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없는 편의점 '캔 하이볼'…"진짜 하이볼 아닌 소비자 기만"

홍선혜 기자 2024-07-16 11:36:01
젊은 층 중심으로 위스키 수요가 높아지면서 위스키로 제조한 칵테일 중 하나인 하이볼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됐다.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캔 형태로 제조해 선보이는 등 하이볼은 맥주처럼 점차 대중화 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캔 하이볼에 진짜 위스키가 들어있지 않은 제품들이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수치도 매우 높게 나타나 이런 제품들 두고 하이볼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일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RTD(바로 마실 수 있는) 하이볼은 급물살을 타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다양한 캔하이볼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MZ세대 사이에서 스몰 럭셔리 문화가 자리하면서 위스키 소비량이 높아졌고 코로나 기점으로 캔맥주의 종류도 매우 많아져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캔하이볼로 눈을 돌렸다.

편의점 주류 판매 매대에서 하이볼이 진열돼 있다 / 사진=홍선혜 기자


통상 캔하이볼은 320ml 기준에 4000~6000원 사이를 웃돌아 일반 캔맥주에 비해 비싼 축에 속한다. 식당에서 파는 하이볼은 한 잔 당 5000~8000원으로 가격적인 부분으로 따졌을 때 큰 매리트가 느껴지지 않지만 소비자들은 집에서도 쉽게 하이볼을 즐길 수 있는 부분에서 지갑을 여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편의점에 있는 캔 하이볼이 전부 위스키 원액을 함유하고 있을까 소비자가 진짜 하이볼이라고 믿고 구매했던 제품들은 오크향을 입혀 위스키 맛을 내거나 합성향료로 향을 구현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맥주를 구매할 때 진짜 맥주가 맞는지 뒤에 성분을 자세히 읽어보고 구매하지 않는 것처럼 캔 하이볼 역시 하이볼향이나 하이볼 맛이 아닌 ‘하이볼’ 이라고 버젓이 쓰여 있으니 소비자들은 그냥 믿고 구매하는 것이다. 

위스키 들어가지 않은 캔 하이볼...가격은 비싸 

대표적으로 지난해 CU는 어프어프와 협업해 편의점 최초로 RTD(바로 마실 수 있는) 하이볼을 개발했다. 편의점에서 처음 출시한 캔하이볼인 만큼 출시 후 출시 3일 만에 초도 물량 20만 개가 완판 되며 흥행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해당 제품 역시 어떤 위스키를 썼는지 표기 되지 않았고 위스키 함량도 쓰여 있지 않았다. 즉 캔 하이볼이긴 하나 위스키는 넣지 않고 대신 주정과 위스키의 향을 내기 위한 오크칩을 첨가한 것이다. 

또 제주맥주가 선보인 곰표 하이볼의 경우 진짜 위스키가 들어간 짐빔 하이볼과 가격이 동일하지만 위스키 대신 위스키향을 내는 합성향료가 첨가됐다. 원액 값으로 따지면 위스키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이 더 비싸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위스키 원액을 넣는다면 가격이 급등해 단가 맞추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위스키 함량이 높아질 수 록 가격은 올라가는데 캔 하이볼 하나에 1만원이 넘어가면 수요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진짜 위스키가 들어간 캔 하이볼은 가격이 비싸거나 350ml정도의 적은 용량으로 출시해 단가를 맞춘다. 

각 설탕 6개 분 당수치...'설탕 덩어리' 하이볼에 소비자 불만

문제는 몇몇 캔하이볼 제품에서는 위스키가 들어있지도 않으면서 당도만 대폭 올려 각설탕 6개가 들어갈 정도의 높은 당 수치가 나왔다는 것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의 시험 결과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 캔 하이볼 8종에서 높은 칼로리와 각설탕 6개에 달하는 당수치가 나왔다. 

평균 열량은 252㎉로 밥 한공기와 맞먹는 열량이며 심지어 이 중에서 8종은 그 이상으로 높았다. 25개 제품의 100ml당 평균 열량은 30kcal(트리키콜라 더리얼위스키) ~ 83kcal(어프어프 레몬토닉 하이볼)로 최대2.8배 로 차이가 벌어졌다.

당류 함량이 가장 높은 제품은 자몽허니블랙티하피볼(500ml) 하루 당류 섭취 권고량에 81.4%에 달하는 40.7g 이 함유돼 있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설탕덩어리를 먹었다고 말한다. 평소 캔하이볼을 즐겨 마시는 직장인 A(29세)씨는 “하이볼이라 하니까 당연히 위스키가 들어있는 줄 알고 먹었다”며 “하이볼이 들어있지 않은데 어떻게 하이볼이라고 할 수 있냐 한 캔에 5000원인데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 배신감 느낀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B(27세)씨는 “그 동안 비싼 돈 주고 설탕덩어리를 사 먹었다고 생각하니 배신감 느낀다”라며 “속기 싫으면 성분까지 다 읽어보고 사라는 건가 싶다 적어도 위스키가 들어있지 않은 하이볼은 캔 앞에 하이볼이 아닌 하이볼 향 이라는 문구를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하이볼이라고 하면 위스키가 기본베이스가 되는 칵테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위스키를 함유하지 않으면서 하이볼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고 본다”며 “적어도 하이볼이라는 상표를 붙일 거면 제조업체에서 위스키를 조금이라도 넣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현재 소비자들은 제로슈거나 낮은 칼로리의 제품을 선호하는데 당도를 높여 고칼로리 상태로 계속 판매한다면 어느 순간 알아차린 소비자들은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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