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분석] 국정감사 '단골손님' 단통법, 과연 폐지가 답일까

이통업계, '개정' 필요성 공감하지만 '폐지'엔 난색…"공시분리는 더 큰 혼란"
김동용 기자 2020-10-13 09:58:13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김동용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폰의 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는데 단말기 지원금 규모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출석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 관계자 모두 단통법의 '장·단점이 있다'는 의견에 궤를 같이 했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에 대한 입장에는 다소 온도차가 있었다.

SKT는 "국회나 정부에서 결정해주시면 따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확실한 입장을 정하기 위해서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10월 1일 시행된 이후 꾸준히 매년 국감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다. 불법 보조금 지급을 금지해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 간 차별을 방지하려는 취지가 핵심이다.

하지만 단속을 피해 암호화된 '변칙 보조금'이 등장해 법안 시행 전보다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이 늘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발품을 팔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좌표'(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는 판매점의 위치를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고 암호를 확인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신도림 공책 현아 40'으로 '신도림 테크노마트 갤럭시노트 현금 완납 40만원'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 조사(2019년 4~8월) 결과에 따르면 한 휴대폰 판매점의 초과지원금은 최대 185만 1,000원 지급됐다. 이는 가장 적은 초과지원금 1만원과 비교해 185배나 높다. '소비자 간 차별적인 휴대폰 보조금을 규제'하기 위해 단통법이 도입됐지만 시장에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소위 '공짜폰' 유통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최신 단말기 모델이 출시할 때마다 이통3사가 발표하는 지원금이 단통법 이전보다 축소돼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켰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전반적으로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6년째 계속 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왼쪽부터), 강국현 KT 커스터머 부문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각각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왼쪽부터), 강국현 KT 커스터머 부문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각각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단통법 '폐지'가 아닌 '과징금 규모 상향' 등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국감에서 "7월 단통법 위반 행위가 적발된 이통사에 과징금을 경감해 준 이유는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었으나 계속 단통법을 어기고 있다"며 "이는 과징금이 불법보조금으로 얻는 수익보다 적기 때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이용빈 의원도 "이통사들이 과징금을 받아도 뒤돌아 (다시 위반행위를) 지시하는 이유는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를 허수아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실제로 방통위 조사(2019년 4~8월) 결과 이통3사가 지급한 불법 지원금의 규모는 1조 686억원으로 추정된다. 방통위는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통3사에 총 5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불법 지원금 규모에 비해 과징금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 소속 방통위원들이 잇따라 '단통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현재 제도가 지금 시점에 적합한지는 여기저기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변경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표=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실 제공)
(표=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실 제공)
이통업계에선 단통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공감지만 법안 폐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반대하는 기류가 엿보인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부분적인 개정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예를 들면 '분리공시제', '불법보조금' 등 문제에 대해서는 절충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단통법이) 시장 안정화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정부가 보고 있고, 이통업계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법안이 시행된지) 시간이 좀 지났고 '공과'를 봐서 개정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취지에는 이통사들이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불법보조금이 나왔으니 폐지하자는 얘기는 이해할 수 없다"며 "(단말기 지원금이 수시로 변동됐던) 예전으로 회귀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이통사의 지원금과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제조사의 지원금을 공개하면 '제조사가 비난을 염려해 (새로 출시하는 단말기) 출고가를 낮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이론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이통업계) 다들 보고 있다"며 "오히려 음성적으로 (제조사가) 유통망에 지원금을 투입할 염려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신 단말기의 출고가를 낮추면 그만큼 '기기의 가치'가 떨어져 보일 가능성을 우려해 제조사의 장려금이 물밑에서 이통사로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이통3사의 불법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행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이동전화 불공정행위는 꾸준히 증가했다.

해당 기간 전체 신고 건수(1만 966건) 중 ▲허위과장 광고가 4,797건(43.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원금과 연계한 개별 계약 체결(이용 약관 별도로 지원금을 지급하고 특정 요금·부가서비스를 가입하게 하는 행위) 1,098건(10%) ▲지원금 과다지급(불법보조금) 975건(8.9%) 순으로 나타났다.



김동용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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