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03)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 2세대 항공사_전북항공~중부항공, 이스타항공 ④

2000년대 중후반, 전북도의 주요 현안 중 하나는 독자적인 민간공항을 갖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전북도와 군산시는 지역항공사 설립을 추진하였고, 이 과정에서 군산공항 거점의 중부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나서자 군산시는 10억원의 투자 의사와 함께 두 회사 간의 합병을 권했다. 하지만 군산에 본사를 둔 중부항공과 달리 지역기업이라 하기에는 낯선 이스타항공 간의 합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 어려움을 겪던 중부항공은 계획했던 2007년 연내 취항이 무산되고 말았다. 중부항공은 군산시 외에도 울산시까지 끌어들여 2007년 12월부터 군산~제주, 군산~인천, 울산~제주 등 3개 노선에 운항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자본금 부족으로 부정기항공사 면허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그새 기장 5명, 부기장 8명, 객실승무원 39명 등 50여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한 상태였지만 취항이 무산되면서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중부항공의 몰락 직후 전북지역항공의 유력한 대안으로 이스타항공(Eastar Jet)이 급부상했다. 이스타항공 이상직 회장은 2008년 1월3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도, 군산시와 양해각서 체결작업을 진행중"이라며 "항공기 도입 리스계약이 마무리되면 전북의 대표민항으로 이르면 2008년 8월 취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정기항공사 면허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설립자본금 200억원은 자사 100억원, 지자체 40억원, 금융권 60억원 등으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또한 공군 예비역 준장 출신인 양해구 초대 대표이사와 한국민간조종사협회 회장인 김영근 부사장 등을 중심으로 정기항공사 사업검토를 마치고 B737NG 기종 도입을 위한 계약을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스타항공의 기자회견 내용 중 지자체 투자 40억원 등이 포함된 사업계획에 대해 전북도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군산시만 긍정적이었다. 군산시는 "당초 중부항공과 추진했으나 중부항공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등 사업추진이 여의치 않아 그 대안으로 이스타항공과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역에서는 2008년 1월3일 전북도청에서 진행된 이스타항공 사업설명회에 이어 이상직 회장의 전주행보가 기업인이라기 보다는 정치인 같다는 시선이 있었다. 이상직 회장은 4일 후인 1월7일 이번에는 전주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주최측은 이날 출판기념회는 김병찬 아나운서의 사회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장하성 고려대 교수,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가수 현숙 등이 참석한다고 소개했다.

이스타항공 사업설명회로부터 채 한 달이 안돼 이상직 회장은 이스타항공 회장 명의를 꼬리표로 붙이고 정치인으로 신분을 바꿨다. 2008년 4월9일 치러진 제18대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월1일 이상직 회장은 예비등록 후보가 됐다. 정황상으로만 보면 이상직 회장의 ‘국회의원 만들기’에 이스타항공이 상당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상직 회장을 비롯한 정치신인이 가장 많이 도전장을 내민 전주 완산을 지역구에는 약 11명이 입후보할 정도로 혼전이었다.

전주 완산을에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상직 회장은 2008년 2월4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총선행보에 돌입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 등과 함께한 이 후보는 지역의 사회복지시설 12곳을 방문했다. '전북의 정주영'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상직 후보는 2008년 2월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척박한 전북에 비행기를 띄워 정 회장의 울산신화를 다시 한 번 일구겠다"면서 "이스타항공이라는 민항기를 띄워 전북의 하늘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거둬들여 전북경제의 희망이 되겠다. 이스타항공은 2008년 하반기부터 적게는 3000개에서 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