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분위기 전환 노렸던 카카오...김범수 'SM 시세 조종' 논란에 발목 잡히나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23일 새벽 구속…"증거인멸 우려"
경영쇄신 꿈꾸던 카카오에도 불똥…지속 사법리스크 등 악재 겹쳐
AI 회사 도약 꿈꾸는 AI 사업에도 영향…해외 기업들과 차질 우려
황성완 기자 2024-07-23 10:19:11
올해 인공지능(AI)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는 카카오가 김범수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SM 시세 조종 의혹으로 구속됨에 따라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전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약 4시간 동안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법정을 오가며 "시세조종 혐의를 인정하나?"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또한, 경영쇄신회 위원장으로서 CA협의체 소속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모인 그룹 협의회를 지난 18일 개최하기도 했다.

이자리에서 그는 "그룹 구성원들이 힘 합쳐 경영 쇄신과 AI 기반 혁신에 매진 중인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을 맞아 안타깝다"며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려운 상황이나 이런 때일수록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과 한국 대표 테크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자"며 "사회 각 주체와의 동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나부터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범수 카카오, 혐의 부인했지만 결국 기소

하지만 김 위원장은 결국 구속을 면치 못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경쟁자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고의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카카오가 작년 2월 16∼17일, 27∼28일 등 총 4일에 걸쳐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검찰은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공모와 관련한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어제 영장 심사에서도 20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은 하이브와 카카오가 SM엔터 인수를 둘러싸고 서로 공개매수 등으로 분쟁을 벌이자 작년 10월과 11월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경영진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후 검찰은 경기 성남시에 있는 카카오 판교아지트 소재 카카오그룹 일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8개월 만인 지난 9일 김 위원장을 비공개로 소환한 뒤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판교 카카오 아지트.

지속 사법리스크 및 성장 동력 부족 등 위기 겪은 카카오도 '비상'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인해 AI 회사로의 도약과 경영쇄신을 꿈꾸던 카카오도 타격을 입게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카오는 지속적인 사법리스크와 성장 동력 부족 등으로 위기를 겪은 바 있다. 그동안 골목 시장 침해 논란을 일으킨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도덕적 해이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특히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상장 후 스톡옵션을 매각해 거액의 차익을 챙긴 이른바 '먹튀 논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의 시세 조종 의혹, 카카오모빌리의 '콜 몰아주기' 사건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를 타개하고자 카카오는 지난 10월 비상영경을 선언했고, 11월 정신아 대표를 포함한 사내 외 이사를 새롭게 영입하고, 경영쇄신위원회를 신설하며, 책임 경영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약속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으로 구속으로 인해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카카오의 다른 계열사 마저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여 회사 내부에서는 어지러운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전 투자전략부문장이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하도록 했다는 이른바 '콜 몰아주기'와 김 위원장과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수사 대상에 올라와 있다.

아울러,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관련한 재판 결과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사회적 신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카카오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27.17%) 가운데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처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AI 사업에 제동도 걸릴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가 추진하는 AI 사업과 해외 사업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올해 안으로 카카오톡 등에서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구상을 준비한 바 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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