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 전기차 둔화세로 공장 가동률↓ …1분기 실적 '먹구름'

전방산업 전기차 시장 둔화폭 커지면서 공장 가동률↓…LG엔솔, 처음으로 가동률 70%이하 기록
공장 가동률 실적에 반영되는 시차 3~4개월…1분기 실적 적자 기록할 가능성도
박재훈 기자 2024-03-29 10:30:23
전기차 둔화세로 인한 배터리업체들의 피해가 1분기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방산업인 전기차의 판매가 줄어들게 되면서 재고가 쌓여 공장 가동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1분기 실적이 적자일지 흑자일지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하락세에 들어섰다. 지난해 수익을 다시 투자로 돌리면서 속도감 있는 투자를 지속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전기차 시장 둔화세로 인해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는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에서 완성차업체들이 판매 수요가 줄어들자 생산량을 조정한 것의 영향이 크다.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재고가 쌓이게 되자 가동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국내와 해외 거점 가동률은 지난해 69.3%를 기록했다. 이는 처음으로 70%이하의 가동률을 보인 것으로 같은 기간 삼성SDI는 76%, SK온은 87.7%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가동률은 2022년 73.6% 대비 4.2%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평균 가동률이 72.9%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전기차 둔화세가 짙어지기 시작한 4분기부터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1월 튀르키예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려는 3자(LG에너지솔루션·포드·코치) 합작법인 계획도 철회한 바 있다. 

설립 예정이었던 공장은 튀르키예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포드에 공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자금 투자를 통해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계획을 철회했다.

통상 공장 가동률의 영향이 업체의 실적에 반영되는 것은 3~4개월 후다. 지난해 4분기부터 가동률이 급락하면서 올해 1분기 실적이 저조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분기 미국 IRA(인플레이션 방지법)보조금을 제외하고 8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보조금을 포함한 영업이익은 3382억원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올해 3분기 실적 그래프 이미지.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분기별 영업익은 ▲1분기 6332억원 ▲2분기 4606억원 ▲3분기 7312억원 등이었다. 지난해 4분기의 상황을 고려하면 처음으로 보조금을 제외한 금액에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위인 삼성SDI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SDI는 2021년에 89%의 가동률에서 2022년 84%, 지난해 76%의 가동률 하락폭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 이유로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SK온은 가동률 면에서는 상황이 앞선 두 회사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다. SK온의 지난해 공장 가동률은 87.7%로 2022년 대비 0.9% 상승했다. 

당장 1분기의 실적도 골칫거리지만 올해 업황이 상저하고를 기록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은 16.6%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절반으로 떨어진 수준이다. 

전기차 시장 둔화세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내실다지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던 배터리 업계들의 찬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도 글로벌 적으로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재고가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신차 라인업의 비중을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무게를 옮겼다는 점도 배터리 업체들의 가동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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