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농악보존회 ‘감싸기 행정’···어디까지?
2023-09-01
[스마트에프엔=배민구 기자]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평택농악보존회가 지난달 27일 고용노동부평택지청으로부터 취업규칙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게다가 이 단체는 수년간 회원들과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은 물론 평택시 시행규칙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기준법 상의 의무규정인 ‘취업규칙 신고’와 ‘근로계약 체결’을 이행하지 않아 과태료와 벌금 처분은 물론, 근로감독 대상 사업장으로 분류될 수 있다. 또 ‘평택시 무형문화재 보존 및 지원 조례 시행규칙’의 ‘계약서 작성·보관’ 의무도 지키지 않아 평택시의 감사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평택농악보존회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규 위반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이 단체의 회장과 임원진, 그리고 일부 회원들이 자신들은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정부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법에 따라 ‘근로자’임을 인정했음에도 과태료와 벌금까지 불사하며 이를 부정하는 데는 추후에 노동관계법을 적용받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 평택농악보존회, ‘근로기준법’·‘평택시 시행규칙’ 위반도 불사
보존회는 지난 6월 29일 발생한 이 단체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용노동부평택지청으로부터 개선지도를 받아왔다.(관련기사 평택농악보존회 ‘직장 내 괴롭힘’···고용노동부, 개선지도 내려-10월 7일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접수한 고용노동부는 이 단체의 ‘회원 복무 규정’, ‘포상 및 징계 양정에 관한 규정’ 등을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시정지시를 내렸고 이후 취업규칙이 미신고된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8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예방 규정이 포함된 취업규칙을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 단체 회장과 이사들은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자체 해석을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규정이 포함된 취업규칙을 기한까지 제출하지 않았고 급기야 고용노동부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또 수년째 단체 회원들과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평택시 무형문화재 보존 및 지원 조례 시행규칙’ 제12조 ②항인 ‘무형문화재 보유단체에서는 전승회원과의 계약서를 별도로 작성·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의 벌칙조항인 제114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의무 위반 사항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조한숙 평택농악보존회장은 “우리는 비영리 사단법인이고 근로자가 아니라고 본다. 이사들과 상의해 취업규칙을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전승지원금을 시에서 직접 지급해 왔고 선대부터 작성하지 않아 해당 규정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 평택시, 시행규칙 위반 사항 몰라···부실 점검·감독도 한 몫
시행규칙 제12조 ②항이 무형문화재 보유단체와 회원간의 지위와 권리 등 세부 계약관계를 문서로 작성·보관할 것을 단체의 의무로 정한 만큼, 회원에 대한 차별적 대우나 처우로부터 법률적 구제 보장의 취지가 담긴 조항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의 취지가 무색하게도 평택시는 그동안 평택농악보존회의 계약 사항에 대해 확인조차 하지 않았거나 묵인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시행규칙 제19조에는 ‘시장은 전승지원금의 적정한 집행을 도모하기 위하여 연 2회 이상 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보유 단체의 연습상황, 출근현황, 연습시간 및 사업계획서 상의 활동내역 등을 점검하게 하거나 감독상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계약서 작성이 안 돼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다”면서 “매년 점검을 시행하고 있으나 계약서 작성 여부에 대해 점검했는지 서류상으로 드러난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서 문제뿐 아니라 여러가지 문제가 많다. 행정사무감사에 자료 요구사항도 있고 해서 전반적인 검토를 통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택시가 연 2회에 걸쳐 지도·점검을 실시하고는 있으나 정작 의무사항인 ‘계약서 작성·보관’에 대해서는 점검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이 단체가 일부 회원들의 계약서 작성 요구를 묵살한 정황도 드러나 평택시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회원의 정당한 권리조차 묵살당하게 하는 단초가 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보존회 회원 A씨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점이 의아해 집행부에 의견을 물었으나 명확한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관례 상 그런가보다 했지만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에 대해 조한숙 회장과 보존회 사무국 직원 K씨는 “계약서 작성을 요구한 회원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 고용노동부 지시 불이행 결정한 임원진···‘배임’ 혐의 제기될 수 있어
평택농악보존회가 고용노동부의 취업규칙 신고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계약서도 수년간 작성하지 않아 벌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해지자 이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불이행 결정을 내린 임원진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인권단체 대표 H씨는 “사단법인이 회원들의 의사를 충분히 묻지 않고 임원과 일부 회원의 판단만으로 위법을 저질러 물지도 않아도 될 과태료를 지급하게 됐다면 배임 혐의가 제기될 수도 있은 사항”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을 대응하면서 이런 지경까지 몰고 간 임원진과 집행부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취업규칙을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회장을 포함한 이사들의 의견이었다”면서 “근로자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기 때문에 취업규칙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약서 작성이 안 돼 있는 것은 맞지만 이번 일로 이사들 간에 거론된 적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배민구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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