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연이틀 삐삐·무전기 동시다발 폭발…3명 사망 100명 부상

홍선혜 기자 2024-09-19 09:41:19
레바논에서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통신수단으로 쓰는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가 이틀에 걸쳐 대량으로 폭발했다. 이로인해  최소 25명이 숨지고 3000명 넘게 다쳤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3시 30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교외, 이스라엘 접경지인 남부, 동부 베카벨리 등 헤즈볼라 거점을 중심으로 삐삐 수천 대가 동시다발로 터졌다. 이로 인해 어린이 2명을 포함한 12명이 사망하고 약 280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 모즈타바 아마니 주레바논 이란대사도 있었으며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한쪽 눈을 실명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란 외교부는 이를 부인했다.

접경국 시리아에서도 삐삐 폭발로 헤즈볼라 대원 등 14명이 부상을 입었다. 레바논 보건부는 모든 시민에게 소지한 삐삐를 즉각 폐기하라고 요청했지만, 이튿날에도 의문의 폭발이 이어졌다.

17일(현지시간) 무선호출기 폭발로 사상자 몰려들어 아수라장 된 레바논 베이루트 병원. / 사진=연합뉴스 


18일에도 레바논 동부 베카밸리와 베이루트 외곽 다히예 등지에서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가 연쇄 폭발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450명이 다쳤다. 전날 숨진 헤즈볼라 대원의 장례식 행사에서도 무전기가 터졌다.

지난 2월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에 활용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경고한 이후 헤즈볼라는 최근 몇 달간 통신보안을 위해 삐삐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전기 역시 무전기도 5개월 전 삐삐와 비슷한 시기 헤즈볼라가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발한 삐삐는 대부분 AR924 기종이며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의 스티커가 붙어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측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기반한 'BAC 컨설팅 KFT'가 상표 사용권을 받아 기기들을 제조했다고 주장했으나 헝가리 정부는 BAC가 무역중개회사일 뿐 자국 내 제조시설이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문제의 기기들이 헝가리에 있었던 적이 없다 반박했다. 

서방 매체들은 미국 등 당국자를 인용한 보도에서 이스라엘을 이번 폭발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제작·유통 과정에서 기기마다 배터리 옆에 무게가 수십g인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를 심었다고 분석했다. 

레바논의 한 고위 안보 소식통도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수개월 전 헤즈볼라에서 구입한 삐삐 5000개에 폭발물을 심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이번에도 타국 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군사작전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NCND) 입장이다. 국제사회는 민간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을 규탄하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노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오는 20일  레바논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를 향해 군사작전 강도를 더 끌어올릴 것임을 시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성명을 통해 북부 주민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전하며 이틀간 레바논에서 벌어진 폭발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그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상작전에 투입됐던 98사단을 이스라엘 북부로 재배치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