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에프엔=이하영 기자] 내홍이 끊이지 않는 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에 ‘외국계 사모펀드’ 개입 의혹까지 제기됐다. 만기가 돌아오는 사업비 대출을 이곳에 의지하면 최악의 경우 조합원들은 집을 잃고 공동변제로 돈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5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전일 김현철 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둔촌주공) 조합장은 조합원들에 “조합원 여러분께서 걱정하고 계신 8월 23일 사업비 7000억원의 만기상환 방법이 마련되었음을 보고 드린다”고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서 김 조합장은 “오늘 최종적으로 주간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업비대출 관련 확정통보를 받았다”며 “대출예정금액은 8000억원이며 대출조건은 총회책자에 상세히 기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둔촌주공은 7000억원의 사업비 만기를 앞두고 대주단에 ‘사업비 연장불가’를 통보받은 바 있다. 조합이 사업비를 만기일까지 갚지 못할 경우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대위변제로 먼저 갚고, 토지 등 사업장은 경매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에 둔촌주공 조합이 새로 꾸린 대주단과 계약할 경우 조합은 당분간 경매 등 위험 없이 사업을 속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둔촌주공 조합은 대출기관이나 이자 등 부대조건에 대해서는 총회 당일 밝히겠다며 “당장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비업계에서는 조합의 새 대주단 모집이 오히려 더 큰 경제적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새 대주단에 둔촌주공 넘어갈 수도
김 조합장의 메시지가 전해지고 조합과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파란이 일었다. 이 중 “조합이 사고를 제대로 쳤다”는 반응이 다수다. 현 상황에서 둔촌주공 조합이 받을 수 있는 대출조건을 고려할 때 10% 이상의 고금리에 여러 가지 안 좋은 부대조건까지 따라붙을 수 있다는 고민도 나온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현직 대형 투자기관 재직자’라고 밝힌 A씨는 이와 관련 “만약 8000억원 대출이 사실이라면 미친 것”이라며 “조합 현금 청산정도가 아니라 순손실이 날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A씨는 “국내에선 이 대출을 받을 곳이 없다”며 “홍콩계(어피니티, 앵커)나 미국계(KKR, 칼라일, 블랙스톤 등) 중 하나일 텐데 이 경우 이자율(요구수익률)을 10% 이상 요구했을 것”이라며 “이자율뿐만 아니라 투자조건으로 이것저것 계약서에 넣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사모펀드가 이자놀이를 하러 들어왔다는 시각도 있다.
공포분위기는 확산 중이다. 둔촌주공정상화위원회(정상위) 네이버 카페에서는 이미 7월 초 둔촌주공 조합원으로 예상되는 사람이 “경매 나오면 중국 사모펀드 모집해 아파트 조합원 현금청산 후 수백억 수익(이미 착수한 듯 함)”이라는 글을 올렸다는 말도 나온다.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이 7000억원인데 1000억원을 더 빌리는 것도 의문이다. 일각에선 이 부분이 사업을 장기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조합이 경매로 아파트를 처분하더라도 자금을 추가투입 해야 하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서도 이같은 조합원들의 우려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큰 규모의 사업이므로 한두번은 연장 가능하겠으나 지속성이 문제”라면서 “다른 건설사가 이 사업을 받아서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그게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전이고 조합이 자금여건에서 불리해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면 새로운 대주단에 둔촌주공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상위 “8월 집행부 해임 추진, 시공단과 공동대응 할 것”
현재 둔촌주공 조합은 현 집행부가 아닌 비대위격인 둔촌주공 정상화위원회(정상위)가 실질적인 조합 역할을 하고 있다. 시공사업단은 지난 13일 정상위와 ‘공사재개 및 조합파산방지를 위한 조합원‧시공사업단 협의체’를 구성하고 조합 사업비 대출 만기 도래 및 이주비 대출 유예 상황에 대해 공동대응 등을 합의했다.
김 조합장의 새 대주단 관련 메시지로 정상위도 발칵 뒤집혔다. 정상위가 확인한 사실에 따르면 둔촌주공은 ▲3개월여의 유치권 행사로 사고현장으로 분류돼 만기연장이 불가능한 경우 정상적 자금조달 불가능 ▲이 경우 10%의 선이자와 10%를 상회하는 연이자가 붙고 대출기간이 짧음 ▲담보는 토지의 권리관계가 복잡해 분양대금까지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 높음 ▲애초에 경매를 기획하고 들어온 자금일 경우도 배제할 수 없음 등이다.
조합원 사이에서는 8월 총회에서 새 대주단이 승인되면 현재와 같은 사업지연 등으로 ‘조합 파산 시나리오’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서울시 발표로 독립정산제로 상가분쟁만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조합원들은 다시금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정상위는 위험한 자금조달에 대한 대응방안을 만들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현재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시공사업단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이에 시공사업단은 “4사도 쉽게 조달하기 어려운 자금 규모로 자체 판단에도 대단히 위험한 자금출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이에 따른 조합원들 피해를 심각하게 우려해 가능한 범위에서 공동대응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또 총회 없이 실행을 강행할 경우 대출 실행중지 가처분 신청을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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