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배당금·정관변경 놓고 갈등 ‘집안싸움’ 격화

영풍, 고려아연에 1주당 결산 배당 1만원 제시
영풍, 2022년 주주환원율 4.68%…최근 5년 기준 10% 수준
고려아연 “과도한 배당금 요구는 영풍 경영진 위한 것”
신종모 기자 2024-02-28 10:57:52
한 지붕 두 가족인 고려아연과 영풍이 다음 달 19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당금 증액 여부와 정관 변경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영풍은 1주당 결산 배당으로 고려아연이 제시한 5000원 대신 1만원을 제안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과도하다”며 전면 반박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사의 이번 분쟁이 자칫 경영권 싸움으로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6월 14일 ‘KOREA H2 Business Summit’ 2차 총회에 참석했다. /사진=고려아연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풍은 고려아연에 1주당 결산 배당을 1만원을 제시하며 “주당 기말 배당금을 중간 배당금보다 줄인다면 주주들의 실망이 크다”며 “주주들이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게 돼 주가가 더욱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올해 전체 배당금을 전년보다 줄이는 것은 주주권익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의 결산 배당 증액에 대해 “지난해 말배당 5000원에 더해 중간배당 1만원과 10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76.3%로 지난해(50.9%)에 비해서도 훨씬 높아진 상황”이라며 “환원액만 보더라도 2022년 3979억원에서 2023년 4027억원으로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영풍의 제시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한다”면서 “기업이 모든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 환원에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이 자사 주주들에 지급한 배당금은 매년 약 172억 수준이다. 영풍이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을 이력이 없기에 영풍의 총주주환원율은 5년 평균 약 10%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22년 주주환원율은 4.68%에 불과했다. 

결국 주주환원율이 5%도 안 되는 영풍이 고려아연에는 주주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96%에 육박하는 주주환원율을 요구하는 셈이다.

실제로 양사의 최근 5년간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고려아연 매출(별도기준)은 지난 2022년 8만814억원으로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영풍 매출은 같은 기간 1만7936억원으로 고려아연 매출액의 22%에 불과했다. 

양사의 영업이익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고려아연의 최근 5년 영업이익(별도기준)은 꾸준히 증가해 2022년 1조원에 육박했다. 반면 영풍은 지난 2021년 728억 적자에 이어 2022년에는 1000억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영풍이 고려아연에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는 이유는 사실 부실한 경영실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영풍이 마치 주주권익을 대변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매년 고려아연이 영풍에 지급하는 배당금이 줄면 기업경영에 타격을 입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사. 정관변경안 놓고 경영권 다툼 본격화  

아울러 양사는 정관변경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기존 정관의 신주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 의안은 제3자배정에 따른 신주 발행한도(액면총액 400억원)를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등 그 내용의 실질적인 변경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이어 “현행 표준정관에 따라 상법, 자본시장법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이라며 “제3자 배정을 통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배제는 경영상 목적 달성에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으르모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제한되거나 불리해지는 사정은 특별히 없다”고 덧붙였다. 

영풍은 “양측이 동업 관계로 정관 작성 당시 양사의 경영진이 합의 하에 만든 정관을 한쪽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려 하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약속과 신뢰를 깨트리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72년간 최씨와 장씨 두 가문의 동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고려아연은 최씨일가가, 영풍은 장씨일가가 각자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주주권익 보호가 아니라 영풍 경영진이 ‘독립경영 체제’라는 동업자간 불문율을 깨뜨리고 경영에 간섭하는 등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IB업계 전문가는 “과도한 주주환원은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가져올 수 있으나 결국 주가 하락으로 귀결된다”며 “지분싸움을 벌이고 있는 장씨 일가 입장에서는 고려아연 주가가 하락할수록 오히려 주식을 싸게 매입할 기회”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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