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 스토리] '성공한 덕후' 김준구 네이버웹툰 CEO…나스닥 상장으로 '아시아 디즈니' 꿈꾼다

2004년 '만화광'이라는 이유로 새롭게 신설된 네이버 웹툰부 입사
웹툰 플랫폼 네이버 계열사 통틀어 최초로 미국 나스닥 상장
김준구 대표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컬래버레이션 등 사용자 지속 확보"

황성완 기자 2024-07-01 11:04:43
기업은 이익 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경쟁에서 승리하고 지속성장을 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 결정권자인 C레벨(CEO, CFO, COO, CIO 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에프엔에서는 주요 기업 C레벨의 행보를 분석함으로써 이들 기업의 경쟁력과 미래 가치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만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새롭게 신설된 웹툰부 평사원으로 시작해 약 20년 만에 기업 가치 4조원에 육박하는 업적을 이뤄낸 김준구 네이버웹툰 최고경영자(CEO, 대표)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플랫폼과 네이버 계열사를 통틀어 최초로 미국 나스닥(NASDAQ)에 종목코드 'WBTN'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2004년 네이버 입사…새롭게 신설된 웹툰부서 만화를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일을 담당

1977년생인 김준구 대표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한 뒤 2004년 네이버에 입사했다.

당시 무려 8800권 이상의 만화책을 보유해 만화광이라고 불리던 그는 네이버 개발자로 입사했다가 새로웠던 웹툰이라는 이름과 형식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신설된 웹툰부에 차출돼 만화책을 스캔해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일을 맡았다.

이런 덕후 정신을 바탕으로 김 대표는 온라인에 최적화된 형태의 만화인 '웹툰'을 선보이게 됐다. 네이버가 2005년 정식 웹툰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 관련 과정도 주도했다.

그 뒤 네이버는 웹툰 분야에서 김 대표가 발굴한 '정글고등학교', '마음의 소리'. '패션왕' 등 흥행 작품을 바탕으로 입지를 쌓았다. 2013년부터는 웹툰 아래에 광고를 게재한 뒤 관련 수익을 작가와 네이버가 나누는 'PPS 프로그램' 등의 수익모델도 선보였다.

2014년부터 네이버웹툰은 영어·일본어·태국어·프랑스어 등 10개 언어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 작가의 작품을 전 세계에 소개하며 게임·K팝과 함께 웹툰을 한국의 대표 콘텐츠로 알리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자사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회사는 '원 소스 멀티유즈(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해 파급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프리킹 로맨스'를 준비 중이다. 현재 미국 유명 시리즈 ‘워킹 데드’ 제작사 스카이바운드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 있다.

이 밖에 ‘스위트홈’, ‘선배는 남자아이’, ‘신의 탑’, ‘이두나!’, ‘여신강림’ 등이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만화광이었던 그는 인기 웹툰에서도 간혹 등장했다. 그가 등장한 작품으로는 조석의 '마음의소리·외모지상주의·선천적 얼간이들·이말년씨리즈 등이 있다.

김준구 대표 덕분인지 선발주자였던 다음웹툰(현 카카오웹툰)을 제치면서 현재 국내 웹툰·웹소설 플랫폼 선두로 발돋움하게 됐다.

모바일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지난 2022년 5월 말 기준으로 월간 순이용자 수(MAU) 956만명을 기록해 카카오웹툰(184만명)을 5배 이상 앞질렀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김 대표는 2017년 네이버웹툰이 네이버에서 분사했을 때 대표이사를 맡게 됐고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네이버 안에서도 일반 사원으로 입사해 순차적 승진을 거쳐 대표까지 오른 유일한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이끄는 네이버웹툰의 본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전 세계 약 1억70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 중이다. 

(왼쪽부터)김효정 CPO, 손혜은 CDO, 김용수 CSO, 김준구 CEO 겸 창업자, 데이비드 COO&CFO, 박찬규 CTO 등 웹툰 엔터테인먼트 이사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 미국 나스닥 증시 상장…김 대표 "디지털 스토리텔링 시장 글로벌 리더로 입지 강화"

네이버웹툰은 한국을 넘어 미국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업적도 달성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의 K웹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넓히는데 일조하게 됐다.

네이버웹툰의 모회사 웹툰 엔터테인먼트(종목 코드 WBTN)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성공, 공모가(21달러)보다 9.5% 높은 2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보통주 1500만주를 발행, 3억1500만달러(약 44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가인 주당 23달러를 적용한 상장 후 기업가치는 29억여달러(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나스닥 상장은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새로운 챕터의 시작이며 이는 창작자 임직원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가능했다"며 "디지털 스토리텔링 시장의 글로벌 리더로 입지를 강화하며 성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지난 2020년 목표로 내세운 '아시아 디즈니'로써의 첫 발도 내딛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나스닥 상장 뒤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의 디즈니라는 말의 의미는 훌륭한 작품을 배급할 수 있는 기반시설과 지식재산을 함께 갖춘 회사라는 의미"라며 "콘텐츠 플레이어로서 디즈니처럼 롱런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웹툰 엔터테인먼트, 미국 증시 상장됐지만…'수익성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 남아

김 대표가 이끄는 웹툰 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수익성 개선 등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12억8270만달러(약 1조782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8% 성장했지만 지난해에만 1억4480만달러(약 2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 코로나19 당시 가파르게 성장한 웹툰 산업이 엔데믹이 선언됨과 동시에 성장이 둔화되고 있어 해당 산업을 장기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김 대표의 역할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독자 수와 사용자 수에 대해서 큰 걱정을 하고 있지 않다"며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해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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