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글로벌 경기 침체 속 구조조정 가속화하나

삼성전자, 해외 직원 임원 30% 감원 본격화
SK그룹, 실적 부진 계열사 임원 구조조정 검토
현대차·LG “임원 구조조정 계획 없어”
신종모 기자 2024-09-15 09:02:20
삼성전자가 최근 일부 사업부의 해외 직원을 최대 30%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SK그룹도 올 초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비용 절감에 돌입한 만큼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그룹 이외 대기업도 구조조정에 나설지 주목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이 임원급 위주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올 초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대대적인 비용 감축을 시사했다. 특히 그룹 내에서 실적 압박을 받고 있는 석유·화학 등 일부 계열사 임원들이 첫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석유화학 업황 불황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SK온 출범 전 23조396억원에서 지난해 말 50조7592억원으로 2배 이상 불어났다. 

이 여파로 SK그룹이 대대적 인원 감축 단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인공지능(AI)·반도체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며 “AI·반도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부터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임원 구조조정은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도 일부 사업부의 해외 직원 감축에 돌입했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삼성전자 본사가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 및 마케팅 직원을 약 15%, 행정 직원을 최대 30%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원 감축은 올해 말까지 시행될 예정이며 미주, 유럽, 아시아 및 아프리카 전역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직원 해고 규모와 어떤 국가와 사업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은 26만78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4만7000명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 직원의 대부분은 제조 및 개발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해외 사업장 인력 조정은 일상적인 것으로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며 “구체적인 목표는 없고 생산 직원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SK그룹, 예고된 구조조정?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는 반도체 사업이 6조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2분기 연속 흑자를 나타냈다.  

하지만 여전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겼으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파운드리 부문의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2.3%이며 삼성전자는 11.5%에 그쳤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빼앗긴 반도체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해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원들의 주 6일 근무를 확대했다. 삼성전자 등 일부 삼성 계열사에서 시행하던 임원 주 6일 근무가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 계열사로 확산됐다. 

해당 계열사 임원들은 격주로 주말에 출근해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주말 출근이 임원에 국한하지 않고 그룹장뿐만 아니라 파트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서린동 본사 전경.               /사진=SK

SK그룹도 경영 쇄신 강화를 위해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토요일 회의를 24년 만에 부활시켰다. 

SK그룹이 경영진 회의를 토요일에 연 것은 지난 2000년 7월 주 5일 근무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正音)'을 낼 수 있다”며 “모두가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의 경영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SK는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들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를 월 1회 평일에서 격주 토요일 개최로 변경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들은 현재 유연근무제의 일환으로 월 2회 부여되는 금요일 휴무 사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그룹이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며 분위기 쇄신 및 비용절감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양사가 비상경영에 돌입한 만큼 대대적인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아직 임원 구조조정에 대해 시사한 바가 없다”면서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 상황을, LG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인 AI와 바이오, 클린테크 등 ‘ABC’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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