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구 위원장, 규정위반 아냐" 법률자문 뒤집은 금융노조 선관위  

선관위, 윤석구 위원장 '당선 무효' 결정했지만…
법률자문 법무·노무법인 "규정 위반 아니다" 의견
윤 위원장 "선관위 중립성, 갈기 찢겼다" 문제 제기
권오철 기자 2024-05-22 18:32:52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임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던 윤석구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에 대해 선거관리규정 위반(금지된 기부행위)을 이유로 '당선 무효'를 결정한 가운데, 선관위로부터 관련 법률자문을 의뢰받은 법무법인과 노무법인은 윤 위원장의 행위가 선거관리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법무법인 오월과 노무법인 필은 지난 20일 '기호2번(윤 위원장)의 가정의달 문화행사 및 기념선물 지급, 노보발행 등이 부정선거에 해당하는가'를 묻는 금융노조 선관위 질의에 대한 법률검토 의견서에서 '해당 사안은 선거관리규정 제35조(금지사항) 2호 및 5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금융노조 선거관리규정 제35조 2호는 사용자의 지원을 받거나 개입을 유도하는 행위를, 제35조 5호는 선거와 관련해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행위를 금하는 내용이다. 

윤 위원장은 보궐선거(4월22~24일)를 앞둔 지난달 15~16일과 같은달 18~19일 KEB하나은행지부의 전국 분회장 노동교육에 참석해 '가정의달을 맞아 최고급 비타민을 조합원에게 지급할 것'을 공표하고 일부 물품을 지급했는데, 기호1번 김형선 후보 측이 이를 두고 '기호 2번의 부정선거 행위에 따른 당선무효 처분'을 요구했다. 이에 선관위가 이와 관련한 법률검토를 의뢰한 것이다. 

법무법인 오월과 노무법인 필은 선관위가 이번 선거기간 동안 법률자문을 맡긴 곳이다. 이들 법인은 공동 의견서에서 "해당 분회장 대회에서 은행장의 발언·행동 등을 고려할 때, 선거관리규정 제35조 2호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KEB하나은행지부의 여러 물품(무드등, 최고급 비타민, 행운권, 스타벅스 상품권) 지급행위 역시 선거와 관련돼 지급한 금품이라고 볼 수 없으며, 금융노조 선거기간 중 지부장의 권한이 정지되지도 않았으므로 이 역시 선거관리규정 제35조 5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오월과 노무법인 필이 지난 20일 금융노조 선관위에 전달한 법률검토 의견서 일부 캡처. 기호2번 윤석구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의 가정의달 문화행사 및 기념선물 지급 행위가 선거관리규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법률검토 의견서 내용과 반대되는 당선 무효를 의결했다. 

선관위는 "은행장의 지부 분회장 노동교육 방문에 관한 사항은 선거관리규정 제35조 2호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법률검토 의견과 동일한 답을 냈다. 

하지만 선관위는 "선거기간 중 선거 입후보자인 지부위원장의 노동교육 개최에 관련한 사항은 선관위 의결 '직무정지 및 선거운동 관련 결의사항'에 따라 금지된 기부행위로 판단된다"며 "선거관리규정 제35조 5호에 해당된다"고 봤다.

선관위는 지난달 12일 '직무정지 및 선거운동 관련 결의사항'을 공지하며 기부와 관련해 '축·부의금품 제공, 식사·다과·음료 등 제공, 구호·의연금품 제공 등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기부행위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다만, '지부에서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기부행위(끝전 모으기운동 등)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는데, KEB하나은행지부가 매년 진행하는 전국 분회장 노동교육와 관련한 사항을 여기에 적용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왜 선관위는 법률검토 의견서와 다른 결정을 한 것일까? 

선관위 관계자는 본보의 이 같은 질문에 "법률검토 의견서는 참고하는 자료일 뿐"이라며 "그 의견을 전적으로 신뢰하거나 그대로 따르진 않는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 측은 선관위의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윤 위원장 관계자는 "입후보자의 지부 직무는 정지되지 않았음을 선관위는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바, 지부위원장 자격의 노동교육 참여는 당연한 것이고 정당하다"면서 "조합원 노동교육은 이미 연간 사업계획으로 예정돼 있는, 선거와 관련 없는 행사가 명명백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관위가 스스로 의뢰한 법률자문 결과는 비타민 지급이 선거와 관련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무효 판단 근거에 이 부분에 대한 선과위의 어떠한 구체적 설명도 없다"고 지적하며 "도대체 무엇을 구체적으로 판단했는가, 왜 법률자문 결과를 무시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윤 위원장은 직접 입장문을 내고 선관위의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윤 위원장은 "선관위의 중립성은 이미 선거 과정에서 갈기 갈기 찢겼다"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선거 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선관위원장 포함 3인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서명에 동참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선관위원은 특정 지부위원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중 3명이 맡고 있는 JB우리캐피탈지부, 한국수출입은행지부, IBK데이타시스템지부는 선거 전 기호1번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위원장은 선관위의 당선 무효 결정이 이와 관련한 중립성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 것이다.

윤 위원장은 당선무효 결정에 대한 효력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윤 위원장은 "선관위의 당선 무효 결정은 반드시 법원의 판단으로 철퇴가 내려질 것"이라며 "그들이 이미 시나리오대로 진행하는 재선거 일정보다 그 결과는 빨리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