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9)LCC와 K-LCC는 어떻게 다른가⑧K-LCC의 사뭇 다른 광고홍보 전략, 두번째 이야기

김효정 기자 2022-12-28 14:27:35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K-LCC의 광고전략이 오리지널 LCC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식이었다면 K-LCC의 언론홍보 전략은 LCC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거의 100% 적용했다. 제주항공은 취항 직후 기존항공사들의 파상적인 부정적 여론몰이에 골머리를 앓았다. 기존항공사들은 “목숨 걸고 저가항공을 타야 하나?”라는 여론공세를 수년간 지속적으로 펼쳤고, 이는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신생항공사이다 보니 각종 사건사고가 유난히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위험하다”, “불안해서 못 타겠다”는 여론을 해소시켜야 했다. 제주항공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해명이나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고민 끝에 제주항공이 꺼내든 해법은 “우리는 위험하지 않다”가 아니었다. 대신에 “사람들이 많이 탄다”는 언론홍보를 수년동안 체계적으로 실시했다. 그 방법은 숫자마케팅이었다. 지금은 숫자마케팅이 대중화되었지만 당시로서는 꽤 신선했다. 숫자마케팅은 문자보다는 숫자로 소구하는 것이어서 소비자에게 더 빨리 더 쉽게 인식되었다.

제주항공은 2007년 4월23일 취항 10개월 만에 누적탑승객 50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 같은 뉴스를 대중적 화제로 만들기 위해 50만번째 탑승객에게 국내선 항공권 50장을 무료로 증정했다. 당시 이 뉴스는 탑승객들 사이에서 많은 얘깃거리가 되었다. 제주항공 50만번째 탑승객이 제주가는 비행기 티켓을 공짜로 50장이나 받았다는 부러움을 사면서 덩달아 제주항공에 50만명이나 탔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취항 직후 “목숨 걸고 저가항공을 타나”, “위험하다”, “불안해서 못 타겠다”는 등의 부정적인 여론에 주저하던 항공소비자들 사이에서 “그럼 나도 한번 타볼까?”, “괜찮나 본대?”라는 의식전환이 이루어진 계기가 됐다.


50만번째 탑승객에게 무료항공권 50장을 주면서 화제를 뿌린 제주항공은 불과 7개월 후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2007년 11월19일 1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취항 1년 5개월 만이었다. 그러자 제주항공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100만번째 탑승객에게는 항공권 100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왔다. 그리고 제주항공 경영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누적탑승객 50만명 돌파를 기념해서 항공권 50장을 주었으니 100만명 돌파기념도 항공권 100장을 증정하는 것이 고객 사은에 합당하다는 주장과 항공권을 100장이나 공짜로 주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도 과도하지만 기업이미지에 싸구려로 비칠 수 있다는 반대가 팽팽히 맞섰다.


제주항공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며칠 동안 논란을 벌이다가 결국 항공권 100장으로 결정했다. 더 강한 숫자마케팅, 더 강한 자극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주항공을 이처럼 많이 탄다는 화제가 널리 알려지는 게 더 절박했기 때문이었다. 행운의 100만번째 탑승객은 2007년 11월19일 오전 10시15분 제주발 김포행 7C106편에 탑승한 30대 초반의 남성 탑승객이었다. 제주항공은 해당 승객에게 꽃다발과 함께 국내선 100회 무료항공권을 증정했다. 

이 남성은 개인적인 사연으로 혼자 제주도에 갔다 오는 길이고, 자신이 제주도에 갔다 온 사실은 아무도 모르니 언론에 노출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100장의 항공권이 증정된다는 말에 마음을 바꿔 방송 인터뷰까지 진행했고, 그날 밤 9시뉴스에도 나왔다. 항공업계 최초이자 최다로 기록된 제주항공의 무료항공권 100장 증정은 기존항공사와 K-LCC업계를 통틀어 항공업계 최대의 화제가 되었고, 뉴스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그만큼 공짜항공권 100장은 파격이었다. 그리고 제주항공의 누적탑승객 100만명 돌파는 K-LCC의 성공적인 시장진입으로 평가되기에 충분했다.

제주항공은 2008년 12월29일 취항 2년 6개월여 만에 탑승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200만번째 탑승객에게는 꽃다발과 함께 국제선 정기노선 인천~오사카 4인가족 왕복항공권을 증정했다. 이는 제주항공이 이제 일본에 취항한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목적이었다. 광고 없이 일본 오사카노선 취항 사실을 알린 것이었다.


제주항공의 누적탑승객 300만명 돌파는 2009년 9월14일 달성했다. 취항 3년 3개월인 만이었다. 제주항공은 300만번째 탑승객이 나온 2009년 9월14일 오전 10시40분 김포발 제주행 7C109편에 탑승한 150여명의 모든 승객에게 일본 왕복항공권을 증정했다. 기내에서 일본 왕복항공권을 받아 횡재를 한 모든 승객은 하늘 위에서 만세를 불렀다.

이후 제주항공은 2010년 9월15일 취항 4년 3개월 만에 누적탑승객 500만명을 돌파했다. 500만번째 탑승객에게는 제주항공이 취항하고 있는 제주와 일본, 태국 및 2010년 중 취항 예정인 홍콩, 필리핀 등 5개 노선의 왕복항공권을 증정했다. 이 같은 화제성 뉴스를 통해 2010년 중 취항 예정인 국제노선을 일일이 알리는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누적탑승객 500만명 돌파시에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여행패턴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함께 내놓았다. 또한 이제 국내선은 기존항공사보다는 K-LCC를 더 많이 탄다는 통계치를 제시하며 아직 K-LCC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백만명 단위의 누적탑승객 이벤트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여 향후 1000만명 돌파 때까지는 누적탑승객 이벤트를 열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2012년 5월10일 제주항공은 K-LCC 최초로 누적탑승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1000만명 돌파 소식은 단순한 숫자마케팅을 넘어 “K-LCC 최초로 누적탑승객 1000만명 돌파라는 새로운 항공역사를 썼다”는 의미를 담았다. 취항이후 누적탑승객 500만명을 돌파한 2010년 9월까지는 4년 3개월이 걸린 반면, 500만명에서 1000만명까지는 불과 1년 7개월여가 소요돼 급속한 성장속도를 보여줬다.


누적탑승객 2000만명을 돌파한 2014년 7월16일에는 2000만번째 승객에게 인천~괌/사이판 노선 4인 왕복항공권을 증정했고, 2016년 1월11일 누적탑승객 3000만명 돌파에 이어 2017년 2월23일에는 4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를 기념해서는 인천발 삿포로행 기내에서 객실승무원과 정비사가 깜짝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누적탑승객 5000만명은 2018년 2월5일 돌파한 데 이어 이후에는 누적탑승객 돌파 이벤트를 1억명 단위로 올렸다. 코로나19로 한창이던 2022년 7월17일 누적탑승객 9000만명을 기록한 제주항공은 2023년 하반기 중 1억명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취항 직후 부정적 여론에 골머리를 앓았던 제주항공이 꺼내든 “제주항공에 사람들이 많이 탄다”는 숫자마케팅 홍보는 매년 지속적으로 실시했고, 어느새 ‘위험해서’, ‘불안해서’ 못 타겠다는 부정적 여론은 깔끔하게 해소됐다. 이 같은 중장기 홍보전략은 단기간이 아닌 수 년 동안 큰 틀에서 기획되고 지속적으로 실시되어 마침내 우리나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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