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를 안 마신다고?”...MZ 소비자 주류 문화 이렇게 바뀌었다

홍선혜 기자 2024-10-09 08:01:02
주류의 지표가 변하고 있다. 국민 술이라 불렸던 소주 출고량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 소비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MZ세대들 사이에서 이제 ‘부어라 마셔라’ 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저도주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로 인해 한때 유행이었던 위스키 수요 역시 한풀 꺾였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엔데믹을 기점으로 주류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코로나 이후 홈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류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졌고 소비자들은 개개인의 입맛에 맞는 술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술을 알코올 보다는 하나의 음식으로 받아드리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쓰고 도수가 높은 소주의 매출 증가율은 미진했다.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으로 예를 들었을 때 올해 1월부터 8월 까지 소주 매출 증가율은 GS25 7.3%, CU 9.2%, 세븐일레븐 15.0%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펜데믹 기간이었던 2020∼2022년 연간 20%대에서 최대 40%까지 성장세를 이어갔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부진한 기록이다. 



코로나 기점으로 소주 출고량도 줄어들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1만5596㎘에서 지난해 84만4250㎘까지 줄어들었다. 소주 소매시장 매출 규모역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 결과 지난해 소주 시장 매출 규모는 2조3515억원으로 전년(2조4856억원) 대비 5.4% 감소했다. 

상황이 이러자 소주의 도수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1924년 출시된 진로는 35도 1988년 출시된 참이슬은 23도였다. 그러다 현재는 16도 까지 낮아졌고 올 3월 출시된 진로 골드의 경우 이 보다 0.5도 낮은 15.5도로 출시됐다.

저도수 트렌드로 인해 독주에 속하는 위스키소비도 줄어들고 있으며 오히려 와인 정도의 도수를 내면서 부드러운 맛의 사케가 최근 인기 술로 떠오르기도 했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까지 위스키 수입액은 10.2% 줄어들었지만 사케 수입액은 지난해 2475만달러(약 327억원)로 2022년(2151만달러)대비 15.1%까지 증가하며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 7월까지의 누적 수입액은 1434만달러(약 189억원)로 최다 수치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도 3.3%나 상승했다.

호기심에 지갑을 여는 MZ소비자들로 인해 최근에는 전통주도 이목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류시장의 흐름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이색주류나 프리미엄 주류 저도주나 저당주류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한다. 

CU 막걸리의 연도별 매출신장률은 2022년 16.7%, 2023년 12.4%, 올해(1~8월) 17.8%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막걸리도 고급화 전략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관련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올 초 발표한 '2023년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프리미엄 막걸리에 대한 평균 지불 의사 금액은 2021년 3055원에서 2022년 3055원, 2023년 4593원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해창 12도, 복순도가 손막걸리 등 프리미엄 막걸리 카테고리를 늘리자 흥행하는 분위기다. 이마트의 경우 올 상반기 막걸리 매출이 지난해 대비 4% 성장했으며 홈플러스역시 상반기 막걸리 매출이 4.5% 증가했다.

소주를 팔지 않는 주점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음식과 페어링 할 수 있는 맛있고 다양한 주류를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에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저희 매장에서는 소주를 판매하지 않는다”며 “대신 다양한 전통주를 판매해 고객에게 음식과 매칭이 잘 되는 주류를 추천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통술도 와인처럼 음식에 따라 페어링이 다르다는 것을 알리고 싶고 손님들 역시 취하면서 마시기보다는 맛있는 술로 즐겁게 식사하는 것을 더 원한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관계자는 “소비의 주 축이 되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주류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며 “예전처럼 취하도록 술을 마시는 것 보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 맛있는 술을 적당히 즐기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회식문화 역시 예전처럼 억지로 술을 강요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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