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믿었는데"…배터리업계, 트럼프 당선에 '패닉'

IRA 폐지 가능성 낮아…"제한적 조치 예상"
김동하 기자 2024-11-08 10:24:20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트림프 2기가 확정됐다. 그동안 트럼프가 공언했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폐지'에 대해 걱정하던 배터리 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끌어온 정책에 따라 수십조원을 투자하는 등 바이든식 '보호무역주의'에 적응을 마쳤는데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국내 및 해외 공장에서의 생산품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압박 기조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 등 제3국 시장에서의 경쟁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실시한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277명을 확보하면서 과반을 넘어 해리스 부통령을 제치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유세 기간 중 '관세 만능주의자'로 보여질 만큼 관세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왔다.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관세로 인해 제조업이 미국을 다시 회귀할 것"이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60% 관세를 매기고, 다른 수입품에는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가 만약 10%의 보편관세를 실행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52억~304억달러 감소하고, 다른 국가들의 미국 수출 감소로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감소하면서 총 수출액이 최대 448억달러(62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배터리업계는 IRA법안의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현지에 조 단위 투자하며 생산 거점을 빠르게 늘려왔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업계 불황에도 AMPC는 배터리 업계의 영업이익을 확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올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4660억원, SK온은 608억원의 AMPC를 받았다. 두 기업 모두 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다. 삼성SDI도 내년부터 AMPC 규모가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IRA에 대해 'Green New Scam(녹색 신종 사기)'라고 비난하면서 폐기를 공언한 만큼 트럼프 재집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IRA 수혜 규모가 축소되면 배터리 수요가 위축되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소재 수요도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와 함께 미국에 진출한 소재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에도 IRA 전면 폐지는 현실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IRA 관련 정책을 전면 수정하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수혜받은 주의 연방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공화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미 공화당 내에서 하원 의원 18명과 의장이 공개적으로 IRA 폐기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인 만큼 IRA 전면 폐기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지난 4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집권하더라도 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보조금 대상 차량 축소나 보조금 예산 제한 등 제한적인 조치가 오히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는 IRA 보조금 축소나 폐지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지난 1일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가 미 대선 시나리오에 대해 준비하고 있고, 잘 대응하려고 한다"며 "보조금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 되레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CATL, BYD(비야디) 등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는 가운데 미중 제재 강화로 국내 배터리 기업이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트럼프 집권 이후 정책 기조를 지켜보면서 친환경 전환에 대한 계획은 중장기적 시점에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배터리업계는 IRA에 의존하지 않는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원가 경쟁력 확보 등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삼성SDI 관계자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 혹은 단독 공장 등 다양한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자동차 전지 외에도 ESS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종ㅇ합적으로 고려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내 배터리 셀 모듈 생산 거점으로 예정보다 이른 올해 12월 첫 번째 라인을 가동해 P6 기반의 셀과 모듈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LFP ESS 셀의 에너지 밀도를 20% 이상 개선해 내년 매국에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미국 내 ESS 양산을 추진해 북미시장 입지를 공고히 하고 유럽 또한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를 일부 ESS 라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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