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8)LCC와 K-LCC는 어떻게 다른가⑦K-LCC의 사뭇 다른 광고홍보 전략, 첫번째 이야기
김효정 기자2022-12-24 07:00:02
FSC 방식의 기존항공사들은 자국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항공사의 이미지를 알린다. 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 TV, 신문, 인터넷 광고뿐만 아니라 심지어 해외 유명 프로축구팀의 유니폼에도 항공사를 알린다. 반면에 LCC들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광고보다는 구전홍보, 게릴라마케팅, 코믹하거나 선정적인 사건사고 등으로 언론의 기사화를 유도해 관심을 유발하는 방법을 주로 쓴다.
하지만 K-LCC는 사뭇 다른 광고홍보 전략을 썼다. 일부 K-LCC는 설립 및 취항 초기에 광고만큼은 오히려 FSC 방식의 기존항공사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 그 대신 홍보전략은 오리지널 LCC 방식을 충실히 따랐다. K-LCC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제주항공은 2006년 6월 취항을 앞두고 초대모델로 영화배우 겸 탤런트 남상미와 계약을 맺었다고 전격 발표했다.
제주항공은 신생항공사인 만큼 당시 떠오르는 스타모델을 사용하는 광고전략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럽고 친숙하며 발랄한 이미지가 제주항공의 콘셉트와 맞았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제주항공은 모델 남상미를 적극 활용하는 광고마케팅을 펼쳤다. 2006년 5월부터 취항을 알리는 신문광고를 수억원을 들여 종합일간지, 경제지, 스포츠지까지 전국권 언론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달 내내 게재했다.
K-LCC 역사의 첫 광고 모델이었고, K-LCC의 다르게 간 광고 방식이었다.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조차도 광고 모델을 쓰는 방식의 광고활동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제주항공의 이 같은 광고 방식은 그래서 꽤 파격적이었다. 제주항공은 취항 준비과정에서 광고마케팅전략만큼은 비(非)LCC로 가기로 정했다. 당시 기존항공사들의 집중견제 과정에서 K-LCC는 ‘저가항공사’, ‘싸구려’, ‘싼게 비지떡’이라는 오명(汚名)을 뒤집어쓰고 있었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고급 이미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제주항공 경영진이 선택한 길은 “운임은 저가여도, 이미지는 고가로 간다. 그 고가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수준 이상으로 하자”였다.
제주항공의 모델전략은 취항 초 인지도 상승을 위한 초기 전략이 아니었다. 이 같은 광고 모델을 적극 활용한 스타마케팅은 코로나19가 오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초대 모델 남상미에서 이후 K-pop 스타로 방향을 전환했다. K-pop 스타로 모델을 바꾼 첫 케이스는 '빅뱅'이었다. 제주항공은 빅뱅과 광고 모델 체결과 함께 빅뱅의 일본 및 아시아투어 등 해외공연 스폰서십도 동시에 체결했다. 빅뱅 멤버는 홈페이지 및 신문, 잡지, 옥외 광고, 온라인 광고는 물론 일본, 홍콩, 태국,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 해외지점 카운터 등에서 제주항공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빅뱅 아시아투어에서는 콘서트장 홍보와 빅뱅 콘서트 여행패키지 상품도 구성했다.
제주항공의 모델이 빅뱅으로 바뀐 이후 연일 뉴스를 타면서 K-LCC업계는 한류스타 마케팅이 대명사가 되었다. K-LCC가 한류스타 마케팅에 나선 것은 국제선 취항지가 한류열기가 뜨거운 일본과 중국, 홍콩, 태국 등 아시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었다. 한류스타를 내세우면 취항지에서의 항공사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 확대까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제주항공은 빅뱅 멤버들의 모습을 새겨 넣은 빅뱅 래핑항공기를 제작하여 빅뱅 멤버들을 태우고 일본 콘서트를 다녀왔다. 빅뱅 래핑항공기는 2012년 10월 태국 방콕과 필리핀 마닐라 상공에도 올랐다. 이곳에서 열린 빅뱅 얼라이브 투어를 후원하면서 빅뱅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제주항공은 "톱클래스의 K-POP 스타 빅뱅이 제주항공 모델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아시아 지역에서는 화제"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스타마케팅은 2010년부터 본격화됐다. 제주항공은 국제선 취항이후 일본노선에 집중하면서 배우 이서진을 발탁했다. 당시 이서진은 드라마 '이산'을 통해 일본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다. 당시 일본은 제주항공 국제선에서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당시 K-LCC 중에서 제주항공의 일본노선 운항횟수와 수송여객수가 가장 많은 수치였다.
제주항공은 2010년부터 20대의 젊은 가수나 배우를 광고 모델로 선정하기 시작했다. 빅뱅에 이어 이민호, 김수현, 송중기, 동방신기 등이다. 모두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연예인이었다.
특히 이민호는 2014년 중국인 수억명이 시청하는 CCTV 춘제 특집 프로그램 '춘완'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김수현은 2015년 중국 유명 시상식인 '화정어워즈'에서 글로벌 최고 남자 드라마 배우상을 받았다. 그리고 코로나19 직전까지는 당시 일본노선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던 동방신기가 모델을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모델전략이 아시아 지역에 제주항공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저가 이미지에 점철됐던 K-LCC업계에서 마케팅을 차별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는 평이 나왔다.
그 밖에 이스타항공이 취항 초기 장미란 선수를 모델로 2년 넘게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장미란 선수는 우리나라 역도사상 현존 최고기록을 세웠으며,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다. 당시 장미란 선수가 획득한 메달은 대한민국 여자역도 사상 첫 금메달이며 현재까지 유일한 금메달이다.
이 같은 K-LCC의 광고전략은 해외 LCC의 비즈니스 모델 규범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제주항공은 심지어 TV 광고도 했다. 제주항공은 김수현을 모델로 한 TV 광고를 2015년 11월2일부터 공중파 및 케이블TV를 통해 내보냈다. 2006년 취항 초 극장 광고를 실시한 적은 있지만 공중파를 통한 본격적인 TV 광고는 K-LCC 역사상 처음이었다. 제주항공의 김수현 광고는 기존항공사와는 다른 방식의 항공사 운영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LCC라는 점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아 ‘생각이 다른 항공사’로서의 제주항공을 알리고 대한민국 No.1 LCC의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의미 등을 담았다. 덧붙여 K-LCC 가운데 최초로 2015년 11월6일 코스피(KOSPI) 상장을 앞둔 시점 등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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