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01)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 2세대 항공사_전북항공~중부항공, 이스타항공 ②
2024-02-28 05:14:02
전라북도(이하 전북)는 2004년 당시 지지부진한 신공항 건설이라는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전북지역에도 항공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북지역의 유일한 공항인 군산공항의 항공수요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했다. 기존항공사의 도움이 절실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K-LCC 1세대 항공사들의 취항을 지켜보며 차라리 지역항공사를 설립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북도가 가칭 ‘전북지역항공’이라는 군산공항 거점의 항공사 설립을 처음 검토한 것은 2005년 초이다. 다소 막연하기는 했지만 이때 수립된 계획은 전북도와 민간기업이 합작방식으로 설립하고, 80인승 이하의 터보프롭 항공기를 이용하는 방안이었다. 그런 와중에 군산공항 소재지인 군산시가 치고 나왔다. 2005년 7월20일 송웅재 군산시장 권한대행은 지역자본이 투자되는 지역항공사 설립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도내기업 또는 여행사 5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자본금 55억원을 모아 설립한다는 것으로 2006년 8월 취항을 목표로 했다.
군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은 지역항공은 2005년 7월25일 법인등기를 신청했다. 회사이름은 ㈜전북항공이었고, 본사는 군산에 두었다. 설립을 주도한 5인이 공동으로 55억원을 출자하고, 여기에 전북도와 군산시의 투자를 받아 민관합작기업으로 출범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군산시에게 전북지역항공의 주도권을 빼앗겼지만 군산공항 활성화와 이에 따른 지역 신공항(김제공항) 건설에는 촉매제 역할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법인 설립을 마친 전북항공의 사업모델은 2005년 1월25일 제주도와 애경그룹이 합작으로 설립한 정기항공사 형태의 제주항공이었다. 전북항공은 제주항공 모델에 따라 정기항공사가 되기 위한 자본금 200억원 이상과 항공기 5대 이상을 확보하기로 했다. 일단 부족한 자본금 150억원의 추가 확보를 위해 도내 투자자 모집을 천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실행력이었다. 전북항공 설립을 주도한 5인이 먼저 55억원을 출자하겠다는 애초의 계획이 답보상태였다. 지역항공사 설립에 적극 찬성 입장이었던 전북도 역시 이런 분위기를 읽어내고, 민간자본이 최소한 40억원이상 설립자본금에 입금된 후에나 10억원의 도비 투자를 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전북항공은 전북도와 군산시의 선투자가 있어야 실체가 생기고, 이에 안심한 민간 투자자들이 나설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누가 먼저 자본금을 입금하느냐’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취항일정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궁지에 몰린 전북항공은 정기항공사 설립자본금 200억원은 향후 운항 정상화 이후로 미루고, 부정기항공사 설립자본금 50억원부터 만들어 우선 취항하는 것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일단 부정기항공사로 출범하고, 취항 이후 정기항공사로 전환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2006년 9월1일 전북도가 “전북항공에 1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지만 이자분석법 등으로 따져볼 때 타당성이 떨어져 사실상 투자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전북항공에 대한 투자계획을 애둘러 철회해 버렸다. 전북도의 갑작스런 투자 철회 배경에는 단일 민간법인 측에 전북도와 군산시 두 곳의 이중투자는 곤란하다는 유권해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항공이 위기에 빠지자 군산시가 나섰다. 군산시는 한달여 후인 10월9일 전북항공과 업무제휴 협약식을 가졌다. 군산시의 투자를 기정사실로 보여주기 위한 행정적 요식행위였다.
군산시와 협약으로 다시 동력을 얻은 전북항공은 취항계획을 발표했다. 취항일은 최초 계획에서 1년 늦어진 2007년 8월로 제시하고, 2007년 4월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39인승 Q100 기종 항공기 2대를 들여와 군산∼제주를 하루 4회, 군산∼김포를 하루 1회 운항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조종사와 정비사, 객실승무원, 운항관리직 등 항공종사자 모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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