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어라운드 타임(Turnaround Time)의 최소화와 항공사 직원의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은 같은 선상에서 어우러지면서 LCC의 효과를 가장 강력하게 발휘한다. 기존항공사와는 현저히 달라서 LCC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운영방식이라 할 수 있다. 턴어라운드 타임은 항공기가 도착해서 다음 비행을 하기까지 지상에서 체류하는 시간을 말한다. 다른 말로 그라운드 타임(Ground Time), 턴오버 타임(Turnover Time)이라고도 부른다.
LCC들은 보유중인 항공기의 가동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턴어라운드 타임의 최소화를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턴어라운드 타임을 10분 단축하면 하루에 1회의 운항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항공기 가동시간(Utilization hr.)을 1일 평균 12시간 이상으로 극대화한다. FSC 방식의 기존항공사들은 B737 기준으로 50~60분 정도를 턴어라운드 타임으로 운영한다. LCC들은 아무리 빨라야 30~40분 정도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5분만에 해내고 있다.
멀티태스킹은 직원 한 사람이 두 종류의 이상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객실승무원이 기내청소도 하고 지상직 업무도 병행한다. 조종사와 정비사가 기내청소, 화물탑재, 하역도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멀티태스킹을 통해 항공사의 조직을 매우 심플하게 운영할 수 있게 한다. 멀티태스킹의 원조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 특이상황에 처해 부득이하게 시도한 ‘10 minutes turn’(10분 회전) 전략에서 처음 나왔다. '10분 회전'이란 항공기가 도착하고 손님이 하기하는 시점부터 기내청소와 각종 물품보급, 수하물 탑재 등을 하고 승객이 탑승하여 항공기 문을 닫고 다시 이륙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단 10분 안에 끝내는 방식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10 minutes turn’ 작전을 펼치고 찾아낸 성공방정식은 멀티태스킹(Multi-task job)과 치열함(Desperate)이었다. 지상직원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만이 아닌 다른 여러 업무를 맡아야 했고, 조종사는 턴어라운드 타임을 줄이기 위해 항공기 계류장지역인 램프로 내려가 정비사의 업무 일부를 해냈다. 또 객실승무원과 조종사들은 기내청소는 물론 탑승구에서 손님맞이에도 참여했다. 마지막 손님이 탑승할 때쯤 조종사는 신속히 조종실로 들어가 비행준비를 했다. 승객의 시선에서 보면 매우 이상한 모습이었다. 발권카운터에서 봤던 직원이 탑승구에서도 보였고, 탑승구에 있던 직원이 어느새 객실승무원 업무를 하고 있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 같은 ‘10 minutes turn’을 지키기 위해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았다. 늦게 도착한 승객은 용서 없이 항공기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이 같은 전략은 항공기가 들어와서 다시 나가는데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항공기 3대를 가지고 4대의 운항스케줄을 소화해 냈다.
승객들이 요구하는 각종 서비스와 항공당국의 규제가 늘면서 LCC들 역시 수행해야 할 적법한 절차들이 늘면서 사우스웨스트항공 역시 ‘10 minutes turn’ 방식이 불가능해져 이제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 그저 LCC 역사책에 신화처럼 존재한다. 이처럼 턴어라운드 타임을 줄이는 전략이나, 직원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수행하는 등의 멀티태스킹 방식은 LCC의 고전적인 운영방식이 되었다.
LCC는 턴어라운드 타임을 최소화해서 비행횟수를 최대치를 끌어 올려야 한다. 이는 FSC든 LCC든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LCC에게 있어서 비행기(飛行機)는 ‘비행(飛行)을 하는 기계(機)’여야 한다. 즉, 비행기는 하늘에 떠있어야 한다. 비행기가 땅에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비행기가 그 존재의 이유를 다하게 하기 위해 LCC는 비행기가 땅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시키고 하늘에 있게 하는 데에 사활을 건다. 이는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의 가동률 극대화로 이어진다.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의 턴어라운드 타임을 10분씩만 단축하면 하루에 1회의 운항횟수를 추가시킬 수 있게 되고, 이는 항공기 1대를 더 보유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다. 또한 1대의 항공기 가동시간(Utilization hr.)을 하루 12시간 이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LCC 만의 항공기 운영 효율화 공식은 상상 이상의 노력이 투여되어야 하며 이로 인한 상상 이상의 비용절감으로 귀결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5분만에 해내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승객들이 요구하는 각종 서비스와 항공당국의 규제가 늘면서 LCC들 역시 지상에서 수행해야 할 법적 절차들이 늘어나면서 무한정 턴어라운드 타임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상황에 봉착했다.
특히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들이 LCC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이에 따른 혁신적인 항공사 운영체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FSC 수준의 항공서비스를 요구했다. 게다가 K-LCC들의 턴어라운드 타임이 적은 것을 정비불량으로 몰아가는 여론도 있었다. 지상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턴어라운드 타임이 적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부정적인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항공당국도 K-LCC들의 턴어라운드 타임에 대한 감찰을 강화했고, 결국 이제는 기존항공사나 K-LCC나 턴어라운드 타임이 엇비슷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멀티태스킹은 하나의 컴퓨터가 동시에 여러 개의 작업을 수행하는 일이다.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다중작업’이라고 해석한다. 정보·통신 분야 단어인 멀티태스킹을 LCC업계에서는 직원 한 사람이 두 종류 이상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비교적 널리 사용된다. 그리고 ‘다중작업’ 보다는 ‘1인다역’으로 해석한다.
이를테면 객실승무원이 턴어라운드 타임을 줄이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기내청소를 담당한다거나 지상직원의 역할인 카운터에서 티켓을 발부하고 게이트에서 티켓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추가 수행하는 방식이다. 또한 조종사와 정비사가 화물탑재와 하역을 담당하기도 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오리지널 LCC에서는 직원들의 멀티태스킹, 다중작업, 1인다역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승객 입장에서는 활주로에서 이루어지는 조종사와 정비사의 멀티태스킹을 쉽게 볼 수 없지만 객실승무원의 활약상은 실로 놀라운 변모를 보여준다. 눈썰미가 좋은 한 탑승객이 공항 발권카운터에서 항공권을 발급받을 때 봤던 항공사 직원이 비행기 탑승 전 게이트에서 항공권 확인을 하고 있었고, 탑승 후 좌석에 앉으니 이번엔 객실승무원이었다는 마술 같은 사실이 LCC에서는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장면이다.
K-LCC에서는 진에어가 처음으로 취항시점에 임직원들의 멀티태스킹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진에어 김재건 대표가 2008년 취항을 앞둔 시점에 “직원의 멀티태스킹 능력은 비용을 줄여 혜택을 고객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으로 본연의 임무 외에도 유사 분야를 넘나드는 1인다역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표이사인 본인도 영업현장에서 활동하고 객실승무원은 승객이 탑승할 때 게이트에서 탑승권을 체크하는 역할부터 기내청소까지 다양한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직원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수행하는 멀티태스킹은 LCC의 고전적인 운영방식이다. 때문에 K-LCC들도 취항 당시에는 멀티태스킹 도입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취항 초기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K-LCC들은 취항 초기 수 년 동안 적자에 시달려야 했고 이에 따라 임직원들의 무한희생이 강요되었다. K-LCC 임직원들은 큰 희망을 품고 기존항공사보다 적은 급여에 입사했지만 회사가 수익이 날 때까지 수년째 급여 인상이 중단되거나 쥐꼬리만큼이었다. 승진심사도 매우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고 직원복지도 남의 나라 얘기였다.
당시는 주52시간 등 법적 근로조건이 없던 열악했던 시대였던지라 매일 야근이었고 주말에 출근하는 직원도 많았다. 해외 LCC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이를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적용하느라 실패사례도 잦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적자 상태라는 이유와 설립 초기라는 명분이 맞물리면서 직원수도 충분치 않았다. K-LCC 설립 초 입사한 직원들은 경력직이든 신입이든 가리지 않고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업무량이 흡사 한 개 팀 수준이었다. 이 같은 악조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직무를 벗어난 다른 직무까지 요구하는 것은 엄두를 못냈다. 멀티태스킹까지는 못해낸 것이라 보아진다.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운영되는 K-LCC 설립 초기 사정상 직원들에게 더 많은 아니 다른 직원의 업무까지 떠넘길 수는 없었던 것이 현실적인 이유였다.
K-LCC 설립 초기 적자 시절에는 이처럼 현실적인 이유로 멀티태스킹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수익이 난 이후에 일부 K-LCC 사이에서 멀티태스킹을 실현시켰다. 그 같은 사례는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일본노선에서 이루어졌다. 해외 현지공항에서 항공기가 도착해서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기까지 지상에 체류하는 시간인 그라운드 타임(Ground Time, G/T, GT)에 중국노선이나 동남아시아노선에서는 현지공항의 지상조업사에게 기내청소를 맡겼지만 일본노선에서는 불가능했다. K-LCC들이 일순간에 경쟁적으로 일본 각 공항에 취항하다 보니 일본 지상조업사가 K-LCC에게 터무니없는 조업비용을 요구한 것이다.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초기 한일노선의 K-LCC들은 할인경쟁을 하느라 탑승객들에게 파격가의 운임을 받았고, 터무니없이 많은 조업비용을 요구한 일본 지상조업사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면 수익이 나지 않는 최악의 형편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일본업체에게 지상조업을 맡기게 된 K-LCC들은 한 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일본 현지공항에서의 그라운드 타임 기내청소를 해당 항공기에 탑승한 4명의 객실승무원에게 맡겼다. 국제선 객실승무원들은 승객이 내리고 난 후 쉬지도 못하고 그라운드 타임 동안 청소와 정리정돈을 말끔히 마친 후 새로운 승객을 환한 미소로 다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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