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21)K-LCC 10년 만에 우리나라 민간항공의 중심이 되었다

김효정 기자 2023-01-04 07:02:03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K-LCC 운항 10년차였던 2014년은 K-LCC업계의 기념비적인 도약의 해였다. 처음으로 연간점유율에서 50%를 넘긴 역사적인 해로 기록되었다. 우리나라에 처음 K-LCC가 도입될 당시 아무도 탈 것 같지 않았던 K-LCC가 시장점유율에서 과반수를 넘긴 것이다. 하지만 2014년 국내외 항공업계는 항공기의 잦은 추락과 실종, 땅콩회항 스캔들 등의 사건사고로 얼룩진 암울한 시기였다. 이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K-LCC업계의 ‘나홀로 성장’은 그래서 더 빛을 발했다. 수송실적을 기준으로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등 K-LCC업계의 2014년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51.2%를 차지했다. K-LCC의 성장과 더불어 중국과 일본의 LCC들도 잇달아 신규 취항함으로써 동북아시아에서 LCC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11.5%로 급속하게 증가했다.

한성항공과 제주항공을 통해 K-LCC가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지 10년 만에 벌어진 국내 항공업계의 지각변동이었다. 취항 초기에 그저 사업규모가 작은 영세한 항공사쯤으로 여겼지만 10년간 원가절감 노력과 혁신을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 K-LCC는 우리나라 항공시장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를 처음 받았다. 그리고 K-LCC업계 10주년이 된 2015년은 최대 K-LCC인 제주항공이 정기항공사로 설립된 지 10년이 되는 해였다. 그 사이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시장에 추가로 진입하며, K-LCC 5개사와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2개사 등 총 7개의 국적항공사가 경쟁을 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제3 민간항공사이자 첫 K-LCC로 설립한 제주항공의 출범이 60년 우리나라 민간항공 역사의 전환점이 된 셈이다.

K-LCC 출범 전, 선택권 없이 독과점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던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는 그새 시장의 주체가 됐다. 경쟁의 효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진 결과 국적항공사를 이용한 여행객 수는 2005년 3561만1971명에서 2014년 6018만8157명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6%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1996년 3391만2219명이었던 국적항공사 이용 여행객이 K-LCC 출범 직전인 2004년 3600만3374명이 되기까지 연평균 0.75%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8배 정도의 높은 성장률이다.

과거 FSC 2개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제한적인 경쟁을 펼치며 사실상 시장의 주체였다면, K-LCC의 시장 진입은 완전경쟁을 유도하며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새로운 항공문화를 만들었다. 완전경쟁으로 인한 운임 인하와 서비스 경쟁이 여행심리 확산과 맞물리며 국내 항공업계의 빠른 성장을 유도한 것이다. K-LCC의 성장은 시장구도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2005년과 2006년 각각 0.2%와 2.2%에 불과했던 수송실적 기준 K-LCC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2014년 말 기준으로 51.2%까지 성장했다.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세였다. 국제선도 제주항공이 처음 운항을 시작한 2008년 0.05%에 불과했던 비중이 2014년 말 기준으로 11.5%까지 늘어났다.

K-LCC의 급속성장은 고용창출 등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항공사와 협력사를 포함한 항공운송업 관련 사업체 종사자 수는 2005년 1만4891명에서 2012년 2만6828명으로 80% 증가했다. K-LCC 외형 성장에 따른 신규 인력채용 등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K-LCC의 성장은 자연감소분을 보충하는 수준이 아니라 고용창출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극복했다. 취항 이후 10년 동안 단 1명의 인명사고 없이 고공비행하며 시장에 안착한 것이다. K-LCC 운항 초기에 지연과 결항이 발생했을 때 대체항공편 투입에 한계가 있어 소비자의 불편이 컸지만, 이후에는 대부분의 K-LCC들이 10대 이상의 기단을 확보해 이 같은 불편도 빠른 속도로 줄여 나갔다.

FSC 기존항공사들은 점점 좁아지는 시장에서 입지를 되찾고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자회사형 LCC를 설립했다. 지역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K-LCC 설립도 거론됐다. 여기에 에어아시아 등 외국계 LCC들도 한국법인 설립을 통한 우리나라 하늘길에 눈독을 들였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분단국가라는 점, 이웃나라인 중국이 항공자유화를 원치 않는 등의 제한 탓에 하늘길 개척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실제로 좁은 국토에 산재한 지역공항 가운데 수익은 고사하고 자생력을 갖춘 곳도 김포공항과 제주공항, 김해공항 등 몇몇 곳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공항을 더 늘리고 신규 항공사를 더 허용하는 문제는 분명 신중한 검토가 요구됐다. 항공전문가들은 자칫 그동안의 노력으로 일궈 놓은 모든 성과를 한번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국제유가 하락과 여행문화 진작, 한류붐 등 국내 항공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여러가지 맞춤조건들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속성장 가능한 새로운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K-LCC 운항 10년이 되면서 K-LCC가 시장점유율에서 과반수를 넘기고 항공여행이 대중화되자 당장 눈앞의 상황만 보고 우후죽순으로 공항과 신규 항공사 설립을 추진한다면 자칫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2014년 말을 기준으로 국적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국내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밑돌았지만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포함할 경우 시장지배력은 약 70%까지 늘어났다. 사실상 당시에도 국내 하늘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분하고 있는 셈이었다. 형식적으로는 다원화된 시장구조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기존항공사 중심의 시장구조가 공고히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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