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 매각 불발…체질 개선 '지연'

사업 재편 위한 자금마련 확보 지연돼…새로운 매각처 물색
불안정한 파키스탄 정세로 인해 매각 불발…지난 2022년에도 매각 불발된 적도
박재훈 기자 2024-01-19 10:26:00
업황 부진 속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자금마련에 나선 롯데케미칼이 연초부터 부침을 겪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법인인 LCPL(LOTTE Chemical Pakistan Limited)의 지분을 매각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는 사업 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가 외환 유출을 우려해 매각이 불발되면서 롯데케미칼은 다른 창구를 통해 재원 확보에 나서야되는 상황이다.

19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파키스탄 법인인 LCPL의 지분 75.01% 전량을 매각하기 위해 파키스탄의 화학기업인 럭키코어인터스트리즈(이하, 럭키코어)와 체결한 주식매매 계약이 해지됐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사진=롯데케미칼


앞서 2009년 당시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의 PTA를 147억원에 사들이고 인수 2년만에 인수 대금을 모두 회수하는 등 인수합병의 대박을 터뜨린 자회사다. 하지만 지속되는 업황부진으로 인해 포트폴리오 재편을 선택한 롯데케미칼은 방향을 자금 조달을 위해 LCPL의 지분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롯데케미칼은 LCAL의 지분 매각을 통해 약 2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복안이었다.

당초 파키스탄 기업인 럭키코어인더스트리가 1924억원에 매입을 약속했지만, 지난 15일 주식매매계약을 파기했다. 계약에 따라 규정된 기한 내 주식 공개매수가 진행되야 했지만 기업 결합 승인 등의 선행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LCPL의 매각 협상 결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당시 롯데케미칼은 하반기부터 파키스탄의 화학기업 노바텍스사와 매각을 논의했으나 거래 조건에 대한 입장차로 인해 매각이 무산됐다. 노바텍스와의 협상이 결렬되고 새로 나타난 후보가 바로 럭키코어다.

롯데케미칼 측은 매각 무산에 대하여 "파키스탄의 정치·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대방이 주식매매 계약서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해 계약이 해지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외에도 파키스탄의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외환 반출을 우려해 거래를 파기 시켰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파키스탄은 2022년 불안정한 정세가 계속되고 있다. 군부세력과 반대파의 대립이 고조되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물가 인플레이션, 외환 위기 등 경제적인 악재도 겹쳤기 때문이다.

롯데에너지머터리얼즈 익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에너지머터리얼즈


롯데케미칼은 이번 매각의 불발로 올해부터 체질개선을 위해 준비하던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석유화학업계는 현재 지속되는 업황 부진으로 인해 스페셜티(고부가가치)제품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현재 롯데에너지머터리얼즈 등의 인수를 통해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상업으로 방향을 잡을 예정이었다. 

적극적인 인수와 투자로 이차전지 사업에서의 격차를 줄이면서 불필요한 사업을 매각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한 앞서 수익성이 저조한 현지 기초 석유화학 공장들을 매각하기도 했다.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발생하는 재무적 부담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우선 롯데케미칼 측은 "변화되는 시장환경에 맞춰 사업구조 개편과 체질 개선을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고도화는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의 정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운영을 이어가고 새로 투자를 결정했던 사업군에 자금 지원 시기가 늦어질 것을 고려해 빠르게 새로운 매각 대상을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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