특히 파운드리, 즉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 인텔이 지난해 3월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양사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를 뒤쫓고 있는 삼성에게 인텔이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가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텔과 삼성이 이번 회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파운드리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따라잡기 위한 삼성과 인텔간 협력 강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이야기나 흘러 나오고 있다.

지난해 팻 겔싱어 CEO가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한 외부 파운드리 사용은 더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해석은 인텔이 자사의 주력 제품 CPU를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 칩셋 등은 삼성전자와 TSMC 등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업계에서는 인텔이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10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TSMC와의 협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인텔의 양사 수장의 만남으로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불안 요소가 대거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차세대 반도체 산업 발전에 이번 양사 CEO의 회동이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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