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결국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광복회 등 일부 독립운동단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날 정부 주관 경축식에 불참하고 자체 기념식을 열었다.
광복절 경축식이 두 동강 난 상태로 개최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정부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독립유공자 유족과 국가 주요 인사, 주한 외교단, 사회 각계 대표와 시민, 학생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경축식을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국권을 침탈당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한 역사를 써 내려왔다"며 "우리의 광복은 자유를 향한 투쟁의 결실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광복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의 통일 비전과 통일 추진 전략을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 그리고 국제사회에 선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통일을 위한 3대 비전과 3대 추진 전략을 각각 제시했다.
우선 3대 비전으로는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행복한 나라', '창의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를 꼽았다.
또 3대 전략으로는 '자유 통일을 추진할 자유의 가치관과 역량 배양', '북한 주민의 자유 통일에 대한 열망 촉진', '자유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지지 확보'를 들었다.
여기에 통일 프로그램 활성화를 비롯한 7대 통일 추진 방안까지 이른바 '8·15 통일 독트린' 구상을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유린 개선을 위해 힘쓸 것이라며, 북한 주민의 변화를 위해서는 '정보접근권'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많은 북한 이탈주민이 우리 라디오 방송, TV를 통해 북한 정권의 거짓 선전 선동을 깨닫게 됐다고 증언하고 있는 만큼 북한 주민들이 자유의 가치에 눈을 뜨도록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할 방안으로 '북한 인권 국제회의'와 '북한 자유 인권 펀드'의 추진을 제시했다.
사실상 단절된 남북 간 대화를 위한 실무 차원의 '대화협의체' 설치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에서 긴장 완화를 포함해 경제 협력, 인적 왕래, 문화 교류, 재난과 기후변화 대응에 이르기까지 어떤 문제라도 다룰 수 있다"며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와 같은 인도적 현안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견인하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함께 국제한반도포럼을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라며 "선동과 날조로 국민을 편 갈라 그 틈에서 이익을 누리는 데만 집착하는 이들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 사회에서 자유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를 더욱 공정하고 건강하게 만들 교육개혁, 노동 개혁, 연금 개혁, 의료 개혁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정부 행사에는 정치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 50여명이 참석했다. 야권에서는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만 참석했다.
광복회를 비롯한 독립운동단체연합과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 등은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별도 기념식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친일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항의하기 정부 주최 경축식에 불참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 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우리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의 일환으로 광복회원들의 결기를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는 광복회원과 독립운동가 유족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인사 100여명도 정부 경축식 대신 이 자리에 참석했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규탄 성명에서 "윤석열 정권이 자행 중인 '역사 쿠데타'로 독립 투쟁의 역사가 부정되고 대한민국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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