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의 시선] 금융노조 선관위의 중립성 확보를 위하여

권오철 기자 2024-07-09 07:30:04
'모든 억압적 제도와 관행 및 비민주성을 척결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강령 중 일부다. 강령은 그 노조가 추구하는 기본 방침인데, 금융노조만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읽힌다. 고객 신뢰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금융기관 소속 노동자들이 모인 단체인 만큼, 민주적이고 공정하며 합리적인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있었던 금융노조 임원 보궐선거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드러냈다. 기호 1번·2번 후보자 양측의 적대적 반목은 정치판에서도 흔치 않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사상 초유의 위원장 당선무효와 재선거를 통해 일단락된 듯하지만, 수많은 조합원들은 동족 간의 할큄으로 너덜너덜해진 수사자의 대가리처럼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다툼은 대체로 좁혀지지 않은 양측의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선거관리규정이 그 차이를 좁혀줘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올해로 창립 64주년을 맞은 금융노조의 선거관리규정이라고 하기엔 엉성하고 불충분했다. 예를 들어, 선거관리규정은 기초적인 후보자 경력기재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는가 하면,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면서도 정작 사전선거운동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있지 않았다. 그 결과 첨예한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보다 더 근본적인 다툼의 원인은 따로 있다. 심판 역할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중립성 문제다. 총 5명의 선관위원들은 금융노조 일부 지부의 위원장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이들 중 3명이 맡고 있는 지부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직접선거를 하면서도 간접선거 성격을 띈 금융노조의 관행이라고 하지만, 여기서 선관위의 중립성에 대한 의심이 나온다.

선거관리규정 제22조는 선거관리규정에 없는 사항에 대한 해석 및 판단에 대해 선관위의 결정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다. 법원도 선관위의 재량을 존중해 '당선무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명문화된 규정에도 나와있지 않고 상식적으로도 애매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립성을 의심받는 선관위가 내린 결정에 대한 공정성을 액면 그대로 믿기란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당선무효와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선관위의 판단은 내부 의심을 걷어내는 데 실패했고, 관련 법적 다툼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언제 누군가 최종 승리를 한다 해도 의심과 갈등은 여전할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노조는 무엇보다 현재의 기형적 선관위 제도의 개선에 나서야 한다. 외부 인사로 선관위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선거에 있어 심판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깨뜨리는 그 관행은 척결해야 할 비민주성 그 자체이지 않은가.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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