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신년사로 본 2024년 글로벌 위기 대응 경영전략은?

주요 그룹사, 위기 극복 원년의 해로 삼고 미래 비전 구체화
신종모 기자 2024-01-02 10:50:46
국내 주요 총수들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3년 경제계 신년인사회. /사진=연합뉴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HD현대그룹, 두산그룹, 신세계그룹, CJ그룹 등 총수들이 새해를 맞아 신년사를 발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등은 이날 공동 명의의 신년사에서 새로운 성장과 재도약을 다짐했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에코(Eco), 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션 등 ‘미래 변화 대응력’을 갖추길 당부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이끌어 온 핵심 가치인 초격차 기술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자”며 “지난 50년간 반도체 기술을 선도해 온 DS 부문은 경쟁사와의 격차 확대를 넘어 업계 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리더들은 조직 내 정확한 소통과 격의 없는 건설적 토론을 통해 구성원들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며 “자기 주도적 시간 관리로 성과를 창출하는 초일류 기업문화를 구축하자”고 덧붙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날 신년사를 통해 “새해에도 우리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의 경영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고 주문했다. 

올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영환경을 우리 스스로 성장에 맞는 내실을 갖추는 계기로 삼도록 해 달라는 취지다. 

최 회장은 또 “급변하는 지정학 환경 속에서도 전세계 많은 나라들은 국력과 크기에 상관없이 에너지와 기후위기, 디지털, 질병, 빈곤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해결책을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우리에게 더 큰 신뢰를 보낼 것이며 지속 성장하는 공존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그룹이 그린에너지, 인공지능(AI)/디지털, 바이오 등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다”며 “우리의 장점과 역량을 결집하고 외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간다면 이해관계자들이 필요로 하는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20일 국내외 구성원들에게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 캡처. /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내년의 화두로 ‘남들과 다르게’의 수준을 넘어 새로운 생활 문화의 대명사가 되는 가치를 ‘차별적 고객가치’라고 정의했다. 

구 회장은 “지난 5년간 고객가치 혁신을 위해 노력하며 높아진 역량만큼 고객의 눈높이도 높아졌고 모든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객경험 혁신을 이야기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최고의 고객경험 혁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차별적 고객가치에 대한 몰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생존을 넘어 시장을 주도하고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차별적 고객가치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 회장은 “차별적 고객가치에 몰입해야 한다”며 “시장 주도하려면 최고의 고객경험 혁신기업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롯데그룹이 과거 성공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위기 속 기회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3년 만에 재계 순위 6위로 밀려났다. 포스코그룹이 이 자리를 꿰차면서 재계 지각 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올해 5위 탈환을 목표로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 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신사업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회장은 “글로벌 복합 위기 속 대처에 따라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도 좌우될 수 있다”며 “올해 역시 롯데 임직원들의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올해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점에 따라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고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위기 돌파를 위해서는 조직문화가 혁신을 지원하고 새로운 시도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조직 내 실패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실패를 성공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의 삼중고 속에 시장은 위기를 반복하며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100년 역사의 기업도 찰나의 순간 도태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김승연 회장은 “이러한 시기에 단순한 생존을 넘어 글로벌 챔피언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한화만의 지향점이 필요하다”면서 “차원이 다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스스로 혁신하는 그레이트 챌린저(Great Challenger)가 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존 주력사업은 그룹을 지탱하는 굳건한 버팀목”이라며 “그만큼 오랜 관행과 타성에 젖기도 쉬운 환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에 익숙한 판을 흔들고 당연한 것을 뒤집는 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사업의 디테일에서부터 차별성을 만들며 한 발 앞선 결과를 지속해서 이끌어 냅시다”라고 덧붙였다. 

권오갑 HD현대그룹 회장. /사진=HD현대그룹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지난달 29일 신년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의 불안정,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지속, 탈탄소를 기치로 내건 전 세계 에너지 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불확실성이 그 어느 해보다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 주위의 모든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새해를 맞아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변화를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권오갑 회장은 “이러한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만든 제품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대표하는 제품이 돼야 하며 우리는 ‘그 제품을 만드는 국가대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리더들은 회사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하며 “사장을 비롯한 리더들은 젊은 직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리더로서 자신감을 갖되, 동시에 겸손한 마음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전날 신년사에서 “고물가와 고금리, 미국-중국 패권 경쟁, 지정학적 위기 등 여파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힘써야 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미래”라고 강조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은 “투자는 미래를 위한 도전이고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경쟁자에 앞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면서 “다만 수주, 매출과의 연계를 꼼꼼히 따져야 하며 시장 상황 변화시 지체없이 궤도를 수정하는 유연성을 갖추고 단계별 점검을 철저히 하면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앞으로 소형모듈원전(SMR) 포함한 원전 분야 사업기회 확보, 가스터빈 해외시장 개척, 건설기계 분야 신기술로 새로운 수요 창출, 반도체 및 전자소재 분야 전방산업 트렌드 변화 적시 대응, 협동로봇 경쟁자와 격차 확대 등 주요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기존의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한다”며 “그룹 전체의 효율과 시너지의 핵심이 ‘원 레스 클릭(ONE LESS CLICK)’인만큼 이를 업무 방식의 전반에서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신세계그룹과 고객 사이의 간격을 한 클릭 줄이는 것이 본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첫 걸음이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리테일 업계 전반의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정용진 회장은 “쇼핑할 때 생긴 ‘단 한 클릭의 격차’가 고객의 마음을 흔들고 소비의 패턴을 바꿨다”며 “사소해 보이는 ‘한 클릭의 격차’에 집중해야 경쟁사와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기업 활동의 본질은 사업 성과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재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2024년에는 경영 의사 결정에 수익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선제적이고 과감한 경영진단을 통해 핵심 사업의 수익 기반이 충분히 견고한지를 점검하고 미래 신사업 진출 역시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 /사진=CJ그룹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초격차 역량을 갖춘 1등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회장 “지난해 세계 경제는 고금리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서비스업은 둔화하고 제조업은 침체를 겪었다”며 “우리나라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높은 가계부채로 내수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어 “일부 사업에서 성과도 있었지만 그룹 차원에서 보면 팬데믹 이후 급속히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면서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국내 상장사 실적도 크게 악화하면서 CJ그룹 실적도 계획 대비 상당한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손 회장은 내년 핵심 과제로는 철저한 2024년 목표 실행, 2024~2026년 중기계획 수립,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을 제시했다.

손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로 수익성 극대화 및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초격차 역량을 확보한 사업은 글로벌 성장을 적극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 회장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지난해 ‘헤어질 결심’을 해야 했지만 올해는 ‘뭉쳐야 산다’는 의지로 어려움을 잘 이겨내야 한다”며 “기업과 기업 사이, 기업과 노동자 사이, 민간과 정부 사이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어 “대한민국 경제에 있어서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혁신의 신호탄’으로 작용 해왔다”면서 “지난해에도 우리가 수많은 위기를 혁신의 동력으로 삼아 한 걸음씩 나아갔던 것처럼 올해도 우리경제가 빠르게 회복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우리는 혁신과 진일보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크고(Big) 대담하며(Hairy), 도전적인(Audacious) 목표(Goal)’를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눈앞에 놓인 당장 손익을 따르기보다는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며 기업활동을 해나가야 하겠다”며 “수십 년 전, 미래를 내다본 선제적 투자가 지금의 반도체, 배터리 산업의 꽃을 피어냈듯이 20~30년 후의 대한민국을 내다보고 ‘미래산업의 씨앗’을 지금부터 뿌려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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