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포스증권, 퇴직연금 첫해 2만 고객 '눈 앞'
2020-12-21
한국포스증권 인수에 대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그가 취임 직후부터 올해 신년사에 이르기까지 증권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한 것과는 반대로, 최근 회자된 포스증권 인수에 대한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이날 오전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포스증권 인수 관련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지난 6일 열린 이사회를 포함해 두 차례나 포스증권 인수 논의를 건너뛴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증권 인수 검토 소식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달 28일이다. 우리금융그룹은 포스증권 인수를 통해 증권사 라이선스를 확보한 뒤 자회사인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중대형 증권사로 규모를 키워가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종금사 업무와 리테일 강점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대감도 더해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간 임 회장이 증권업 진출에 대한 작업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때부터 증권사 인수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취임 직후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목적으로 한 조직개편을 곧장 단행하기도 했다. 또 임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증권업 진출에 대비해 그룹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병행하는 등 전체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가자”고 강조했다.
게다가 최근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6일 경영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증권사 인수에 대해 구체화된 부분은 없다”면서도 “최근 언론에 회자되는 증권사도 그(잠재 매물) 중 하나이며, 해당 증권사는 온라인 펀드 판매 전문회사로 우리금융그룹 자본 비율에 영향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는 포스증권을 우회 지목한 발언으로 해석되며 업계에서는 포스증권 인수 검토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예측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어떤 소식도 없는 상태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아직 이사회 안건으로 다루기는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며 “앞서 (인수와 관련) 구체화된 부분이 없다고 얘기하기도 했고, 실제로 저희가 실사를 진행하는 단계도 아니며 아직까지 잠재 매물을 계속 찾아보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인내싱(PF) 타격이 적고 저렴한 매각가와 증권사 라이선스에 대한 이점을 갖췄지만, 수년간 지속된 적자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상황은 우리금융그룹이 인수한 후에도 주요 해결 과제로 발목 잡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포스증권이 현 시점에서 여러 이점을 갖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금융그룹이 은행 외 계열사를 통해 그룹사 실적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인수를 검토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포스증권을 인수한 직후 주어지는 흑자 전환 과제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귀띔했다.
포스증권은 최근 증권업계 화두였던 부동산 PF 부실 타격을 거의 입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다. 시장에서 다른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유안타증권(1조5851억원), 유진투자증권(1조68억원), 다올투자증권(8310억원), SK증권(6652억원)에 비해 인수자금 부담이 덜한 점도 매력적이다. 포스증권의 매각가는 5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년간 지속된 적자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점은 우리금융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포스증권은 2013년 설립 이후 매년 적자가 누적된 끝에 2018년 매물로 나왔다. 이후에도 적자행진은 계속됐다.
최근 5년간 순손실만 360억원에 달하며 지난해도 59억2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했다. 또 포스증권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484억8000여만원으로 초기 자본금 약 698억원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선 포스증권은 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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