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이태원 참사 추모"...'쓱데이' 행사 전면 취소
2022-10-31
[스마트에프엔=홍선혜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9개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4분기에 의미 있는 실적을 가져오라고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SSG랜더스의 우승으로 화끈한 '쓱세일'을 예고한 가운데, 야구 외 본업인 경영에서도 1등에 버금가는 성과를 올리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17일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정용진 부회장이 추신수, 김강민 선수 등 SSG랜더스 선수단과 우승 회식을 앞두고 열린 신세계그룹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내가 야구만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계열사 사장들은)연말까지 확실한 숫자(실적)를 가져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룹 경영에서도 프로야구 우승에 버금 가는 성과를 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분석이다.
이어 정 부회장은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SSG랜더스 회식 장소로 이동했는데, "추신수 등 선수들이 술이 세다고 들었는데 나 혼자는 벅차니 계열사 CEO들도 거들었으면 좋겠다"며 참석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계열사 CEO들이 우승 회식을 통해 창단 2년만에 한국시리즈와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한 SSG랜더스의 놀라운 성과를 공감하고, 경영 실적에도 자극을 주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실제로 업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야구단 운영에만 집중하고 경영 성과는 다소 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정 부회장이 추진하다 매출 부진으로 철수했던 몇개의 사업들을 염두한 대목으로 보인다. 또한 올해 있었던 스타벅스 캐리백에서 발암물질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내부적으로 은폐했다는 지적이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신세계그룹의 실적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신세계그룹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 95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3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4% 상승했다. 여기에 SSG랜더스의 우승 효과가 더해져 주식시장 분위기도 좋다. 다만 신세계백화점 외에는 이렇다 할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면세점 사업 부진,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 회복 지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대 비용 증가 등으로 증권가의 목표 주가 또한 일제히 낮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이러한 신세계그룹의 주가 전망과 그룹의 상황에 대해 SSG랜더스의 우승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계열사 사장단에게 강력한 실적 견인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함께 정 부회장은 SSG랜더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본업에 직결시켰다. SSG 랜더스 팬들을 위해 감사의 뜻으로 계열사 19곳이 참여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 ‘쓱세일’을 개최한다.
쓱세일을 통해 이마트는 최대 50% 할인을 진행하고 신세계 백화점은 최대 70% 할인행사를 열기로 했다. 스타벅스, 조선호텔앤리조트, G마켓까지 온·오프라인 계열사가 일제히 동참한다.
정회장이 야구단 우승을 통해 연말 대목을 앞두고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이태원 참사로 연중 최대 할인행사인 쓱데이를 취소했지만 이번 야구단 우승의 명분으로 다시 재개한 것이다. 유통과 야구 마케팅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야구에 진심인 정용진 부회장...경영까지 챙긴다
정용진 부회장은 SSG랜더스의 구단주로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야구단을 인수한 뒤 “야구에 대한 열정은 진심이고, 우승하려고 야구단을 샀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올해 야구장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수십차례 야구장을 직접 방문해 SSG 랜더스 선수들을 격려했다. 올해만 해도 정 부회장은 SSG 랜더스 홈구장인 랜더스필드를 수십차례 찾아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만큼 야구에 진심이다.
앞서 지난 8일 SSG 랜더스는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 시리즈 6차전에서 히어로즈를 꺾고 4대 3으로 우승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1년 상반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야구단을 인수 한지 2년만에 이룬 성과다.
뿐만 아니라 정 부회장은 SSG 랜더스 소속 야구선수들의 얼굴과 이름을 직접 외우며 선수들에게 명함과 사원증을 제작해주고 선수단을 초청해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궁금하면 무조건 직접 전화해 물어보는 성격이고 직원들에게 늘 관심이 많다.”며 “이번 SSG 랜더스에도 스킨십 경영이 그대로 적용됐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정용진 부회장은 CEO라는 느낌 보다는 ‘용진이 형’이나 ‘핵 인싸’등 편안한 이미지를 선사하기 위해 SNS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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