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RP 매입으로 유동성 공급”…RP가 뭐길래

한국은행, 내년 2월까지 비정례 RP 매입으로 유동성 공급하기로
RP, 일정 기간 후 정해진 가격으로 다시 매입·매도하는 채권
…금융시장 불안할 때마다 등장
김준하 기자 2024-12-04 16:06:45
3일 한국은행 전경. 사진=김준하 기자.

한국은행이 4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내년 2월까지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epurchase Agreement·R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필요시 전액 공급 방식의 RP 매입을 실시하고, RP 매매 대상 범위를 공공기관 발행 특수채 등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모든 은행과 증권사로 매입 대상 기관을 늘리는 방안도 내놓았다.

한은은 “내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 한은의 RP 매입이 의미하는 것
RP는 일정 기간 후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다시 매입·매도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채권이다.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다.

이번 조치에서 한은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채권을 사들이되, 일정 기간 후 되팔기로 약속함으로써 시중에 자금을 공급한다. 이로써 금융기관은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전액 공급 방식’의 RP 매입은 필요시 금융기관이 요청하는 자금을 제한 없이 공급하겠다는 의미로, 이번 조치는 2025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비정례' RP 매입은 정기적인 통화정책 일정과 별개로 필요 시 시행된다는 것을 뜻한다. 갑작스러운 금융시장 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은은 이번에 RP 매매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더 많은 금융기관과 금융상품이 RP 거래에 참여하고 취급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한은은 RP 매매 대상 증권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9개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권, 농업금융채권, 수산금융채권, 은행법에 따른 금융채 등을 추가했다. 매매 대상 기관도 국내·국외 은행 지점 전체, 투자매매업자·투자중개업자 전체, 한국증권금융으로 넓혔다.

◆ 금융시장 불안정 시기마다 등장한 RP 매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한국은행은 RP 매입을 활용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09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행은 RP 매입·매각 등의 공개시장 조작으로 시중에 18.5조원의 자금을 공급했다.

증권예탁원의 같은해 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 기관들 간 RP 거래량은 총 464조원에 달했다. 중앙은행뿐 아니라 기관들 사이에서도 RP를 유동성 공급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세계적인 경제 불안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무제한 RP 매입을 선언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쓰이지 않았던 방법이다. 한은은 이것이 양적완화 정책과 사실상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당시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일부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조달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 이러한 대책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당시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 사진=연합뉴스


김준하 기자 guyblue@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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