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성추행 징계 교수 사직…역할 못하는 '학내 인권센터'도 문제

사직 교수, 학생 고소 취하는 안해
대학 내 성추행 끊이지 않아
인권위 "내실 있는 인권센터 운영 필요"
한별 기자 2024-11-22 10:49:58
성추행 의혹으로 징계 받았던 서울여자대학교 A교수가 사직했다.

22일 서울여대에 따르면 A교수는 지난 20일 대학측에 사표를 제출했다. 

대학 관계자는 A교수의 사직 이유에 대해 "일신상의 사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A교수는 하지만 학생을 상대로 한 고소는 취하하지 않았다. 

서울여대는 지난해 7월 A교수의 학생 성희롱·성추행 혐의에 대한 신고를 접수, 같은해 9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3개월 감봉 처분을 내렸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서울여대 레디컬 페미니즘 동아리 '무소의 뿔'은 지난 9월22일 '서울여대는 당신의 룸살롱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A교수 성추행 문제를 공론화했다.

그러나 A교수는 수업 시간에 사실을 부인하고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 중 일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에 무소의 뿔은 10월부터 '교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시위'를 이어왔다. 

지난 19일 서울 노원경찰서 앞에서 열린 시위에는 50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고, 학내 행진도 벌였다.

서울여대 인문사회관 출입문이 '성추문 징계' 교수를 비난하는 학생들의 글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진=한별 기자

A교수 해임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학생 시위가 이어지자 교수평의회는 지난 18일 '현 교내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교수들의 입장'이라는 성명문을 통해 대학측의 구체적인 대응 계획과 A교수의 고소 취하 등을 촉구했다. 

서울여대는 같은 날 학생, 교수, 직원,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끊이지 않는 대학 내 성추행

학내 성추행 문제는 서울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지난 4월 교수가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전북지역 한 대학도 자신이 지도하던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교수를 3개월 정직 처리했으나, 피해 학생은 가해 교수가 복직하자 교수를 고소하고 학교를 떠났다. 해당 교수는 지난 20일 1심 판결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22년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모든 대학은 인권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인권센터는 업무 수행에 독립성을 가져야 하며 성희롱·성폭력 대응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과 인권침해 행위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각각 배치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법률 개정 후 대부분의 대학이 구성원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인권센터를 설치했다. 문제는 상당수 인권센터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서울여대 성추행 사건의 피해 학생은 "가해 교수와의 분리를 원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학내 인권센터의 대응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서울여대는 25일부터 10대 총장을 선출하는 선거에 돌입한다. 21일 열린 총장 후보 정책토론회에서 두 명의 후보는 모두 학생 인권 보호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학생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며 "비대위 활동 등을 통해 학내 상황이 빠르게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별 기자 star72@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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