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위기 극복할 김동명의 '엔솔 2.0' 과제는?

김동명 사장, 질적성장과 원가 경쟁력 확보 필수…엔솔2.0 방향성 제시
타사 대비 낮은 R&D 투자 비중…영업익과 직결되는 문제
박재훈 기자 2023-12-14 10:43:33
LG에너지솔루션이 외적인 성장에서 내실을 다지는 경영으로 방향을 틀면서 현재의 불안정한 시장 상황 대응에 나섰다.

지난 22일 연말 인사에서 CEO로 선임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업계에서 정통 엔지니어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김 사장 선임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력 증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앞서 김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질적성장을 이루는 '엔솔2.0'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업계에서는 내년부터는 김동명 체제 하에 LG에너지솔루션이 그동안 진행해온 생산설비 구축에 더해 기술력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사진=LG에너지솔루션

연말인사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새로 CEO 자리에 오른 김동명 사장과 함께 김제영 셀 선행개발 센터장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면서 CTO(최고기술책임자)자리를 맡겼다. 이번 인사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향후 방향이 그동안 집중해오던 외형확장이 아닌 내실 다지기라는 것을 점쳐 볼 수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을 위해 북미 시장에 가장 공격적인 증설을 단행한 배터리 업체로 꼽힌다. 북미의 생산체제는 연간 60GWh(기가와트시)에 이르며 생산체제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둔화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은 외형 확장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튀르키예에 설립 예정이었던 포드와 코치의 합작공장 계획을 철회했으며, 미국 배터리 공장의 인력도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시장상황속에서 배터리 업계는 현 시점을 내실을 다져야할 시간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인사는 LG에너지솔루션도 밖이 아닌 안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기술 투자 부족하다는 지적...'R&D 힘써야'

김 사장은 지난 1일 취임사를 통해 "지난 3년이 양적 성장과 사업의 기반을 다진 엔솔 1.0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해 질적 성장을 이루는 엔솔 2.0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의 CATL과 BYD 등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업체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증설에 속도를 높이던 행보와 달리 기술력 측면에서는 투자가 더 필요한 모멘텀이 다가왔다. 현재 생산능력으로는 글로벌 톱티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나 연구개발(R&D)부분에 있어서는 삼성SDI 보다 투자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는 지난해 R&D 비용으로만 1조764억원을 투자한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8761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대비 비중으로 봐도 삼성SDI는 5.4%를 투자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3.4%의 규모에 불과하다.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CATL의 R&D 투자 비중은 5% 수준이다. CATL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라도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감행해야하는 이유다.

생산능력 구축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해외 완성차브랜드들과의 합작과 공장을 설립하면서 빠른 행보를 보였지만 전기차 수요가 둔화를 보이고 있는 지금으로써는 기술력 차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내실을 위한 투자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R&D비용이 증가할 경우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김동명 사장의 판단이 중요한 시점이다.

단입자 양극재를 양산하는 LG화학 청주공장 모습 / 사진=LG화학

질적성장과 김 사장이 내놓은 또 다른 과제는 '구조적 원가 경쟁력 확보'다. 현재 배터리 원재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재료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 확립이 필수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재료비 분야에서 외부적인 리스크에 노출되더라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정과 가공비 측면에서도 신기술과 신공정 도입으로 근본적인 원가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이 해결의지를 비춘 과제를 위해서는 LG화학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다만 LG화학이 업황부진으로 인해 양극재로 벌어들인 수익을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을 충당하고 있기 떄문에 협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LG화학은 업황이 좋지 않은 관계로 계속되는 적자행보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잠시 3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한 숨 돌렸지만 중국발 공급과잉 및 경기침체로 인해 상황개선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공급처의 다양화를 통해 안정화하면서 가격을 인하하는 방안도 있지만, 당장 가장 큰 공급처인 LG화학의 상황 개선이 김동명 체제의 LG에너지솔루션에 있어서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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